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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사진찍자'·· 이 참사를 바라보는 공무원의 시선



사회 일반

    [여객선 침몰]'사진찍자'·· 이 참사를 바라보는 공무원의 시선

    참사가 아닌 그저 '보고사항'인가…

    해양수산부 이주영 장관 일행이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하는 과정에 함께한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자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이 장관이 사복 경찰들의 도움을 받으며 항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진도 팽목항에 파견 근무를 하던 안전행정부 감사관이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직위를 박탈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발생이후 적절한 대처를 못한다고 비난받던 안행부가 이번에는 정말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사건 발생 불과 3시간에 해당 간부의 직위를 박탈하고, 대기발령한 것이다.

    이 해프닝은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와 같다.

    단 한명의 생존자라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책임감이 아니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보고' 해야하는 단순한 행정부의 업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전행정부의 국장급 공무원이 직접 물속에 뛰어들어가 실종자들을 찾는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재난구조의 책임을 지고 있는 안전행정부의 간부 직원이 식음을 전폐한 채 자식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고 현장에서, 기념할 만 한 것을 남기기 위한 '사진촬영'을 시도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지난 2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통과됐다. 행정안전부의 이름도 안전행정부로 개편됐다.

    그리고 맨 처음 이뤄진 일은 소방방재청이 갖고 있는 재난구호 기능 가운데 '인적재난'부분을 안전행정부를 이관한 것이었다.

    재난을 한 곳에서 총괄 관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일원화돼 있던 재난관리 기능을 이원화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두 달만에 이번 참사가 발생했고, 법적근거에 의해 마련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사고 대응을 진두 지휘하기는 커녕, 해경에서 올라오는 부실한 보고를 그저 앵무새처럼 되뇌이다가, 장,차관이 모두 망신만 당하는 험한 꼴을 연출했다.

    결국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진도 군청에 차려진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범정부대책본부'는 법적 근거가 미약한 임시기구에 불과하다.

    임시기구에 기능을 빼앗긴 '안전'행정부의 고위 간부가 할 일은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그 상황을 '보고'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공무원들에게 이같은 사고가 그저 보고를 위한 상황파악을 해야 하는 사안' 정도로 인식된다면, 우리 국민에게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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