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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농업과 농민, 우리 모두는 날마다 농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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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농업과 농민, 우리 모두는 날마다 농군이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지난 23일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었다. 봄 가뭄이 심했으니 다른 해보다 훨씬 힘들게 모내기 한 논이다. 지금은 절기로 '써레시침'을 할 때. 모내기를 무사히 잘 끝내 더는 써레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로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농촌 의례인데 잔치는커녕 자식 같은 논을 갈아엎는다. 내년부터 쌀 수입을 전면 개방키로 한 정부를 향해 농심이 폭발한 것이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 관세화 개방 선언은 식량 주권을 포기하고 농민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농민들은 이 땅에서 할 만큼 했다. 죽어라고 농사지었고 시장개방한다는 바람에 삭발농성도 하고, 피 같은 쌀을 뿌리며 고함도 쳐 봤고, 고추마늘도 불태웠고, 애지중지하던 소들을 끌고 서울로 가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쌀 의무수입으로 대체하며 20년을 끌어온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왜 이리 일이 어렵기만 한 걸까? 문제는 국민적 합의이다. 일본도 결국 쌀 관세화를 했다. 쌀 개방 유예기간 2년을 남겨 놓고 조기개방으로 결정하면서 농민 대표, 시민사회 대표, 국회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필리핀도 정부의 쌀 협상에 농민대표를 포함시켜 투명하게 진행했다. 결과는 쌀 관세화 의무를 일시 유예시키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거치며 갈등과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는 게 바람직함을 알 수 있다. 우리만 유독 농민을 배제한 채 정부가 일방 독주하는 게 문제이다. 농업을 살리고 발전시킨다는 적극적인 정책이 아니라 수출 늘리고 FTA 하자니 농촌의 희생이 어쩔 수 없고, 이를 어느 정도라도 보전해주고 넘어간다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일관하다보니 이런 결과의 책임이 정부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에 지구촌은 GATT 체제였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이라고 부른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GATT체제는 관세와 무역을 넘어 한 나라의 복지와 생명산업까지 국제적인 거래항목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모든 회원국은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한다'라고 합의를 끝냈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이다. 그런 거센 풍랑 속에서 사회적 취약층의 보호와 설득, 합의는 더욱 중요하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쌀은 지키겠다"였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농민의 아들이 아니었다. 남해안 어촌 마을 갑부의 아들이라 농촌을 몰랐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만큼 알고 있는 걸까?

    정부가 쌀 시장 전면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한 18일 오전 반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농군이 된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숱한 논의가 있었고 정책도 있다. 의지와 방향이 문제다. 농민의 땀 흘린 결실이 중간 유통과정에서 새나가지 않도록 유통의 주도권을 생산자 농민이 가져야 하고, 고부가가치 농업생산체계는 계속해 구축해 가야 한다. 그리고 농업 예산도 국가 전체 예산이 증가하는 만큼 함께 증가해야지 홀대받아선 안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농가당 평균소득은 2006년 3천 230만원에서 2012년 3천 103만원으로 떨어졌다. 2006년 1인당 평균 농가소득은 1인당 평균 전국가계소득의 105.9%였으나 2012년에는 81.3%. 도시가구 근로자와 비교해도 2006년 95.9%에서 2012년에는 75.8%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식탁의 우리 농산물 비율은 겨우 23% 선이다. 나머지는 글로벌이란 이름으로 들어 와 있는 외국식품들. 누가 생산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중국대륙에서 길러냈다는 먹거리보다 우리 것을 먹자. 가격이 조금 싸다고, 에어컨 시원하게 나온다고 재벌들 대형마트 가서 한꺼번에 잔뜩 사다 놓고 먹지 말고 제철 제 때에 신선한 우리 먹거리를 사 먹자. 정부도 시민단체도 교회도 이렇게 하는 것이 수월하도록 돕자. 교회들은 직거래를 확대하고 정례화 해 늘 우리 먹거리를 신선하게 직접 공급하는 걸 선교로 생각해야 한다.

    농업은 농촌에서 농번기에 하는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일상이다. 누구나 하루 세끼를 먹고 그 세끼를 먹기 위해 일을 하는데 하루 세끼를 대는 농업이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일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매일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 농업, 농촌, 농민이 무너지고 있다. 모든 것을 정치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우리가 함께 농사짓자, 그러면서 우리 농사를 망치는 정치를 압박하고 설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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