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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관심사병도 GOP 투입 '시한폭탄 떠 안는 꼴'



국방/외교

    고위험 관심사병도 GOP 투입 '시한폭탄 떠 안는 꼴'

    軍 만성적 인력부족…제2, 제3의 임병장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에서 GOP 총기난사로 5명이 숨지고 7명의 부상자를 발생 시킨 무장 탈영병이 고성 제진 검문소 인근 명파 초등학교서 군과 교전을 벌인 가운데 22일 오후 교전지역 인근으로 군인들이 증원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한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22) 병장이 사고유발 고위험자였던 A급 관심사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예고된 사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해당 부대로 전입해 온 임 병장은 전입 3개월 만인 같은해 4월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 임 병장이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된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워낙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다"며 대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임 병장은 7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실시한 인성검사에서는 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등급이 완화됐다. A급 관심사병은 GOP 근무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B급 관심사병은 부대장의 판단하에 GOP 근무가 가능하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의 분류등급이 완화된 이유에 대해 "임 병장에게 부분대장 직책을 맡겼더니 임 병장이 보다 활발해지고 부대생활에 잘 적응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분류등급이 완화되고 1개월 뒤 부대장 판단에 따라 GOP에 투입됐다.

    이후 올해 3월 임 병장에 대해 인성검사를 실시했지만 역시 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3개월여 뒤인 지난 21일 임 병장은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하는 끔찍한 사고를 저질렀다.

    육군은 현재 보호관심병사 등급을 A, B, C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임 병장이 처음 받은 A급 관심사병은 자살우려자 A·B급(자살계획/시도경험), 진단도구 검사결과 특별관리 대상자, 사고유발 고위험자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다.

    B등급은 자살우려자 C급(자살생각), 결손가정·신체결함·경제적 빈곤자, 성관련 규정위반 우려자, 성격장애자, 구타.가혹행위 우려자, 사고유발 위험자 등이고 C등급은 입대 100일 미만자, 허약체질자, 보호가 필요한 병사, 특별관리대상에서 등급조정자, 동성애자 등이다.

    비록 임 병장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분류등급이 완화됐다고 해도 임 병장은 여전히 사고유발 위험이 있는 등급의 병사였던 것. 하지만 부대장은 근무 중 항상 총기와 실탄, 수류탄을 소지해야하는 GOP에 임 병장을 투입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그렇다면 왜 임 병장 같은 보호관심병사가 사고 위험이 높은 GOP에 투입돼야 했을까? 군 안팎에서는 육군이 처한 만성적 인력 부족 문제가 바로 그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력 소요는 여전한데 입영대상자는 점점 줄어들면서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방부대 소대장을 경험한 한 현역 육군 대위는 "한 소대에 관심사병이 많게는 절반 이상이 도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관심사병을 근무나 작전 등에서 열외시키면 부대 운영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전 비서관도 "현재 각 부대에 정원 편성이 100%인 완편부대는 거의 없다"면서 "거의 모든 부대가 인력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관심사병도 GOP 근무에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인력부족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임 병장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경우 전체 1만여명의 부대원 가운데 20%에 가까운 1,800여명이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A등급은 300여명, B등급은 500여명, C등급은 1,000여명이다. 이 때문에 이들 관심사병들을 GOP를 포함해 위험도가 높은 근무나 작전에서 모두 제외할 경우 부대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부대장이나 부대원들은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군 복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대형 사건·사고를 막기위해서라도 장·단기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비서관은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우선 단기적으로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GOP 근무 주기 단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라크전 당시 참전 미군은 자살이 늘어나자 파병기간을 줄여 효과를 본 바 있다.

    박 비서관은 이와함께 장기적으로는 인력에 의존하는 군의 운영 방식을 자동화, 기계화하는 군 정예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전방 GOP의 경우 무인경계시스템을 도입해 인력은 덜 투입하면서도 효과는 높이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숫자 중심의 부대 운영에서 질 중심의 운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현재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성검사를 좀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군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개발한 인성검사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임 병장의 예에서 처럼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성검사 도구에만 의지하지 않고 전문 인력을 통해 주기적인 인성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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