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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과 하나된 영웅 서사, 명량의 불행한 흥행



칼럼

    민과 하나된 영웅 서사, 명량의 불행한 흥행

    [노컷시론]

    영화 '명량'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은 4일 전국 98만 6,963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스스로 세웠던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를 다시 한 번 경신한 것입니다. '명량'은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개봉 다음날엔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70만)를 기록했으며 다시 지난 1일 86만 6,36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를 경신하고서도 모자라 다음날에는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2)를 다시 쓰고서도, 그 다음날에 125만을 불러 모으며 그 기록을 다시 깨고야 말았습니다. 500만을 돌파할 때까지 한국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명량의 성적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이고 신드롬입니다.

    일부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이야기하고 또 전문가들은 영화의 만듦새를 비판하고, 일부 사상가들은 민족주의의 부활을 걱정합니다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기엔 대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정유재란 당시의 조선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현실 그 자체입니다. 왕은 무능하고, 자신의 왕권에만 관심이 있으니 철저히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가신들만이 그 주위에 있습니다. 가신들은 자신의 생사여탈을 왕이 쥐고 있으니 민생보다 왕권을 위해 헌신합니다. 이것을 충이라 강변합니다. 임진왜란으로 나라 망신을 당하고도 정적 제거에만 관심있는 이들 정치권들 덕분에 의병을 일으키며 목숨걸고 나라를 지킨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는데, 또다시 왜적이 침입하도록 사실상 방기하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과 너무도 닮아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영웅으로만 알고 있는 이순신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사실 군사독재가 완성한 국가주의의 성웅 이순신은 사라집니다. 그는 늙고 병들었으며 전쟁이 끝나면 명령불복종으로 죽음을 당할 지도 모르는 철저히 상처받은 연약한 리더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충을 이루기 위해 죽으려 합니다. 그것은 왕을 향한 충이 아니고, 추상적인 국가를 향한 충이 아니고, 나라의 근간이자 주인인 백성을 향한 충입니다.

    그는 죽으려 합니다. 그리고 동료와 부하들에게 다같이 죽자고 설득을 합니다. 왜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그는 악몽에 시달리고 패배감에 몸을 떨고 불타는 거북선 앞에서 절망에 몸부림칩니다. 마치 그 모습은 겟세마네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예수와도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모두가 죽어야 할 운명임을 직시하면서, 먼저, 대신, 죽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의 전술은 대장배 혼자 길을 막고 함께 죽으려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살리는 것은 하늘이었습니다. 아니, 하늘과 소통하고 있던 백성들이 만든 천행이었습니다.

    그의 승리를 염원하며 가족들을 이끌고 영화관을 찾는 민초들의 간절함을 알아야 합니다. 이 마음을 이용만 한다면 천벌이 기다릴 것입니다. 민과 하나된 영웅 서사가 사랑받는 이 불행한 시대를 어서 끝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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