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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끊이지 않는 상처'…실종자 가족 '만신창이'



사건/사고

    [여객선 침몰]'끊이지 않는 상처'…실종자 가족 '만신창이'

    • 2014-04-21 15:38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16일 침몰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탄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일부 공직자와 정치인 등 몇몇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언행이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의 비통에 찬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8일 오후 4시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의 아들인 정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지인과 '국민정서가 미개하다'며 실종자 가족을 폄하했다.

    정 씨는 "대통령이 (진도에)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국민들은) 소리 지르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면서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이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정 씨의 발언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 씨의 아버지인 정몽준 의원은 21일 "사죄드립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라고 사과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또 20일 오전 10시 방송된 SBS '뉴스특보-여객선 세월호 침몰' 에서는 SBS의 두 기자가 세월호 사고 현장 인근에서 대기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SBS 측은 이날 "세월호 승선자 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다"며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고 거듭 사죄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도배되며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부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사이트에는 "오늘 하루종일 뉴스에서 사고 얘기만 하니까 샤브샤브 먹고 싶다", "샤브샤브는 불우면 찔겨서 못 먹는데" "재미로 먹고 맛으로 먹는 진도 고래밥", "요즘 뉴스도 ppl 받냐? 뉴스 보는내내 고래밥 땡김" 등의 글이 게시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그저 '기적'만을 기도하는 가족들의 심장을 후벼팠다.

    경찰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우롱하는 악성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4차례에 걸쳐 실종된 교사와 학생들을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정모(28) 씨를 검거했다.

    ◈ 정치권 골프, 음주와 부적절한 언행 자제에도…

    (사진=김문수 경기도지사 트위터 캡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7일 진도 사고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족들에게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다"라면서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김 지사는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진도의 눈물'이라는 자작시를 게재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지난 16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당시 사진에는 땅바닥에 앉아 슬픔에 잠겨있는 유족들과 의전용 의자에 앉아있는 서남수 장관의 모습이 대비돼 빈축을 샀다.

    이어 이틀 후인 18일에는 안산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수행원이 유족들에게 "교육부 장관이십니다"라고 귓속말을 건네 유족들에게 "어쩌라는 거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도 진도 앞바다에서 배 안의 승객들과 구조대원들이 필사의 사투를 벌이던 18일 밤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다.

    유 시장은 참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애도기간이라 술잔을 받기만 하고 입에 한 모금도 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새누리당윤리위는 20일 유한식 시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며 "음주 사실이 없고 조용히 식사만 하고 짧은 시간 내에 자리를 이석한 점,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가족을 잃고 상심에 빠진 유족들에게 색깔론을 꺼내든 정치인도 있었다.

    군 출신인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라며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진도 팽목항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안전행정부 송모 감사관은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직위를 박탈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출발한 세월호가 오전 9시께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급우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승선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인솔교사 14명을 비롯해 총 476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21일 현재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64명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고 238명은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채 가족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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