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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나는 대한민국 어른'…그 부끄러운 이름



사회 일반

    [여객선 침몰] '나는 대한민국 어른'…그 부끄러운 이름

    세월호 선장 이모(69) 씨가 17일 목포해양경찰서에서 11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끝내고 오후 10시 해경을 빠져나갔다.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슬프다. 분노한다. 부끄럽다. 먹먹하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다.

    왜 그럴까?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나이의 아이들을 보살피지도, 살려내지도 못한 데 따른 책임감을 통감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내 아들딸은 아닐지라도 내 아이들이 당한 참화와 진배없이 '참척'(하늘이 무너져 내릴 정도의 슬픔)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자책감과 부모로서의 동류의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

    기성세대들은 종종 젊은 세대들을 보며 '버릇이 없네', '세상을 너무 편하게 사네', '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그래?'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요즘엔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것 같다. 너무 많은 실수, 그것도 되돌릴 수 없는 실수, 일종의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

    296명의 사망·실종을 기록한 세월호의 참사 앞에서 어른들이 느끼는 감정은 멘탈 붕괴, 죄의식에 다름 아니다.

    탑승자 가운데 승무원을 포함해 어른들은 3분의 2가량 구조된 반면 학생들은 4분의 1도 구조되지 않았다.

    비상사태 땐 아이들이나 노약자를 먼저 살리고 어른, 특히 남성들은 맨 나중에 빠져나오는 것이 기존의 관행이자 일종의 불문율이건만 세월호의 비극에선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중장년의 남성들과 선장처럼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먼저 배 밖으로 빠져 나와 구조됐다.

    반면에 아이들은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충실히 따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를 지켜본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슬프다, 참담하다 못해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말한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군.경 합동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김모(여·60대 중반) 씨는 "타이타닉 때보다 못했어요. 이게 나라입니까? 졸부의 나라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수치스럽습니다. 정말로 엉망인 나라였습니다."

    ▲ 신모(남·53 회사원) 씨는 "나는 반성한다. 어른 솔직히 부끄럽다. 항상 반성하고 개선해야 반복된 실수가 안 일어난다."

    ▲ 문모(남·57 변호사) 씨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참담할 뿐입니다."

    ▲ 김모(여·53 정치인) 씨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 박모(여·53 정치인) 씨는 "타이타닉 때의 민도에도 못 미쳐요.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었으나 속은 텅비어있었어요."

    ▲ 김모(남·53 회사원) 씨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후진적인 나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참담하고 암울하고 암담하다. 애들 볼 면목이 없다."

    ▲ 김모(남·52 언론인) 씨는 "너무 부끄럽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어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구요?"

    ▲ 최모(남·53 회사원) 씨는 “어디에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일부로 방송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 정모(여·42 회사원) 씨는 "TV를 보면 울음만 나온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아들을 보면서 부끄러운 어른이 된 것 같다."

    ▲ 김모(남·43 회사원) 씨는 "이게 대한민국 맞습니까? 이제 아이들에게 어른을 공경하고 말을 잘 들으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 이모(남·42 공무원) 씨는 "공무원으로서 더욱 참담하게 느낍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하다."

    ▲ 이모(여·48 가정주부) 씨는 "말이 안 나옵니다. 아이들을 키워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억장이 무너져요.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아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NEWS:right}

    10대, 20대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누구든지 세월호 참상에 대해 할 말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른이란게 부끄럽다"고 말꼬리를 내린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0년간 돈 많이 벌고 맛있는 것 먹고 오래오래 사는 게, 아니 살아남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인생 최대 목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성세대에게 직업윤리란 사치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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