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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그때, 해군과 소방 헬기는 왜 없었나?



사건/사고

    [세월호 참사] 그때, 해군과 소방 헬기는 왜 없었나?

    119 구조 소방대라면 분명히 선실에 들어갔을텐데…

    해경이 촬영한 세월호 침몰 사진 (사진=해경 제공)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상황을 촬영해 28일 공개한 동영상을 본 시민들은 한심하다 못해 분노까지 치밀었다고 말한다.

    해경이 첫 출동해 세월호가 물에 거의 잠기는 때(16일 오전 10시 20분쯤)까지 4, 50분의 시간이 있었으나 구조선은 왜 100t급 경비정 한 척에 헬리콥터 두 대뿐이었는가 묻고 있다.

    경비정의 고무보트가 세월호에 도착해 구조를 시작하는 상황인데도 갑판 위 상공에는 해경의 헬리콥터 한 대가 있을 뿐 갑판 위에는 단 한 명의 승객도 없었다.

    젊은 학생들이 '선실이 안전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충실히 따랐음을 보여준 참으로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속옷 차림으로 탈출하는 세월호 선장. (사진=해경 제공)

     

    해경 4명은 팬티 차림인 선장 이준석 씨를 부축하며 세월호 밖으로 끌어내고 있었고 두 명은 갑판 위로 올라가 나오는 승객들을 구조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4, 50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선실로 들어가 구조하는 해경대원은 없었다.

    해경은 일상적인 해상사고에 대응하는 수준인 '눈에 보이는 구조', 이른바 갑판에 있거나 해상에 떠 있는 승객들을 구조하는 수준에 그쳤고 구조 인력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최초 출동한 해경의 123 경비정도 해경 상황실로부터 선실에 400~500명의 승객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선실 진입 등 적극적인 구조는 하지 않았다.

    해경은 배가 많이 기울어 올라갈 수 없었고, 장비를 제대로 갖고 있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배가 기울고 있는 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의 선실 창문을 도끼와 망치로 유리창을 깨는 등의 공격적인 구조를 했다면 302명이라는 희생자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특히 해경은 특공대 출동을 계속 미루다가 배가 거의 물속에 잠긴 이후에야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해경의 초동대응 실패와 안일한 구조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해경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해군과 소방서는 뭘 했는가?

    해군은 9시 7분 해경으로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수하자마자 5분 대기조를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군·경 합동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해군은 목포 3함대사령부(전남 영암군 삼호면)에서 사고 해역까지의 항로가 좀 돌아가는 바람에 50분가량 걸렸으며 도착해 보니 세월호는 이미 물 속에 잠긴 뒤였다고 해명한다.

    해군의 말대로 3함대 소속 해군 함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하기까지 50분 걸렸으니까 오전 10시쯤에는 사고 해역에 해군 함정이 나타났어야 했지만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고 구조에 나섰던 어민들은 말한다.

    해군은 배가 커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구명정이라도 세월호에 보냈어야 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해군은 링스헬기를 띄웠지만 링스헬기는 구조용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4, 500명의 생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에서 구조용 헬기는 무엇이고 작전용 헬기가 무슨 말인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도 작전인데, 해난사고의 구조대원은 아닐지라도 6명까지 탈 수 있는 링스헬기인 만큼 구명조끼를 입은 해군 6명을 현장에 투입했어야 했다.

    목포 해군 3함대사령부에서 사고 해역까지는 직선거리로 3, 40㎞에 지나지 않아 헬리콥터로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해군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9시 7분에 접수했으니까 최소 오전 9시 20분쯤이면, 늦어도 해경의 헬기가 도착한 30분쯤 사고 해역 상공에 해경 헬기와 동시에 나타났어야 했다.

    그렇지만 해군 헬기는 보이질 않았다.

    팽목항에 구조자들을 위한 응급차량과 헬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해군은 구체적인 해명과 설명을 하지 않는다. 뭇매를 맞고 있는 해경 뒤에 숨어 있는 모습과 다름 없다.

    대한민국 해군은 보유한 심해 수색 장비도 논란이 많은 다이빙벨보다 최첨단이고 해저 수색대원들의 능력도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지난 2012년 12월 12일 변산반도 서쪽 138㎞ 바다에 떨어진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추진체를 수색한 것을 성공한 인양작업이었다고 홍보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수심 88m 해저로 내려가 수색작업을 벌여 은하3호의 연료통, 산화제통, 엔진잔해 등 1단 추진체 잔해 14점을 인양했다.

    이 작전에는 헬륨과 산소로만 구성된 혼합기체를 활용한 심해잠수 기법이 활용됐다.

    혹한의 추위(영하 2~5도)와 강한 조류, 짧은 시정 등 악조건 속에서도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자평했다.

    해군은 지난 1999년 남해에서 침몰한 북한 반잠수정을 147m 심해에서 인양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 해군은 해경 뒤에 숨었다

    그런 해군이 왜, 어찌하여 세월호 참사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는가? 꿀 먹은 벙어리, 복지부동의 태도 그대로다.

    이와 관련해 전직 SSU 대원은 "해당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면 준 전시상황이 아니냐"며 "국민의 군대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의 소방서 헬리콥터도 해난사고란 이유로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소방서 헬기도 예외일 수 없지만 어찌된 일인지 육상의 사고 현장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소방서 헬기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해경이 관할하고 육지에서 일어나는 일은 119 소방대가 하는데, 미국의 경우 육지에서 3마일, 5㎞ 정도 바다까지는 911(우리 119)이 맡는다.

    ◈ 미국은 5㎞까지의 구조는 911이 맡는다

    유리창을 깨기도 하고, 불속에라도 들어가고, 무너지는 건물에도 진입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구조는 실전 경험이 많은 119 구조 소방대가 해경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119 구조대가 갖고 있는 구조 장비는 다양하고 현대적인 것들이다.

    전라남도 소속 헬리콥터도 보이질 않았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총리실이나 청와대, 행안부로부터 진도 해상에 여객선이 침몰중이니 가용 장비와 인력을 출동시키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에는 오전 9시쯤 안행부나 총리실이 아닌 복지부로부터 광역의료 대기 및 지원 지시가 내려왔다.

    소방서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월호 참사 발생 시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안전행정부와 총리실, 청와대가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증거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가 총출동해야지, 해군이 어디 있고, 해경이, 지방자치단체 영역이 어디 있는가?

    영역 다툼은 공직사회와 공무원들에게나 적용되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형 사건·사고 때는 청와대와 총리실이 적극 나서 모든 사항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SSU 대원은 "청와대나 총리실 같은 윗선에서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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