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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화두, "된다고 말하게" "충은 백성을…"



정치 일반

    '명량'의 화두, "된다고 말하게" "충은 백성을…"

    영화 '명량'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천만 관객 '명량'이 리더십이 붕괴된 이 시대에 던진 화두는 무엇일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분)이 던진 명대사를 살펴보면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가 대표적이다.

    '사즉생'이라는 단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총선 이전 불출마자들이 사즉생의 각오로 결단을 했다고 경의를 표하면 사용했고, 김무성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저는 지난 19대 총선 때 사즉생의 각오로 보수 분열을 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013년 1월 14일 "일체의 기득권이나 정치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정치인들이 결단을 할 때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이 '사즉생'이다.

    두 번째는 '백의종군'이다. 벼슬을 내려놓은 채 흰 옷을 입고 졸병 신분으로 군대를 따라간다는 뜻의 이 말 역시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한자 성어다.

    정치인들이 대표직 같은 고위 당직이나 장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입버릇처럼 쓰는 표현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2012년 3월 15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의원님들과 후보들께서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백의종군'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셨습니다"라며 불출마자들을 추켜세웠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월 11일 당 대표 선출 유세도중 "저 김무성이는 19대 총선 때 백의종군으로 우파 분열을 막았습니다"라고 자랑했고, 7월 31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는 김한길 대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24일 안철수 대선 후보는 "저는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백의종군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 명대사는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다.

    2012년 4월 총선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하셨듯이 새누리당 후보 12명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임할 때나 정치적으로 유불리 할 때만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그렇지만 영화 '명량'이 던지는 메시지는 정치인들이 옮긴 어록이 아니다.

    김한민 감독은 영화 촬영 도중 스탭들에게 이런 말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된다고 말하게"

    이순신 장군은 왜군과 싸움 도중 갑판 위의 화포들을 좌노쪽으로 옮겨 모조리 집중하라고 지시한다.

    부하들은 이런 지시에 대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반발하자, "된다고 말하게"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된다'는 자기계발서에 빠지지 않는 거의 지침 수준의 말이다. 자신의 잠재력과 신념을 믿으라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매진하라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서도 무한 긍정 마인드와 함께 된다는 믿음을 강조한다.

    영화 '명량'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장군의 "된다고 말하게"라는 말은 일종의 패배감과 왜군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수군들을 겨냥한 신념의 전파다.

    영화 '명량'의 가장 큰 울림 있는 명대사는 바로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정치인들, 특히 참모, 비서진들은 충(성)은 대통령과 주군, 회장, 사장에 대한 무한대의 '예, 예'인줄 안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에서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지금은 대통령)이 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한다.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충은 대통령도 장관도, 당 대표도 아닌,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준 국민(백성)을 위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명량 영화를 관람한 김기춘 실장도, 조윤선 정무수석도,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그 어떤 정치인도 충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지도층이 각자 자기 구미에 맞게 영화 '명량'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충은 백성을 향한다"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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