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가계가 빚을 빌려 쓰고 기업이 오히려 저축하는 상황이 수년째 지금 지속되고 있다.”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진단이다. 실제로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15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득이 투자나 임금인상, 배당 등의 형태로 가계소득으로 흘러들게 하고, 이것이 다시 가계의 소비확대로 연결돼, 결국 기업의 투자 기회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새 경제팀의 복안이다.
◈ “이익의 일정부분 환류 안하면 세금”...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이에따라 정부는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과세 대상은 자기자본이 일정규모 이상을 넘어서는 법인으로, 중소기업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기본 구조는 기업의 당기이익의 일정 부분은 기업 투자와 임금인상, 배당액으로 활용하도록 정해놓고, 해당 이익에서 다 활용하지 못하고 남은 잔액(미활용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형태다.
당기이익의 일정부분을 투자와 임금인상, 배당으로 다 활용하면 세금은 ‘0원’이 된다. 반대로 해당 부분에서 잔액을 남겨 유보금으로 활용하겠다고 하면 기업은 그 대가로 세금을 내야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로 예정된 세제개편안에서 기업의 당기이익의 몇%까지를 활용대상으로 할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기로 했다.
잔액으로 남은 당기 미활용액은 당장 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회계상 적립금 형태로 설정돼, 일정기간(2~3년)안에 소진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내년에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과세는 2017년이나 2018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또 기존에 기업들이 갖고 있는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내년부터 새롭게 발생하는 이익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는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앞선 22일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 직후 “사내유보금과 관련해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존 유보금에는 과세 안 해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기업소득환류세는 세수 증대가 목표가 아니라 세수가 0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이 번 이익을 투자나 배당, 임금인상 쪽으로 쓰라고 하는 일종의 신호를 준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는 과거 비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겼던 사내유보 과세와는 다른 방식의 세금이라는 설명이다. 문 정책관은 “미국과 대만 등에서 기업이득에 과세하는 제도가 있지만, 기업소득환류세와 같은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제도라는 얘기다.
사상 유례없는 세금을 도입하는 만큼 혼란도 예상된다. 기업의 이익 가운데 어떤 것을 당기 이익으로 보고 과세대상으로 삼을지, 또 당기 이익의 몇 퍼센트(%)를 환류 대상으로 봐야할 지, 투자로 간주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업종별로 활용대상 이익의 퍼센트(%)를 달리할지 여부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또 기업의 이익이 하청 기업으로도 흘러갈 수 있도록, 단가인상 부분도 활용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는 전체적인 그림만 발표한 뒤, 다음달로 예정된 세제개편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