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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朴 대통령은 혼군, 지금처럼 계속 갈 것"



정치 일반

    유시민 "朴 대통령은 혼군, 지금처럼 계속 갈 것"

    - 현대사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과 의문에 답하고 싶었다
    - 대한민국은 흉하면서도 아름다운 나라
    - 모든 시대에는 빛과 어둠 있어
    - 응축적 변화 겪었으니 세대차이도 클 수 밖에
    - 젊은 세대는 역사공부, 고령 세대는 귀를 열어야
    - 새누리와 새정치는 적대적 공존관계
    - 북한은 진짜 혁명한 적 없다
    - 남한은 거짓 공포, 북한은 거짓 혁명
    - 물질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큰 것은 문제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7월 7일 (월) 오후 7시 2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前장관. (자료사진)

     



    ◇ 정관용> 정계은퇴 후에 문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나의 한국현대사'라는 책을 출간했네요. 오는 10일부터 정식 발매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 유시민>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잘 지내셨어요?

    ◆ 유시민> 네. 저야 뭐.

    ◇ 정관용> 얼굴이 정말 좋아지셨습니다.

    ◆ 유시민> 그래요? (웃음)

    ◇ 정관용> 웃음기가 아주 가득합니다.

    ◆ 유시민> (웃음) 좋아요.

    ◇ 정관용> 피부도 팽팽해지시고.

    ◆ 유시민> BB크림 좀 바르고 나와서. (웃음)

    ◇ 정관용> 체중은 어떠세요.

    ◆ 유시민> 체중. 체중은 정치할 때보다 몇 kg 빠졌죠.

    ◇ 정관용> 빠지셨죠?

    ◆ 유시민> 네. 저녁밥을 덜 먹으니까.

    ◇ 정관용> 어쨌든. 그러니까 좀 더 날렵해 보이시고. 좋습니다.

    ◆ 유시민> 고맙습니다.

    ◇ 정관용> 네. 이게 얼마 동안 걸려서 쓰신 책이에요?

    ◆ 유시민> 이게 한 1년 정도?

    ◇ 정관용> 1년. 책을 참 잘 쓰세요. 제가 말한 '잘'이라고 하는 것은 내용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굉장히 빨리 쓰시는 편이잖아요.

    ◆ 유시민> 꼭 1년에 한 권씩 내야 먹고 살아요.

    ◇ 정관용> (웃음) 의무적으로 1년에 한 권씩.

    ◆ 유시민> 안 그러면 생계를 유지 못 하니까. 1년에 한 권씩은 써야 돼요.

    ◇ 정관용> 그럼 막 목표를 정해 놓고 쓰시는 겁니까?

    ◆ 유시민> 쓰다 보면 1년에 한 권쯤 쓰게 돼요.

    ◇ 정관용> 그래서 어쨌든, 다른 분들에 비해서 상당히 책을, 다작이신 편이잖아요.

    ◆ 유시민> 전업으로 글 쓰는 사람들은 그 정도 써야 돼요.

    ◇ 정관용> 문학 이런 쪽이 아닌 분들도?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잘 쓰시나, 비법이 있나 싶어서.

    ◆ 유시민> 월급 받는 데가 없으면 빨리 쓰죠.

    ◇ 정관용> (웃음) 생계형 저술가의 솔직한 얘기로군요.

    ◆ 유시민> 아니, 원래 글 쓰는 분들이 다 일정 부분은 생계와 관련돼 있어요.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제목이 '나의 한국현대사' 밑에 부제가 '1959~2014 55년의 기록'. 그렇죠? 59년생이시군요?

    ◆ 유시민> 네. 제가 그때 세상에 왔기 때문에. 제가 살아온 세월만 한 번 정리를 해 봤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자서전입니까, 아니면 무슨 역사서입니까?

    ◆ 유시민> 자서전이 아니고요.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그것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 그 점을 함께 좀 이야기를 해 본 거죠. 그러니까 관찰자로써, 연구자로써 썼다기보다 그 안에 있으면서 계속 번민하고 고민하는 그런 시민으로써 그 역사를 어떻게 느끼나, 그런 것들을 쓴 거죠. 약간의 자전적 이야기와 분량으로 보면 대부분은 역사적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좀 융합해 놓은 그런 거죠.

    ◇ 정관용> 역사적 사건을 쭉 기술하고.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때 나는 이랬다. 이런 느낌을 가졌다, 이런 식?

    ◆ 유시민> 아니, 제가 뭐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던 적도 있고. 또 그 때는 그 안에 있으면서도 그게 뭔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리가 태어나서 제가 어릴 때부터 쭉 겪었던 그것들 가운데 내가 뭔지 몰랐던 것들까지 찾아서 대개 우리 세대의 삶이 이렇게 흘러온 것 같다. 그래서 헌정하기를 제 동시대의 벗들에게 헌정하는 걸로 그렇게 썼습니다.

    ◇ 정관용> 상당히 독특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자서전은 많아요. 많은 분들이 자서전 씁니다. 그렇죠? 그 자서전 속에 역사 이야기도 조금씩은 들어가죠?

    ◆ 유시민> 그렇죠. 자서전은 자기가 중심이죠.

    ◇ 정관용> 주로 자기 인생 이야기고, 역사적인 것이 배경에 깔린. 그런 것 많죠.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다음에 역사서 많고 특히 우리 유시민 전 장관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베스트셀러였지 않습니까?

    ◆ 유시민> 네.

    ◇ 정관용> 또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이런 역사서들도 쓰신 바가 있단 말이에요?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런데 이것을 묘하게 결합시킨 이런 시도. 왜 이런 시도를 처음에 생각하시게 됐나요?

    ◆ 유시민> 그게 지난번 대선 끝나고 나서 세대별로 지지성향이 너무나 극명하게.

    ◇ 정관용> 확연히 갈렸죠.

    ◆ 유시민> 네. 갈렸잖아요. 그러고 나서 곧바로 한국현대사 책이 막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 서점가에서. 얼마 안 가서 그게 멈췄는데. 이유가 뭘까, 이렇게 생각을 해 본 결과 기존의 역사서들이 우리 현대사에 대해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이나 의문, 갈증, 이런 것에 완전히 딱 맞게 화답을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이 우리 현대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 어떤 판단. 이런 것들을 한 번 짚어봐야 되겠다. 그렇게 해서 우리 세대끼리는 한 번 공감을 나누어 보고. 또 우리보다 앞서간 세대의 시민들한테는 우리 후배들은 또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겪었구나, 이렇게 보실 수 있고요. 젊은 분들한테는 우리 아버지 세대, 어머니 세대의 분들은 이런 환경에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았구나. 그래서 오늘에 이르렀구나. 이렇게 세대 간에 서로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많은 역사적 사실도 알아야 되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평가, 또는 그 사실에서 느끼는 감정, 이런 것들을 좀 교류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이런 형식으로 쓰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교과서는 조금 더 역사서에 대한 관점 같은 게 조금 더 자제되어야 되겠지만. 모든 역사서는 다 관점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닙니까?

    ◆ 유시민> 들어가 있죠.

    ◇ 정관용> 그런데 이건 역사서보다 더 좀 많은 게 들어가 있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유시민> 그렇죠. 더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 정관용> 일부러 더 많이 녹여 넣은 거고.

    ◆ 유시민> 네 그리고 그런 사건들에 대한 어떤 학술적 평가가 아니고. 제 자신이 그 일들 속에서 또는 그 일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

    ◇ 정관용> 나의 감정.

    ◆ 유시민> 네. 그리고 총체적으로는 제가 태어나서 살아온 55년의 한국의 역사,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어떤 느낌, 이런 것들을 좀 나누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 제가 목격한 바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같이 하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내가 살아온 55년 동안의 한국 현대역사에 대한 나의 평가, 이거군요.

    ◆ 유시민> 그렇죠. 그래서 앞에 '나의'가 들어간 거죠.

    ◇ 정관용> 그 밑에 띠지에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위험한 현대사 읽기'라고 쓰여 있습니다. 프티부르주아 리버럴부터 설명해 보세요.

    ◆ 유시민> 프티부르주아는 학술용어인데. 소자산 계급을 얘기하는 거죠. 중산층, 농민, 여기까지가 다 소자산 계급이고요. 남을 고용해서 부려먹고 이런 건 아니지만 자기도 뭘 좀 갖고 있으면서 자기 힘으로 살아 나가는 계층. 저희 아버님이 학교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저는 도시 소자산 계급 출신이죠, 출신성분이. 그런 사람으로서 굉장히 자유주의적 성향.

    ◇ 정관용> 자유주의. 리버럴.

    ◆ 유시민> 네. 리버럴이라는 건 '내 인생 내가 사니까 내가 남을 부당하게 괴롭히지 않는 한 남들도 또는 국가도 나한테 간섭하지 마세요. 나는 내 인생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예요'. 대개 이런 지향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게 프티부르주아, 그러니까 소자산 계급의 문화적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죠. 그렇게 내건 이유는 역사서를 볼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그 책을 읽는 게 좋다는 뜻에서.

    ◇ 정관용> 출신성분에서 시작해서.

    ◆ 유시민> 네. 제가 커밍아웃을 미리 해 놓은 거고요.

    ◇ 정관용> 계급적 지향과 정치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 유시민> 네. 그게 영향을 주니까요. 리버럴한 성향은 제가 선택한 거지만 저의 출신성분은 저한테 주어진 거니까. 그게 그대로 오지는 않지만 반영이 돼요.

    ◇ 정관용> 그래서 리버럴이라는 단어를 제가 잠깐 봤더니 누구한테 지시받는 것도 싫어하고 누구한테 지시하는 것도 좀 싫어하신다고요?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래서 문필가의 삶을 사시는 거군요.

    ◆ 유시민> 네. 지금 저는 혼자니까. (웃음)

    ◇ 정관용> 나의 한국현대사라는 아주 독특한 형식의 책을 들고 다시 우리 앞에 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사의 59년부터 2014년까지 중요 사건은 다 들어 있는 거죠?

    ◆ 유시민> 다는 아니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건들.

    ◇ 정관용> 중요하다고 보는 거, 그러니까 굵직한 거는 대체로 들어 있는 거죠?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아닌 거고, 그렇죠?

    ◆ 유시민> 네, 모르는 사실은 많지 않아요.

    ◇ 정관용> 경제성장의 역사, 민주화투쟁의 역사 그리고 남북관계 흐름의 역사, 이런 게 또 다 들어가 있는 거죠.

    ◆ 유시민> 사회문화적인 변화, 다 들어있고요.

    ◇ 정관용> 거기에 대한 나의, 유시민의 감정 그리고 평가, 의견, 견해 이런 걸 아주 조금 적극적으로, 노골적으로 집어넣었다, 이거죠?

    ◆ 유시민> 네.

    ◇ 정관용> 그래서 제가 아주 독특한 형식의 책, 이렇게 말을 한 거고요. 아까 하던 질문입니다.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위험한 현대사 읽기. 뭐가 위험합니까?

    ◆ 유시민> 그런데 제가 전직 장관으로서 이 책을 들고 온 거는 아니고 글 쓰는 작가로서.

    ◇ 정관용> 문필가로서.

    ◆ 유시민> 들고 온 건데요. 현대사는 역사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역사의식이라는 건 다른 취향하고는 달라요. 뭐가 좋다, 싫다 이런 취향하고는 달라서 그 사람의 세계관이나 철학 또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반영돼 있어요.

    ◇ 정관용> 물론이죠.

    ◆ 유시민> 그러다 보니까 왜 역사 가지고 사람들이 이렇게 싸우냐, 이렇게 보면 당신 역사의식이, 역사관이 좀 틀려먹었어, 이렇게 얘기를 하면 너 세상 잘못 사는 거야, 이런 뜻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유시민> 부분적으로.

    ◇ 정관용> 맞아요.

    ◆ 유시민> 그러다 보니까 역사논쟁을 하면 감정이 막 터져 나오는데요. 현대사는 그게 심해요. 왜냐하면 직접 겪기도 했고. 또 그 주역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에도 그 주역들이 한 행위로 인해서 부당한 피해를 받거나 또는 정당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은, 그런 사람들이 다 살아 있거든요.

    ◇ 정관용> 그럼요.

    ◆ 유시민> 그러다 보니까 특히 현대사논쟁은 국가 간에 생기게 되면 아주 집단적인 감정대립으로 되고요. 우리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해서도 그런 이해관계나 경험 또는 철학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감정을 동반한 싸움이 생겨요.

    ◇ 정관용> 물론이죠. 얼마 전에 우리가 많이 봤어요. 교학사 논쟁을 통해서.

    ◆ 유시민> 그러니까 어떤 분이, 친일 연구하는 분이 어떤 학교의 재단 이사장, 초대 설립자를 친일행위 했다고 쓴 글 때문에 석좌교수로 초빙됐다가 취소되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요즘 정부, 요즘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로 임명한 분들이 국회청문회 나오면 5.16이 쿠데타냐, 아니냐 물어보면 답을 안 하잖아요, 끝까지.

    ◇ 정관용> 요즘은 또 답을 하시더라고요. 쿠데타인 건 맞다, 이러면서.

    ◆ 유시민> 하는 분도 있고 안 하는 분도 많았어요. 그러니까 그거는 권력자의 심기에 거스르는 방식으로 현대사를 얘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가 있어요. 또 권력자와 상관없이 다수 대중이 가지고 있는 견해나 감정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굉장히 흉한 구설에 휘말리거든요. 그러니까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에 게으른 DNA, 이런 얘기. 식민지, 분단 이런 게 하늘의 뜻이다. 이런 것들은 다수 대중의 현대사에 대한 판단과 다르거든요.

    ◇ 정관용> 감정선을 건드리는 거죠.

    ◆ 유시민> 네. 그렇게 되면 굉장한 구설에 휘말려요. 그런 점에서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때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위험한 행위일 수가 있죠.

    ◇ 정관용> 아.

    ◆ 유시민> 그래서 이 위험한 현대사….

    ◇ 정관용> 유시민, 나한테 위험할 수 있다? (웃음)

    ◆ 유시민> 그럴 수 있겠죠, 그럴 수 있는데 저도 이 내용 때문에 아직은 읽은 분들이 별로 없어서 아무 말 안 하시지만 읽고 나서 너 뭐 이 따위로 생각하냐, 이렇게 볼 수 있는 거냐. 옛날에는 안 이러더니 왜 이러냐.

    ◇ 정관용> 바뀌었다.

    ◆ 유시민> 이런 분도 있을 수 있고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어느 정도 안고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런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이 책을 쓰신 목적이 역사논쟁을 하자는 겁니까?

    ◆ 유시민> 역사논쟁은 안 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논쟁을 하더라도 그거를 가지고 그렇게 아무 사실적 근거가 없이, 때로는. 또는 논리적 근거가 매우 박약한 감정적인 싸움으로만 가지 말고 있었던 사실, 중요한 사실들을 그대로 보면서 서로 해석의 차이는 인정하고 그리고 다퉈보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죠.

    ◇ 정관용> 우리 그동안 많이 얘기해 왔던 역사에는 다 공과 과가 있다. 박정희 시대 독재라고 하는 과가 있지만 산업화를 이룬 그런 공이 있다. 결국 같은 얘기인가요?

    ◆ 유시민> 그건 공과라는 표현보다는 모든 시대에는 명암이 있죠. 그 어두움이 생기는 것이 누구 책임이냐. 또는 어떤 자랑스러운 일들이 있었던 것이 누구의 공이냐. 이거에 대해서 서로 평가가 다를 수 있어요.

    ◇ 정관용> 다르죠.

    ◆ 유시민> 그래서 모든 시대는 다 빛과 어둠이 있고 그 빛과 어둠은 다 우리가 만든 거다, 그런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그렇죠, 그렇게 보는 게 맞겠다.

    ◇ 정관용> 그러면서 중간에 표현이 흉하면서도 아름다운 나라라고 규정하셨는데 흉한 건 뭐고 아름다운 건 뭡니까?

    ◆ 유시민> 흉한 거 되게 많죠, 대한민국에.

    ◇ 정관용> 아까 말한 명암의 암?

    ◆ 유시민> 네, 지금 아이고, 우리 비정규직제도나 이런 거요. 그다음에 부당한 차별 같은 거 많고요. 과거에는 뭐 권력자 마음에 안 드는 얘기를 했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고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얼마나 추해요. 무고한 사람 간첩으로 조작하고 지금도 그런 일이 있죠.

    ◇ 정관용> 이런 표현도 등장합니다. 평등하게 가난했던 독재국가로부터. 불평등하게 풍요로운 민주국가로. 이런 표현도 나와요.

    ◆ 유시민> 네. 우리가 그렇게 변했다고 보죠. 또 훌륭했던 점은 자유당 때 얘기지만 외신기자가, 영국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 한다는 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는 거 기다리는 거하고 똑같다.

    ◇ 정관용> 맞습니다.

    ◆ 유시민> 그리고 어떤 주한미군 사령관이 임기 마치고 나서 한국국민은 들쥐와 같아서 어떤 센 사람이 나오면 다 따라간다, 그런 얘기를 듣던 민족, 국민이에요, 우리가. 그렇지만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이루어냈잖아요, 우리가. 그리고 1959년 제가 태어났을 때는 아프리카 토고나 이런 나라들하고 맞먹는 세계 최빈국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현대적인 중화학공업부터 시작해서 첨단디지털산업까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나라가 됐잖아요. 이런 것들을 집단적으로 이루어낸 역사라는 것은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좀 안타까운 게 자꾸만 우리를 우리보다 훨씬 훌륭한 외국하고 견주어서 생지옥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우리 역사가 오로지 어둠만 있었던 것처럼. 이거는 자기비하예요. 우리가 예수, 석가모니보다 못하다고 해서 나는 가치 없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의 역사는 자랑스러워야 된다라는 아집 때문에 현대사회의 그늘을 안 보려고 하는 태도가 있어요. 이건 자기가 실제 석가, 예수만큼 훌륭하지 않으면서 그런 것처럼 행세하는 거거든요. 이게 자아도취적 역사인식인데요. 이 양극단이 우리 사회에 있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는 인간이고 우리의 현대사도 사람들이 만든 역사니까 양쪽이 다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좀 더 훌륭한 나라를 따라 배우려고 노력하되, 지금 당장 거기까지 못 갔다고 해서 우리를 자신을 비하하지는 말자.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흉한 모습은 또 그것대로 직시해 보자. 그게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 과거 속에 그 연원과 발생사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좀 더 훌륭한 사회. 좀 더 훌륭한 삶으로 나아가려면 잘 봐야 된다는 거죠.

    ◇ 정관용> 아까 제 표현은 공과 과. 유 장관 표현으로는 명과 암, 여기 나온 거로는 좀 흉한 모습과 아름다운 모습.

    ◆ 유시민> 네. 진짜 특이한 나라예요, 대한민국 자체가 제가 아무리 봐도.

    ◇ 정관용> 이게 어떻게 보면 저는 인류역사를 통틀어서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가장 응축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여기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거든요.

    ◆ 유시민> 중국도 못지않죠. 지금 속도 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어떻게 보면 빨리 변하고 있는.

    ◇ 정관용> 아직 속도에서 저희를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유시민> 경제적으로 속도는 따라 왔어요. 그러나 정치 사회적인 변화는 우리만큼은 안 되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도시화라든지 이런 거까지 포함하면 아직 멀었죠. 거긴 워낙 또 규모가 크니까.

    ◆ 유시민> 예전에 김진경 시인이 쓴 책 중에 제목이 '300년을 30년에 산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 이런 책이 있었어요. 제가 그걸 인용도 해 놨는데. 너무 짧은 시간에 다른 나라보다 5배, 10배 이상의 빠른 변화.

    ◇ 정관용> 응축적 변화.

    ◆ 유시민> 응축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이 현대사회에 대한 해석도 그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그리고 그런 문화적, 사회적 변화까지 다 이렇게 반영이 된 세대 간의 가치관의 차이, 이것도 클 수밖에 없어요.

    ◇ 정관용> 바로 그래서 우리보다 선배 세대들은 아무래도 너무도 헐벗고 가난했던 걸 너무 많이 경험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또 폭압적인 것도 너무나 많이 당해 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이야, 이 정도 살게 된 게 얼마나 좋은 건데.

    ◆ 유시민> 그런 것 있죠.

    ◇ 정관용> 나는 즉, 연세가 많으실수록 아까 표현하신 바로 말하면 자아도취적 역사관이 많을 수 있고. 우리 지금 한참 밑에 사회 진출한 젊은이들 보면 치열한 경쟁을 뚫었는데도 직장도 없고 취업했는데 또 금방 잘리고 비정규직이고 이런 생지옥이 없고 그들은 자기비하적 역사관 쪽으로 흐르게 되고 그런 것 아닙니까?

    ◆ 유시민> 꼭 그런 건 아니에요.

    ◇ 정관용> 대체로 경향이.

    ◆ 유시민> 아니요. 저는 그렇게 보는 건 아니고 고령세대의 시민들이 자아도취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그분들이 자기가 살아왔던 시대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 정관용> 물론이죠.

    ◆ 유시민> 그러니까 젊은 세대가 그 이전 세대가 겪어왔던 역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면을 너무 많이 얘기를 하면 그것이 단순히 현대사회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서 내가 살아온 시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나의 삶을 공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의식이 그런 소망, 나의 삶을 긍정하고 싶어 하는 소망, 이런 것들이 지금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 세력에 대한 지지로 아주 강고하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저는 그렇게 봐요.

    ◇ 정관용>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또 젊은 층들은.

    ◆ 유시민> 젊은 층은, 역시 젊은 층은 젊기 때문에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든가 어떤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고 더 좋은 사회에 살고 싶은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유시민> 인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진취적이고 변화를 요구해요.

    ◇ 정관용> 그리고 뭔가 흉한 모습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되지 않습니까.

    ◆ 유시민> 왜냐하면 국제화 시대, 정보화 시대에, 예전 세대는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사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빤히 손바닥 안에서 다 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더 많이 해요. 그러다 보니까 변화의 욕구가 큰 거죠. 그래서 세대 간에 나타나는 이런 것들은 병리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한데.

    ◇ 정관용> 어쩌면 자연스러워요.

    ◆ 유시민> 그런데 한 시대 안에서 이렇게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생각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사회적으로 좀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 정관용> 힘든 사회가 되죠.

    ◆ 유시민> 대화를 좀 더 해 보자, 그런 거죠.

    ◇ 정관용> 그래서 결국은 서로 공감하자.

    ◆ 유시민>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 정관용>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하자라고 주장하시는 거죠.

    ◆ 유시민> 공감할 수 있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주장하는 거는 아니에요. (웃음)

    ◇ 정관용>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 유시민> 그거는 좀 달라요. 제가 전직 장관으로 나왔으면 ‘공감해야 됩니다.’ 이렇게 얘기할 텐데 작가로 나왔기 때문에 ‘공감할 여지가 있어요.’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 정관용> 하실 테면 하세요, 이런 거다, 이거죠?

    ◆ 유시민> 네. 뭐 할 수 없는 거 아니잖아요, 그렇게.

    ◇ 정관용> 그런데 참 어렵죠, 그 공감이.

    ◆ 유시민> 그런데 좀 마음을 열면 상당 부분 가능하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저는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충분히 공감할 자세가 돼 있다고 생각하고.

    ◆ 유시민> 네, 일반적으로는.

    ◇ 정관용> 그런데 공감하려고 하면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정치권, 언론계에.

    ◆ 유시민> (웃음) 네.

    ◇ 정관용> 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 유시민>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또. 그게 그런 차이를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취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인간사회 아니겠어요?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이 사회가 그런 어떤 갈등의 수준은 좀 줄이고 공감의 폭은 넓히는 쪽으로 가는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 유시민> 그렇죠.

    ◇ 정관용>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제?

    ◆ 유시민> 그러니까 우선 저는 젊은 세대가 역사공부를 좀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젊은 사람들이 더 노력해야 돼요. 그다음에 고령세대는 귀를 좀 열 필요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주장을 자꾸 하면 쟤들 왜 저래, 철없는 애들. 6.25도 안 겪어본 것들이, 이렇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젊은 세대는 또 자기 세대의 인생이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삶을 거의 열심히 살아와서 마지막 단계에 이렇게 오신 분들로서는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대한민국을 살아갈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서 귀를 좀 열어주고 이렇게 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을 텐데, 그런 느낌이 있어요.

    ◇ 정관용> 얼마 전에 저희 프로그램에 만화가 이현세 씨가 한번 출연하신 적이 있는데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제가 아주 참 감명 깊게 들은 것이 있어요. 이현세 씨가 연배는 우리 유 장관보다 아마 조금 위일 텐데….

    ◆ 유시민> 네, 우리 이현세 씨 만화를 20대 때 열심히 봤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분이 젊었을 때는 그 부모님 세대가 하나같이 자식들한테 그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뭘 알아. 너희들이 알아서 해'. 이랬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자기 세대들이 제일 못 됐다는 거예요.

    ◆ 유시민> 니들이 뭘 알아?

    ◇ 정관용> 그러니까요. 자기 자식세대들한테 '니들이 뭘 알아?' 이렇게 한다는 거예요. 그것이 젊은 세대들도 버리고 윗세대도 버리고 있다.

    ◆ 유시민> 그런데 그게 뒤집어서 얘기하면 성취감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우리 세대가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있는데 그걸 인정을 안 해 주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단히 많고. 저는 뭐 우리보다 좀 윗세대 지금 한 60대, 70대 이분들 또는 더 넓게 보면 50대까지 제 세대를 포함해서 뭔가 이룬 것이 많이 있는 세대임을 인정해야 된다고 봐요. 그런데 누가 인정 안 해 줘도 사실 자기 마음에 있으면 되는 건데 좀 부당하게 인정 못 받고 있다는 서운함 때문인지 좀 그런 것 같죠.

    ◇ 정관용> 지금 유 전장관의 경우 작가로 변신이 아니죠? 작가로 돌아가신 거지요?

    ◆ 유시민> 네, 복귀한 거죠.

    ◇ 정관용> 제가 아주 가끔씩 6개월 정도에 한 번씩 이렇게 방송에서 뵙는 것 같은데. 과거에 비해서 굉장히 허용수준이 넓어지신 거는 제가 분명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유시민> 지금 혼자 있으니까요. 예전에 정치를 할 때는 패를 지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 패거리의 입장도 있고. 또 아무 얘기나 했으면 패거리 안에서 얘기 듣는 그런 것도 있기 때문에. 정당이라는 게 패거리 당 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좀 그렇고. 지금은 온전히 혼자니까. 사실 뭐….

    ◇ 정관용> 그 패거리 당이긴 하지만 그 패거리들의 허용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닙니까?

    ◆ 유시민> 좀 그렇죠. 모여 놓으면 그래요. 원래 집단에는 양식이 없다, 양심이 없다, 그런 말도 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정치, 선진민주정치는 허용수준이 넓은 것부터 시작되는 거 아닌가요.

    ◆ 유시민> 그게 관용, 서로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인데.

    ◇ 정관용> 자꾸 제 이름 부르시지 말고. (웃음)

    ◆ 유시민> 그게 남북한이 서로 적대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내부에서 상대방에 대해서 배려하자는 주장을 하면 배신자로 몰잖아요. 그게 적대적 공존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유시민> 지금 우리 정치에서도 보면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맞아요.

    ◆ 유시민> 새누리당이라는 보수정당과 새정치연합, 자유주의정당 또는 진보정당 사이에 그런 적대적 공존관계가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을 막 비난하면 인기가 올라가고 상대방도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을 얘기를 하면 그거를 일종의 배신으로 몰아서 왕따 시키고 그런 게 있죠.

    ◇ 정관용> 남북관계 얘기하신 김에 거기는 거짓혁명과 거짓공포의 적대적 공존이라고 썼습니다. 북한이 거짓혁명. 어떤 의미에서?

    ◆ 유시민> 북한은 혁명을 한 적이 없어요.

    ◇ 정관용> 그렇죠. 왕조시대니까.

    ◆ 유시민> 조선시대에 고종황제가 통치하다가 일본 왕이 총독을 보내고 하다가 그다음에 소련군이 들어왔다가 소련군 아래에서 김일성이라는 사람이 와서 또 왕이 된 거죠. 3대째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그런 그냥 교과서에서만 혁명이 있었던 거고 진짜 혁명은 안 일어난 나라예요.

    ◇ 정관용> 우리 한국은 거짓공포라고 표현하셨는데, 의미는?

    ◆ 유시민> 북한하고 우리하고 지금 경제력 격차가 1인당 GDP로 보면 30배 이상 벌어져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미국이라는 아주 세계 최강의 동맹이 있는 나라거든요.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 왜 공포감을 가져요? 그러니까 북한을 제거해야 될, 제거해야만 하는 위험으로 보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서 관리해야 될 위험으로 보는 쪽으로 성숙해야 되는데 혹시라도 북한 편을 조금이라도 든다는 오해를 받게 되면 사는 데 너무 큰 지장이 생긴다, 이 공포감이 사실상 60년 동안 우리 국민들을 지배해 왔다, 저는 그렇게 보고. 이 공포감이 저는 가짜라고 저는 보는 거죠.

    ◇ 정관용> 어쨌든 한 걸음, 한 걸음 오늘에 이르기까지 좋아지고 있는 건 맞습니까?

    ◆ 유시민> 네, 그럼요. 저는 그렇게 봐요.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 정관용> 일각에서는? 아예 더 질문을 드리면 일각에서는 좀 좋아지다가 후퇴하고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물어본 겁니다.

    ◆ 유시민> 그런 면도 있죠. 사회가 모든 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진보하지는 않거든요. 때로는 어떤 분야의 진보가 빠르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분야에서는 후퇴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가는 거라고 보고요. 다만 제가 한국현대사를 지금 전체적으로 보는 관점은 이 국민대중의 욕망이 만들어 낸 역사라고 저는 보는 거예요. 무슨 박정희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역사가 아니고 무엇인가를 갖기를 원하는 대중의 욕망이 한국현대사 60년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보는 것이고.

    ◇ 정관용> 잘 살고 싶고 자유롭게 살고 싶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유시민> 그다음에 개성을 발현하면서 자아실현 하고 싶고 이런 건데. 문제는 이 다양한 욕망의 위계체계에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물질에 대한 욕망, 이것이 너무 압도적으로 크다는 거예요, 아직도. 그러니까 한국사회가 좀 더 훌륭한 사회로 발전해 나아가려면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시민들 개개인이 직시해 봐야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 체계 안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유로움, 나의 개성의 발현, 올바른 삶, 이런 것들에 대한 자아실현의 욕구 내지 존중의 욕구, 이런 것들의 우선순위를 좀 앞으로 당겨줘야지 지금처럼 무한욕망을 충족시키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 가서는 한국사회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거다, 앞으로. 그렇게 봤습니다.

    ◇ 정관용> 역사책까지 나의 감정과 평가를 실어서 쓰실 정도면 이제 전망 내지는 예측도 하셔야 되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부 어떻게 예측하시는지 짧게 답변하시면.

    ◆ 유시민> 그냥 지금처럼 쭉 갈 것 같아요, 불행하게도.

    ◇ 정관용> 지금 처럼이라고 하는 것은 뭐죠?{RELNEWS:right}

    ◆ 유시민> 옛날 왕으로 치면 좀 안 된 말이지만 혼군이에요, 혼군. 양상이 그래요. 폭군은 아니에요. 혼군이에요. 그래서 이제 혼군에서….

    ◇ 정관용> 이대로 그냥 후반부가 쭉 간다.

    ◆ 유시민> 네. 여기서 벗어나려면 타인의 지혜를 빌려야 해요.

    ◇ 정관용> 빌려야 되는데 안 할 것 같다.

    ◆ 유시민> 그게 잘 안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정권이 바뀝니까, 다음번에?

    ◆ 유시민> 그건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저는 바꾸는 쪽으로 민심이 자꾸 커질 가능성은 있지 않나, 이렇게 보죠.

    ◇ 정관용> 야당이 그런데 제대로 할까요?

    ◆ 유시민> 그렇게 묻는다면 야당도 예수님, 석가모니가 모인 단체가 아닌데 다 잘하긴 하겠어요? 그렇지만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 그거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면이 생길 거니까.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유시민> 고맙습니다.

    ◇ 정관용> 나의 한국현대사 들고 오신 작가 유시민 씨를 만났습니다.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뵙죠. 고맙습니다.

    ◆ 유시민>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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