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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규제개혁…예고된 푸드트럭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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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갈팡질팡 규제개혁…예고된 푸드트럭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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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부처간 협의 실종…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한 상인이 푸드트럭을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제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건의됐던 푸드트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민들의 생계 수단 마련을 위해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추진됐지만 정작 대기업들의 수익사업으로 변질 왜곡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원칙과 기준 없이, 시간에 쫓겨 너무 촉박하게 진행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관련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규제완화 건수 채우기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 푸드트럭 대기업 참여…예고된 참사

    7월부터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된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소형 화물차의 구조변경을 허용한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접객업으로 승인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소형 화물차 구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판매된 1t 트럭(포터, 봉고3)은 53,3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300대 보다 10.5% 증가했다.

    서민들이 생계 마련을 위해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일부 백화점들이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푸드트럭 장소를 제공해주고 판매 금액의 15%를 받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형 외식업체들은 푸드트럭을 분양해 식자재 납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푸드트럭 사업에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영세 상인을 살리겠다는 규제 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대통령은 2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규제완화 조치는 서민생계형 푸드트럭의 불법성을 해소시켜 서민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조치"라며 "만약 이런 생계형 부분까지 대기업이 나선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푸드트럭 규제완화를 포함한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원칙과 기준 없이 추진되면서,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데 있다.

    ◈ 부처 간 협의 실종…산으로 가는 규제개혁

    정부는 2013년 9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공무원과 민간인이 각각 13명씩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건의된 푸드트럭과 도시공원 지하터널 건설 등 101건의 개선방안도 추진단이 발굴했다.

    하지만 이번 푸드트럭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지 못한데다 자동차 구조변경과 식품위생 등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조차 각 부처별로 제각각 승인이 이뤄지면서 종합적인 시행 방안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규제개선추진단과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의 손발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개선추진단의 한 간부 직원은 "푸드트럭의 경우 지난 1월에 규제완화 대상에 선정돼서 관련 부처의 동의까지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됐지만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총리실 국무조정실의 경우도 규제개혁의 큰 틀은 마련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선 추진단과 관련 부처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3월에 보고된 101건의 건의사항은 추진단이 맡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면서도 "여러 부처가 얽혀있는 덩어리 규제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하기도 그만큼 어렵다"고 전했다.

    (자료사진)

     

    ◈ 세월호 참사…갈팡질팡하는 규제완화

    당초 국무조정실은 이달 말까지 경제 규제는 12%, 사회 규제는 8%를 일괄 감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건수 채우기 정책 때문에 안전 관련 규제도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국무조정실은 규제완화의 기준과 틀을 수정했다.

    기업 활동과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핵심규제와 덩어리규제에 대해선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업무 특성상 규제가 많은 국토교통부의 경우 2,400여건의 규제 가운데 12%인 290여 건을 일괄 감축해야 하지만, 핵심규제와 덩어리규제를 발굴하면 감축 규제 수가 확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규제와 덩어리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없는데다,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부여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규제개혁 회의에 참석하면 전에는 무조건 숫자를 줄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양보다 질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질적 규제완화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핵심규제와 덩어리규제를 발굴해 완화하기 위해선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데, 가중치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한된 인력 가지고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원칙과 기준 없이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제2의 푸드트럭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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