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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이정현의 당선 배경은?



국회/정당

    '왕의 남자' 이정현의 당선 배경은?

    '야당 텃밭에서의 여당 후보 당선'이라는 이변의 배경은?

    이정현 순천시곡성군 국회의원 당선자

     

    7·30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로서는 광주·전남에서 26년 만에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와 청와대의 먹통 인사 시스템, 강원도 열차 충돌사고 등 연이은 대형 악재에 그것도 새정치 민주연합의 텃밭에서 그의 당선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로 야당 텃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인 야당 후보를 누르고 그가 여당 후보의 첫 당선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야당 후보가 아니면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호남에서 지난 19대 총선을 비롯해 그동안 수차례 출마해 거듭 낙마하면서도 여당 후보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지녀야 할 덕목인 '의리', '신의'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경선 과정에서 불리하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되면 훗날 복당하거나 여기저기 당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 30년 정치생활 동안 한 길을 걸으며 결국에는 호남사람으로서 영남출신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 '대통령의 입'이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그가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좌절, 인내와 재기의 노력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호남의 예산 지킴이'로서의 그의 역할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 이른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속속 전달되면서 새누리당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역 일꾼으로서는 쓸만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도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7·30 보궐 선거 과정에서 만난 고위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이정현에 대한 칭찬과 기대감에 차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모 기관장은 "순천 시장과 곡성 군수만 빼고 대부분 기관 단체장들이 내놓고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들 한다"며 "그것은 그동안 이 후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 술 더 떠 "할 수만 있다면 지난 지방 선거 과정에서 꾸려놓은 나의 사조직이라도 동원해 그를 돕고 싶은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그의 독특한 선거운동 방식도 유권자들에게 먹혔다.

    중앙당의 지원을 한사코 뿌리치며 '왕의 남자'라는 화려한 별명을 벗어던지고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일일이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저는 조직이 없으니 여러분이 저의 선거 운동원이 되어 주십쇼', '고향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라고 읍소하는 선거 운동 방식이 정이 많은 시골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시켰고, 결국 '1번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투표장에만 들어가면 2번을 찍곤 하는 관행'을 깨뜨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하나 이 후보는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현 정부의 예산 담당자들과 충분한 소통 경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몸을 던져 예산을 끌어와 지역 발전을 10년을 앞당기겠다"고 이른바 '예산 폭탄론'을 내세운 것도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는 선거 혁명, 정치 혁명의 기수가 되어달라'는 구호 역시 유권자들에게 혁명가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었고 그대로 지지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정현의 승리는 새정치 민주연합의 공천 잘못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RELNEWS:right}

    이정현에 맞설 카드로 내놓은 서갑원 후보는 사실 지난 2011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반성한다며 순천을 무공천지역으로 방기해 지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결국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고, 급기야 지난 19대 총선에서 순천 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노관규 씨를 후보를 내세웠다가 역시 김선동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새정치 민주연합은 이번 순천·곡성 보궐선거 후보로 다시 서갑원 전 의원을 내세운 것이 문제였다. 순천 시민들은 '새정치 민주연합이 유권자들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인물을 다시 후보로 공천할 수 있느냐'며 '차라리 다른 인물을 내세웠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모두가 기대했던 '선거 혁명, 정치혁명'이 성공한 만큼 이정현이 해결해야 할 책무 또한 막중해졌다. '지긋지긋한 지역구도에서 벗어나 열심히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의 분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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