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檢, 순천 별장 급습.압수수색 모두 '부실투성이'



사건/사고

    檢, 순천 별장 급습.압수수색 모두 '부실투성이'

    별장 2시간 뒤지고도 생포 기회 놓쳐... 뒤늦게 "통탄한다"며 후회



    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해 있던 별장 안을 수색하고도 코앞에서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추적팀은 유병언씨가 은거해 있는 별장에서 한 번은 급습, 또 한 번은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별장 통나무 벽안에 숨어 있는 유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별장급습과 압수수색이 모두 '부실투성이' 였던 것이다.

    ◈ 별장 2시간 뒤지고도 통나무 벽에 숨은 유씨 못찾아..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송치재에 있는 별장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유씨가 통나무 벽안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은 유씨와 함께 별장에 은신하다 홀로 붙잡힌 신모(33 구속,여)씨의 입에서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 검거된 신씨는 한 달 뒤인 6월 26일 검찰조사에서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

    검찰 추적팀이 5월 25일 오후 4시쯤 별장을 급습했을 때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리자 유씨를 2층 통나무 벽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는 것이었다.

    당시 추적팀은 '별장 문이 잠겨 있다'며 그냥 돌아갔고 이어 인천지검에 연락해 5시간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리고는 그날 밤 9시 30분부터 자정이 될때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때 신씨도 붙잡혔다. 하지만 추적팀은 2시간 넘게 별장을 뒤지면서도 유씨가 통나무 벽안에 숨어 있었던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코 앞에서 유씨를 놓친 것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유씨 존재를 모르고 그대로 철수한 검찰은 다음날 오후 3시에 별장을 다시 찾아 정말 감식을 벌였다. 이 사이에 유씨는 서둘러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한달 뒤 구속된 신씨로부터 "압수수색을 벌인 날 유씨가 통나무 벽장안에 숨어 있었다"는 충격적 진술을 확보했고, 검찰은 다음날 별장을 찾아 내부를 살폈다.

    놀랍게도 실제로 비밀 공간이 발견됐다. 당연히 유씨는 없었다. 이 때는 이미 유씨가 인근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으로 발견된 지 보름여일이 지난 뒤였기 때문이다.

    별장 2층에는 사람이 숨을 수 있도록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통나무 벽으로 보이는 이 공간에는 좌우 끝부분이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었고 안쪽에는 잠금장치가 따로 설치돼 있었다.

    검찰은 이곳 통나무 벽안 은신처에서 수억원이 든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가방에는 현금 8억2천만원과 미화16만달러가 들어있었다. 신씨의 말대로 유씨가 이곳에서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부분이다.

    결국 검찰 추적팀은 별장을 급습한 당일에 유씨를 생포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가졌지만 통나무 벽을 사이에 두고 유씨를 허망하게 놓쳤다.

    유병언 수색을 이끈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는 "(5월 25일 첫 수색 당시 통나무 안 공간과 숨어있던 유씨를) 찾지 못한게 통탄할 노릇이다"고 말해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했다.

     

    ◈ 후속 대처도 부실... 별장 방치한 사이 유씨 급히 빠져나간 듯

    유씨가 언제까지 통나무벽에 숨어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수억원이 든 돈가방을 그대로 두고 나간 것을 보면 검찰 수색이 끝나자 경황이 없이 별장을 빠져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안경 등 필수품을 챙기지 않은 것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유씨는 그로부터 보름여일 뒤인 6월12일 시신이 거의 부패한 채로 2.3km 떨어진 매실밭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이 때가 유씨를 생포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허술한 후속 대처도 유씨의 도피에 한몫했다. 검찰은 별장 수색이 끝난 뒤 따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채 그대로 철수했다. 사건 현장을 방치한 검찰은 다음날 오후 3시에야 별장에 다시 와서 정밀 감식을 벌여 유씨가 도주할 시간을 벌어줬다.

    한 명의 수사관이라도 남겨두고 별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했더라면 유씨가 통나무벽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잡을 수 있었단 얘기다. 수사팀은 감식이 끝난 이후에도 CCTV를 설치했을 뿐 별장에는 따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 결정적 실수 토로한 檢, 수뇌부 문책론 불가피

    '통나무벽 실수'는 검찰의 수사가 전반적으로 정교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이다.

    유씨가 뒤늦게 사체로 발견되면서 수사가 허망하게 종결되고 수천억원의 재산 회수도 어려워졌지만 검찰은 전날까지만해도 애써 책임을 축소해왔다.

    즉 일반적인 변사 사건인줄 알고 일을 처리해 신원 확인이 늦어진 것일 뿐 유씨를 쫓던 인천지검에서는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 대검찰청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김진태 검찰총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변사 사건을 맡았던 순천지청에 감찰 지시를 내렸을 뿐 죽은 유씨를 쫓던 인천지검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RELNEWS:right}하지만 유씨를 코앞에서 놓쳤다는 것을 추적팀 스스로도 자인하면서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문책하는 절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0일간이나 죽은 자의 꼬리를 밟기 위해 경찰관 2천여명과 검사 1백여명을 동원해 수사력을 낭비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더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이 직접 결정적인 실수를 터놓은 배경에는 뒤늦게 이 사실이 새어나왔을 경우 후폭풍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거센만큼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그간의 수사 과정을 보고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