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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 맛있는 삼촌(농촌·산촌·어촌) 찾아 삼만리



전국 방방곡곡 맛있는 삼촌(농촌·산촌·어촌) 찾아 삼만리

[노컷이 만난 사람] 식생활소통연구가 안은금주 빅팜컴퍼니 대표이사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농사 짓기도 바쁜데 농민들이 소비자나 유통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쉽지 않죠. 누군가는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농업회사법인 빅팜컴퍼니의 안은금주(39) 대표이사는 국내 1호 '식생활 소통 연구가'다. '식생활 소통'이란 우리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먹는 사람 간의 연결을 돕는 과정을 말한다.

요즘 안 대표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지난해에는 이태원동 하베스트 남산 레스토랑과 CJ 푸드빌의 뷔페형 한식당 '계절밥상'을 통해 농촌 자원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외식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더니 올해는 우리 전통 시장을 신개념의 식문화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개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 박물관문화예술최고위 소속 40여명을 데리고 평창올림픽시장 체험투어를 다녀온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 상인 교육, 메뉴 개발 등 음식 관광 콘텐츠 교육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CJ오쇼핑 '1촌1명품 식객원정대' 라든지 중앙M&B 레몬트리 잡지의 '푸드 트립', 음식 문화 기행인 '컬리너리 투어', 제철 먹을거리를 찾아가는 '로하스 미각 여행', 어린이들을 위한 '미각 클래스' 등은 안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한국 식문화 트렌드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활동들이다. 여기에 우수한 식재료와 아름다운 농장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다양한 식문화 기행은 가정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들부터 외신 기자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식생활 소통 연구가가 되기 전 그녀는 KBS '6시 내고향' '세상의 아침', MBC '고향이 좋다' '화제집중' 등에서 농어촌 전문 리포터로 10년을 활약했던 베테랑 방송인이라는 사실이다. 농촌, 산촌, 어촌 등 지역 특산물과 별미를 찾아 전국에 안 다녀본 촌(村)이 없는 그녀는 방송 생활을 할 때에도 다들 기피하는 배 타기와 산행 등을 즐겨 동료들이 거부한 아이템을 모두 그의 몫이었다.

대학에서 식량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우연히 농어촌 전문 방송에서 리포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한다고 여겼다. 산지를 다니며 식재료를 채집하고 농사짓는 모습을 취재해 시청자들에게 전하던 안대표가 본격적으로 식생활 소통 연구가가 된것은 우연만은 아닐 터. '산·바다 전문'이라 불리며 석이버섯을 채취하는 어르신들을 따라 한계령 절벽을 기어오르고, 심마니를 따라 태백산맥 능선 굽이굽이를 다니며 산삼을 발견하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인터뷰가 끝났어도 개인적인 호기심이 생기면 풀릴 때까지 몇 번이나 묻고, 전화하고, 찾아갔다. 그때 마다 만난 농어민들은 지금 일을 하는데 있어 인생의 스승이 됐다.

안대표가 이 일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도 있었다. 프로그램으로 만나서 개인적으로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좋은 재료를 묻는 지인에게 소개하는 것을 소소한 보람으로 느끼던 어느 날 취재로 만난 의령의 구아바 농부가 책 한 권을 건넸다.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 농부의 이야기를 다룬 '기적의 사과'라는 책과 함께 그는 "한국판 기적의 농부를 찾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농부는 무심히 한 말이었지만, 책을 덮으며 그녀는 기무라 아키노리에게 감동했다. 그리곤 '우리의 친환경 농업 이야기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생겼단다.

안 대표는 유기농이니 무농약이니, 친환경 같은 단어가 널리 퍼지기 전부터 묵묵하게 이로운 먹을거리를 키워온 한국판 기적의 농부들과 그들이 자식처럼 키운 귀한 식재료를 세상에 좀 더 자랑하고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 것이다.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이야기를 듣는 등 현장에서 오감으로 느끼면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됐다.

그 후 취재했던 농부들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조금씩 실었다. 30~40년 농사꾼으로 살아온 이야기, 3대에 걸쳐 내려오는 가업의 계승과 비법 등 오래전 현장에서 인터뷰한 것들부터 풀어내기 시작했다. 10년 전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물론 디지털카메라로 기록한 사진도 촬영 뒷이야기와 함께 올렸다. 2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야기가 꽤 모이고 사람들의 눈에 띄자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그중 서른다섯 명의 착한 농부와 그들의 건강한 먹을거리 이야기를 담은 '싱싱한 것이 좋아'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그러는 사이 직업도 바뀌었다.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친환경 작물을 생산하는 농부 중에서도 유별난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것을 기른 사람이 얼마나 깐깐한지 알았을 때 그 수확물을 온전히 믿게 되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기른 파프리카는 그 꼭지까지도 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유통사에 농가의 깨끗하고 애정 어린 손길과 역사가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고 싶어졌어요."

안 대표 스스로에게 이름붙인 '식생활 소통 연구가'라는 타이틀이 정착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소통'이 힘든 순간에는 마음을 더 단단히 해야 했다. 소통의 가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지고있을 때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시골을 소재로 한 음식여행을 기획(컬리너리 투어)해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블로그를 보고 국내 모은행 측에서 40~50대 간부들의 여행을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가 곰곰히 생각했죠. 40~50대 남자직원들에 남성성을 다시금 깨워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심마니 투어를 기획했어요."

일반 국내여행보다는 다소 금액대는 높았지만 앙코르는 물론 3차 투어까지 조기 마감될 정도였다.

"제대로 된 여행을 위해 먼저 심마니분들을 설득했어요. 산을 타기 위한 사전교육은 물론 안전을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여행 오시는 분들은 처음여행지지만 심마니분들은 평생 삶의 터전이거든요. 이분들이 민폐가 아니라 손님이다. 향후 당신의 직거래 판매가 되는 루트가 되는 강한 고객이다라는것을 강조했어요. 당일 투어에 적절한 체험가격을 맞추고 이런것들은 저희가 중간에서 사이좋게 공평하게 조율해드렸죠."

빅팜 컴퍼니는 이를 계기로 지난 2011년 온고푸드 커뮤니케이션의 최지아 대표, 경희대 김태희 교수 등과 함께 전 세계 22개 지부를 가지고 있는 컬리너리 투어리즘 협회의 한국 지부를 창단한다. 앞으로 음식문화 관광사업은 크게 발전할 전망이고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된 음식문화 관광은 농촌이 그 기반이 돼야만 한다는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이후 기획과 강의, 컨설팅, 제품 판로와 유통 안내까지 수많은 요청이 들어왔다.

"직접 체득하지 않은 채 입맛을 강요받게 되면 소통은 끊어집니다. 직접 가서 직접 보고 먹는 산지 여행, 컬리너리 투어야 말로 농가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견본인 셈이죠."

농촌과의 소통에 있어서 안 대표는 원산지에서의 '본질적 소비'를 강조한다. 이를테면 담양의 떡갈비를 맛보기 위해서라면 담양으로 직접 가는 경로만이 유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드 바이 담양'인 동시에, '온리 인 담양'이 성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서비스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안 대표는 말한다. 관광객들을 대하는 농가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야만 유통의 기회를 꾸준히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농민들을 위한 서비스 교육에 힘쓰는 한편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온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이 성과를 낼 수 있게 '기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 농촌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팬층 형성'을 위해 4년 전부터 이 같은 중간 역할자들을 배출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안 대표는 2011년 개설한 푸드 큐레이터 과정을 통해 꾸준히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고,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팜메이트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 4명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현재는 총 100명(10기)까지 배출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높다.

현재 안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농부들과 식재료를 더 잘 알고 바르게 먹을 수 있도록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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