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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안전검사 합격률 99.9%, 세월호 뿐인가



칼럼

    [여객선 침몰] 안전검사 합격률 99.9%, 세월호 뿐인가

    • 2014-04-23 15:35

    [노컷사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군.경 합동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세월호 참사의 배경은 누가 뭐래도 정부당국과 선박회사, 해운업계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한심한 재난대응 체계와 승객들을 내팽개친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면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거나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비단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객실과 화물칸을 늘리는 선박의 구조변경은 배의 무게중심이 올라가고 선체 내부 면적이 넓어져 기울었을 때 복원력이 떨어져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번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그런데 두 달 전 2백 개가 넘는 검사항목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세월호만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사고 이후 운행을 중단한 청해진해운의 또 다른 여객선 오하마나호도 정원을 늘리고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도록 구조 변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검사 업무를 맡은 한국선급의 지난 2년간 안전검사 합격률은 99.98%와 99.96%였다고 한다. 하나마나한 사실상 100% 통과의례 절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장과 선원들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몸에 배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선원들의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세월호의 지난해 선원 연수비용은 고작 54만 천원이었다. 있으나마나 한 이런 선원 교육비는 다른 선사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섬을 오가는 여객선 선사인 고려고속훼리의 지난해 교육훈련비는 56만 9천원, 전라남도의 선사인 동양고속훼리의 교육비는 28만원에 불과했다.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의 교육비가 그나마 159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조금 많았을 뿐이다.

    어디에서도 안전은 설 자리가 없었다. 정부당국은 감시 감독기능을 사실상 민간에게 넘겨주고 퇴직 공무원들의 자리 챙겨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선박회사들은 자기들이 만든 해운조합을 통해 운항관리를 도맡아왔다.

    일자리를 보장 받은 퇴직 공무원들은 로비창구가 되어 선박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준 꼴이다. 세월호 침몰이 이런 총체적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라면 다른 선박들 역시 잠재적 안전사고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의 전방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십 명이 출국 금지되고, 청해진해운 사주 일가의 여러 문제점들이 낱낱이 해부되고 있다. 공무원과 업계의 검은 유착관계도 수사 대상이다. 옳은 방향이지만 사태 해결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요량으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 당장의 안전 문제가 시급하다. 모든 여객선에 대해 철저하고 세밀한 안전점검을 다시 실시하고, 안전 불감증에 젖어 있는 현행 시스템을 하루빨리 뜯어 고쳐야 한다.

    수사와는 별개로 해운업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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