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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슬픔이 점차 분노로…"朴 정부가 책임져라"



사회 일반

    [세월호 참사] 슬픔이 점차 분노로…"朴 정부가 책임져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늦어지고 당국의 사후 대처 역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나라 안팎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 회원들이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어버이날 학부모·시민 1박 2일 촛불행진을 광화문으로 이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카네이션 못 달겠다"…거리로 나선 어머니들

    먼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자식을 잃는 슬픔에 깊게 공감했던 학부모들이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육아 커뮤니티 '자연출산카페' 회원 등 아이 어머니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가족 나들이 대신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행진을 벌였다.

    8일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이 아닌 노란 리본을 단 학부모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로 행진했다. 손에는 반납한 붉은 카네이션이 담긴 노란 종이배가 들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막아선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나기도 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들은 사고의 진상을 규명할 것과 특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고 "국민의 안전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행진을 주최한 참교육학부모 박범이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 수장된 상태에서, 도대체 정부가 왜 아직도 뒷짐을 지고 있고 속 시원하게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저희는 일반 평범한 국민으로서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리신학대학교 도심빈민선교회·사람됨의신학연구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요구안 전면 수용·무능정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 중 경찰병력과 충돌, 연행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세종대왕상 점령한 대학생들

    대학생들은 박근혜 정권과 내각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직까지 국민이 안심할만한 '책임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정부를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

    감리교신학대학교 소속 대학생 8명은 8일 오후 2시 30분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사고 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곧바로 경찰에 의해 전원 연행됐지만 이들의 시위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같은 날 오후 3시쯤에는 한신대, 경기대, 덕성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남대, 부산대생 등 대학생 20여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또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책임있는' 행동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50개주 동시집회 포스터. (미시USA 홈페이지 캡처)

     


    ◈ "컨트롤타워 없는 조국"…50개 주 집회모임

    해외 교민들도 정부 규탄 시위에 동참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민들이 촛불을 밝힌 데 이어 8일에는 워싱턴 D.C. 한국대사관 앞에서 주부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최한 '미씨모'(미씨엄마모임)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 상황이 너무나 개탄스러워 그 어떤 분노의 말도, 미안함의 말도 지금 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면서 "지금 당장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추모와 위로는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 악덕 기업주, 안일한 해경, 사욕에 물든 정부 관료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정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책임을 져야할 자리에 앉아있는 사회 구성원이 지녀야 할 판단력과 책임감의 부재',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악덕기업의 탐욕과 안전불감증', '해피아들 간의 검은 거래가 빚어낸 인재', '정부의 재난 대처에 대한 무능력과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규탄하고 책임 있는 모든 이들의 처벌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미시USA' 회원들을 중심으로 교민들의 집회는 계속된다.

    10일부터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선두로 50개 주(州) 집회모임이 시작된다.

    집회가 확정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 뉴욕, 뉴저지 북부와 중부,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브랜든·템파·올랜도, 미네소타, 미시간, 미주리, 버지니아 북부, 네바다의 라스베가스, 메사추세츠의 보스턴, 캘리포니아의 가든그로브·얼바인·산호세·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토렌스, 워싱턴의 시애틀, 일리노이의 시카고, 애리조나, 앨라배마의 터스칼루사, 조지아의 애틀랜타, 뉴멕시코, 위스콘신의 메디슨, 유타, 인디애나, 캔자스, 오리건의 포틀랜드,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의 피츠버그, 하와이, 텍사스의 휴스턴, 워싱턴 D.C., 메릴랜드 등 총 28개 주, 38개 도시다. 캐나다의 토론토도 참가한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집회가 열릴 예정이고, 18일에는 가장 많은 수의 도시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린다. 따로 제작된 집회 포스터에는 "아직도 배안에서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움직임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교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새벽 KBS 사장의 공개사과와 보도국장 파면 요구에도 KBS가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박 대통령 만나게만 해줘요"…영정 품은 유가족들의 밤샘 농성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 KBS와 청와대로 향했다.

    지난 8일 밤, 유가족 100여 명은 분향소를 떠나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도착했다. 길환영 사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하라며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방송국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 병력에 저지돼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유가족 대표 8명과 변호사 6명, 총 14명이 대표로 KBS 본관 로비에 들어갔지만 끝내 KBS로부터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앞서 KBS는 김 국장이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들은 행진을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이미 길목마다 4~5겹의 경찰 저지선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시위를 하러 온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밤새 청와대로부터는 침묵만이 돌아왔다.

    밤샘 농성 끝에 유가족 대표들은 9일 오전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만나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석들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오후에 길환영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와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은 김 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보도에 있어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같은 날, 김 국장은 '보도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본인이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유가족들에게 별다른 사과는 없었다.

    10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집회에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국가는 무엇을 했나?"…전국 곳곳 밝힌 촛불

    전국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서울에서는 10일 연합시국기도회, 촛불집회 등이 열려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응과 사후 처리를 놓고 비판이 이어졌다.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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