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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아무도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칼럼

    [여객선 침몰] 아무도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노컷사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세월호는 일본에서 18년간 사용하던 선박을 수입해 승선인원을 늘리기 위해 두차례나 증축했다. 배의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복원력이 약화됐다. 선박회사는 돈벌이에 급급한 채 승객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낡은 배의 수입과 증축을 허용했다.

    배가 출항하기 전에 화물은 제대로 고정됐는지 평형수는 제대로 채워져있는지 점검해야 했다. 화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평형수가 불충분하면 운항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야 했지만 점검은 형식적이었다.

    선박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해운조합이 안전점검을 하다보니 승객은 뒷전이고 선사들의 이익만이 고려대상이었다. 1157톤의 화물은 밧줄로 대강 묶여있었고 차량 180대도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과적 선박이었지만 아무도 출항을 제지하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도 세월호는 2시간 남짓 대기한 뒤 출항했다. 출항하기 직전까지 화물을 가득 채웠다. 출항을 하면 가장 먼저 비상시 대피요령과 안전수칙을 승객들에게 숙지시켜야 했지만 안전에 대한 사전교육은 없었다.

    안전교육은 평시에도 서류상으로만 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직원 118명을 위한 안전교육 비용으로 지출한 돈은 54만 천원에 불과했다. 승객대피훈련은 서류상으로만 이뤄졌고 감독관청인 해양수산부도 국토교통부도 제대로 훈련이 실시됐는지 감독하지 않았다.

    이미 복원력을 상실한 세월호가 사고지점에서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순간 선장과 승무원들은 가장 우선해야 할 승객의 안전을 팽개친 채 제 살기에 급급했다. 승객들에게는 제자리에 대기하라 해놓고 자기들만 빠져나왔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청의 헬기와 함정이 도착했을 때까지도 배는 침몰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선체에 갇혀있는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했지만 스스로 빠져나온 인원을 구조하는데 급급했다. 아직 침몰 직전인 여객선 안에는 여전히 300명의 승객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재난대책본부는 구조를 위해 한 일이 없었다.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급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 상부에 보고할 승선인원 파악에만 분주했다. 한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할 순간에 승객이 몇명이었는지 파악하는게 뭐가 급하다고. 명칭만 안전행정부로 바뀌었을 뿐 안전은 없고 행정만 있는 조직이었다.

    뒤늦게 현장에 해군함정과 잠수인력까지 대거 동원했지만 현장 지휘는 체계도 없었고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다. 조류가 거세고 시계가 불투명하다는 변명 뿐이었다. 침몰하기 전에 로프를 매달았으면 한두시간에 해결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지만 침몰한 이후 나흘이 지나서야 잠수부의 작업을 위한 로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선박회사도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도 안전은 뒷전이었다. 감독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위기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평소 훈련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선사에도 정부에도 안전을 위한 원칙은 없었다.

    유일하게 원칙을 지킨 이들은 순진한 학생들 뿐이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던 학생들만이 참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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