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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 거짓말에 놀아난 서울경찰청 지휘부



사건/사고

    일선 경찰서 거짓말에 놀아난 서울경찰청 지휘부

    강서서 "재력가 장부 사본 파기" 거짓 보고…지휘부는 "사본 없다" 단언

    60대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3일 오후 서울 화곡동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경찰은 피살 재력가가 작성한 '매일기록부' 사본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14일 강신명 청장을 비롯한 서울지방경찰청 지휘부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허영범 수사부장 등이 한결같이 밝힌 내용이다.

    이날 간담회 관심사는 단연 서울시의원이 연루된 서울 강서 재력가 피살 사건 피해자인 송 모 씨가 작성했다는 '뇌물 장부' 즉, 매일기록부였다.

    송 씨가 작성한 뇌물 장부에 현직 검사 A 씨 이름과 수수 금품 액수가 적혀 있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미 "검찰과 별도로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기자들의 질문은 '경찰이 뇌물 장부 사본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집중됐다.

    이에 허영범 부장 등은 "내사 근거가 되는 자료만 갖고 있을 뿐 사본은 없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발로, 장부에 등장하는 A 검사의 금품 수수 규모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상황이 비비 꼬이기 시작했다.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2일 A 검사 금품 수수 의혹이 처음 보도되자 "그 액수가 기백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14일 "송 씨 장부에는 A 검사 이름이 10여 차례 등장하며 금품 액수는 1,000만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송 씨 유족이 제출한 장부를 확인한 결과 A 씨 이름은 단 두 차례 등장하며 금품 총액은 300만 원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지난 15일 경찰에 장부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 지휘부가 "없다"고 단언했던 장부 사본을 재력가 피살 사건을 수사해 검찰로 송치했던 강서경찰서가 검찰에 제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강서서가 제출한 사본을 통해 유족이 검찰에 제출한 장부 원본 내용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A 검사 금품 수수 규모를 둘러싼 검·경 공방은 경찰의 승리로 끝났다.

    남부지검은 김진태 검찰총장에 의해 A 검사 관련 비위 수사에서 배제되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불똥은 서울경찰청 지휘부로도 크게 튀었다.

    "사본은 없다"던 주장이 결국 거짓이 됐기 때문이다.

    허영범 부장은 15일 오후 뒤늦게 "장부 사본 보유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16일 서울경찰청 기자실을 찾은 허 부장은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 직전에도 강서서에 사본 보유 여부를 확인했는데 '없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그러나 '없다'던 사본은 한 부도 아니고 두 부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3월 4일 강서서가 사건 현장인 살해된 송 씨 사무실에서 장부를 발견하고 사본을 만든 뒤 원본을 유족에게 돌려줬다.

    강서서는 지난 6월 중순에도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과 송 씨 간 금전 거래 정황이 드러나자 유족에게 장부 원본을 요청해 새로운 사본을 만들었다.{RELNEWS:right}

    사본을 두 부나 갖고 있었던 강서서는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의 사본 존재 여부 확인 요청에 "첩보보고용 자료를 작성한 뒤 사본을 폐기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출입기자 간담회가 열린 지난 14일까지 "사본은 없다"고 상급기관을 속인 강서서는 바로 다음 날 검찰이 사본 제출을 요구하자 날름 이를 제출했다.

    경찰의 보고 체계 문란과 기강 해이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16일 "이번 사건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허위 보고' 등 경찰 수사 전반을 감찰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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