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로고 깃발 자료사진
KBS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실린 38기, 39기, 40기 기자들의 반성문 10편을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개새끼들아 찍지 마. 찍지 말라고. 카메라 치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실종자의 아버지가 가족대책본부 천막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들에게 욕을 하며 카메라를 모조리 부셔버릴 듯 달려들었습니다.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취재진과 경호원들 실종자 가족들이 천막 앞 좁은 통행로에서 뒤엉키었습니다.
이중삼중경호를 받으며 대통령이 천막에 들어서고 한동안 정적이 흐르다 천막 밖으로 거친 음성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가라 내 아이를 살려내라' 등등
분노로 떨리는 어머니의 음성. 아버지의 고함소리. 흐느낌에서 통곡소리까지. 우리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기자로서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입니다.
5월4일 대통령은 사고 이후 두 번째로 진도를 방문했습니다. 팽목항에서의 혼란스러움과 분노들을 우리 뉴스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육성이 아닌 CG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의 말씀만 있었을 뿐입니다. 톱으로 대통령의 방문을 다룬 것도 모자라 두개의 꼭지로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장소별로 보도했습니다.
다행히 두 번째에는 바지선 위의 희생자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너무나 정제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분노와 절규는 사라졌고 대통령께 부탁을 하고 대통령이 위로와 당부를 하는 모습은 너무나 잘 짜여진 연출된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왜 우리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해경.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 대통령은 찬사와 박수만 받아야 하고 아무 책임도 없는 건가요??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은 어디로 간 겁니까? 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건가요.
대통령의 첫 진도방문 리포트는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습니다. 거친 목소리의 채널투는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습니다. 대통령의 안산분향소 조문은 연출된 드라마였습니다. 조문객을 실종자의 할머니인 것처럼 편집을 해서 시청자들이 객관적 사실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 2014.04.28. <뉴스9> #1. 박 대통령, 분향소 조문…"안전한 나라 만들 것"
타 매체가 그 실종자 할머니처럼 보인 그 분이 유족이 아니라고 보도했지만 우리뉴스에서 그 소식을 보긴 어려웠습니다.
희생자 가족에게 기레기다 보도 똑바로 해라
욕을 듣고 맞고 하는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0kg가 넘는 무게를 어깨에 메고 견디는 이유는 우린 사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을 우리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합니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뉴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