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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방화에 불안한 시민들…'사회 불신' 우려



사회 일반

    잇단 화재·방화에 불안한 시민들…'사회 불신' 우려

    • 2014-05-28 16:49

    전문가들 "무엇이 원인이고 잘못인지 적극 알려야"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형 화재와 방화까지 잇따르면서 시민들 사이에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지하에서 불이 나 8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한데 이어 27일에는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쳤다. 28일에는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방화로 인해 21명이 숨졌다.

    서울에서도 28일 홈플러스 동대문점 주차장과 종로구 SK그룹 지하 주차차량에서 불이 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진입하는 전동차 안에서는 70대 남성이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르는 아찔한 일도 발생했다.

    ◈ '어디서 뭔 일이 터질지…' 불안감 증폭·단체 활동 위축

    연일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에 시민들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 역시 안전하지 않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부 황금선(53)씨는 "왜 이렇게 큰 일이 자주 나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아들에게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고은경(25·여)씨는 "대중교통 타는 것도 두렵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도 무섭다"며 "그렇다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안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도곡역 부근 직장에 근무하는 조성룡(26)씨는 "오전에 회사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고 대피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무서웠다"며 "특히 내가 일하는 건물에서 불이 났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이 단체여행이나 행사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주부 지미경(45·여)씨는 "고등학생 아들의 수학여행을 두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찬반 투표 의견을 물었는데 결국 수학여행이 취소됐다"며 "무조건 막는 게 대안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불안해서 어디 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씨는 "아들에게도 평소 학교, 학원 건물의 대피로를 알아두고 안전수칙을 알아두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생겨난 시스템에 대한 불신…"사회 전반 신뢰 높여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을 믿고 대기하다 피해를 키우고 당국의 미숙한 대응 등을 확인한 '세월호 학습효과'로 인해 사회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민감해진 시민들이 사고 발생 확률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것과는 별개로 '불안의 만성화'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공적 제도나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특히 세월호 사고에서 비난해야 할 대상이 우리 자신이다 보니 심적 충격이 더 컸고 이후 사고에도 더욱 예민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장성, 도곡역 사고는 방화로, 범죄"라며 "범죄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로, 개인 수준의 스트레스 탓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불안을 고조시킨다"며 "근본적으로 부정부패 해결 등을 통해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불안감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비상시국'으로 정의하며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작은 것에도 민감해져서 문제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눈에 보이는 사고도 문제지만 사람들의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도 더 큰 문제로, 불안은 전염될 수 있다"며 "정부는 무엇이 원인이고 잘못됐는지, 대책 등을 빨리 알리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선적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처럼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하고 정기점검 등 장기적인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며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은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세월호 사고가 아직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라 실제보다 발생확률을 더 크게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개인 수준에서는 일상의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정상적인 사고 패턴으로 돌아오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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