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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너도나도 '교황앓이'…비결은 '언행일치'



종교

    [교황방한] 너도나도 '교황앓이'…비결은 '언행일치'

    교황이 방한기간 중 의전차량으로 사용한 소형차.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일간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했다. 진심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교황이 가는 곳마다 수십 만 인파가 몰렸다. '교황 앓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언행일치된 모습으로 참된 지도자의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강우일 주교(교황 방한위원회 위원장)는 "국민이 교황 같은 지도자상을 기대할 것 같다"며 "교황이 우리나라에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격려할 것은 격려했다. 국가운영자가 교황의 비판에서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 소탈한 면모

    "세속적 유혹에 빠지지 마라." (- 14일 한국 주교단 만남 연설에서)

    교황은 옷차림부터 수수하다. 항상 들고 다니는 낡은 검정색 가방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한 눈에 보기에도 빛바랜 철제 십자가 목걸이는 20년 째 착용하고 있고, 검정색 구두는 고향 부에노스 아이레스(아르헨티나)의 작은 구둣방에서 맞춘 신발이다. 소박한 패션 스타일대로 미사 때는 한국 수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제의를 입었다.

    옷차림 뿐아니다.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며 방탄차 대신 국산 소형차 '쏘울'을 의전차량으로 택했다. 기상악화로 헬기가 뜨지 않아 승객 500명과 함께 KTX를 타고 대전으로 향할 때는 오히려 "이렇게 빠른 기차는 처음 타 봤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했다.

    교황은 '특별대우' 받는 것을 싫어한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큰 의자를 마다하고 조그만 의자에 앉았고, 교황 전용 마이크 대신 해설자가 쓰는 마이크를 사용했다. 지난 16일 음성 꽃동네를 찾았을 때는 1시간 내내 서서 장애아 한 명 한 명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머리에 입맞춤했다.

    박현동 아빠스 페이스북 제공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6일 수도자들과 만날 때 교황님 전용 의자를 마련해 놓았지만 교황이 오시기 전에 교황청 의전 담당이 와서 소박한 의자로 교체했다. 교황은 특별대우를 원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카퍼레이드 도중 아이가 눈에 띄면 차를 멈추게 한 뒤 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축복하고, 장애아들이 서툴지만 정성껏 준비한 공연을 선보일 때는 엄지를 치켜세우던 교황은 소탈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 소통하려는 노력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대화하라." (-14일 박근혜 대통령 앞 청와대 연설에서)

    교황은 방한기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트위터 영문 계정(@Pontifex)에 한글 트윗을 올렸다. 지난 13일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18일 로마로 돌아가는 날까지 작성한 한글 트윗은 총 9개.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방한기간에 한국어 낱말 '교황', '프란치스코' 등이 언급된 트윗은 총 38만건으로 집계됐다.

    교황이 트위터를 애용한 이유는 대중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는 공식행사에서 한 연설과 강론 뿐만 아니라 매일 자신의 트위터에 쓴 한글 메시지로 그날그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는 교황의 의지는 영어 연설에서도 읽힌다. 교황은 8개 언어를 구사하지만 영어가 그다지 유창하지 않아서 해외에 방문하면 영어로 연설하지 않는다. 그러나 15일과 17일 아시아 청년대회에서는 영어로 연설했다.

    비록 '짧은 영어'이지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교황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70대 할아버지와 20대 청년들은 자유롭게 대화하고 격의없이 어울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장애아들과는 '몸의 언어'로 소통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는 아이에게는 똑같이 하트 모양을 그려 화답했고, 손가락을 빨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줬다. 미사 때 제단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카퍼레이드를 할 때 무개차(오픈가)를 이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 스스로 낮아져라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실천해야 사랑의 마음이 싹튼다." (- 15일 아시아 청년들과 대화에서)

    교황의 4박5일은 세월호로 시작해 세월호로 끝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방한 첫날인 14일에는 서울공항으로 영접나온 세월호 유족에게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가슴 아파했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에는 유족과 생존학생 10명을 따로 만나 위로하고 노란 리본을 건네받았다. 로마로 돌아갈 때까지 교황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사진공동취재단

     

    "광화문에서 한 달 넘게 단식 농성 중인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안아달라"는 약속도 지켰다. 교황은 유족의 부탁대로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전 카퍼레이드 중 차에서 내려 "진상 규명을 도와달라"는 김영오 씨의 손을 잡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17일에는 십자가를 메고 38일 동안 800km를 걸은 단원고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고, 실종자 가족에게 자필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등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상처를 말없이 어루만졌다.

    방한기간 교황의 '깨알 방명록'이 화제가 됐다. 이 또한 스스로 낮아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우일 주교는 "주교회의를 방문하셨을 때 큰 마분지를 드렸는데, 한쪽 귀퉁이에 아주 작게 서명을 하셨어요. 너무 우스워서 우리 주교들이 다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러 조그맣게 쓰신 건 큰 인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낮추시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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