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길환영 사장이 21일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밝힌 가운데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거주지와 실명을 밝힌 시민들이 KBS의 공영성 회복을 염원하며 내걸은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황진환기자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협회는 21일 “길 사장이 공식 보고 루트가 아닌 비공식 라인을 통해 ‘뉴스9’ 가편집 큐시트와 보도국 내 현안 등 정보사항을 보고 받은 정황이 있다”며 이에 대한 증거로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의 팩스 송신 내역을 공개했다.
4월 17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지난 28일간 팩스 기록을 살펴보면, ‘뉴스9’ 가편집 큐시트를 포함해 모두 12건의 내역이 길 사장에게 송신됐다. 특히 보도본부 수뇌부와 부장단의 아침 편집회의가 끝난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 사이에 송신이 집중됐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16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매일 오후 4시 경, 그날의 ‘뉴스9’ 큐시트를 사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이 사실만으로도 길 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식 보고 이전에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보도본부 내 ‘뉴스9’ 뉴스의 아이템 선정 과정을 들여다봤을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또 “보도본부 간부들도 ‘보고한 적도 없는 사실을 길 사장이 이미 자세히 알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편집회의서 한 발언이 고스란히 사장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정황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기자협회 측은 “진상조사팀의 해명 요청에 대해 디지털뉴스국 소속 모 인사는 ‘보도국의 공식 지휘라인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보도국 현안에 대해 사장에게 조언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