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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딸의 깨달음…"지시대로 따르지 말자"



[여객선 침몰]딸의 깨달음…"지시대로 따르지 말자"

[소종섭의 시사포인트] 신뢰의 붕괴와 권위의 실종 가속화 가능성 높아

(사진=해경 제공)

 

밥을 먹던 딸아이가 한마디 했다. 여객선 침몰 사태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뭐야?" 물었더니 "지시대로 따르지 말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는 세월호 직원의 안내 방송을 믿고 있다가 수많은 학생들이 배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딸아이는 '주체적'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함부로 믿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번 '세월호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의 붕괴와 권위의 실종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의 붕괴'는 정부의 영향력 약화를, '권위의 실종'은 세대 간 문화적인 단절이 커지는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뢰의 붕괴'를 상징하는 것은 사고 이후 보인 정부의 대처이다. 그야말로 중구난방, 우왕좌왕, 좌충우돌, 수준 이하였다. 생존자나 실종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안전행정부-해경-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들은 협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는커녕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 제각각 브리핑에, 내용도 달랐다. 책임 있게 일을 해결해 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사고 초기를 허송세월로 흘려보내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것은 대규모 실종 사태로 이어졌다. 국무총리나 장관들의 말은 현장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깊어진 불신은 앞으로 상당한 행정력 낭비와 집행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권위의 실종'을 상징하는 것은 선장의 태도이다.

선장 이 씨는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는 수많은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구명정에 올라 구조됐다. 헌신, 희생, 모범 등과는 거리가 먼 그의 행동은 기성세대의 모습 가운데 부끄러운 부분을 여실히 노출했다. 기성세대의 권위는 이 씨로 인해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무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은 또 어른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가정이지만, 만약 그가 끝까지 승객들을 탈출시키다가 세월호와 운명을 같이했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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