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담배연기는 하늘로, 피운 우리는…



뒤끝작렬

    담배연기는 하늘로, 피운 우리는…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담배를 피우다 암에 걸렸다, 그러니 담배회사(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가 배상하라'…이 소송이 담배회사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제조사인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15년 만에 흡연 피해 배상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

    건강보험공단도 담배 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이 담배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걸 증명해 내지는 못하지만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건강이 훨씬 나쁘고 병원진료가 많다는 건 빅데이터에 의해 10년 이상 축적된 자료가 있으니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 측은 떨떠름하다. 기획재정부는 담배인삼공사를 데리고 있던 부처이고 보건복지부도 수백억 이상의 국가부담이 발생할 수 수 있는 소송이니 당장은 조용히 넘어갔으면 바라고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담배, 누가 죄인인가?

    그러나 건보공단은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흡연으로 말미암은 사망자가 한해 5만8천명이고, 흡연으로 말미암아 쏟아 붓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공단이 지출하는 비용도 1년에 약 1조7천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재판에서 이기면 좋고, 져도 담배의 유해함에 대해 사회적 각성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담배 폐해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거나 담배판매가 더욱 엄격해지도록 규제하는 법을 만들면 결국 공단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는 지방 정부들이 나섰다.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도 개인이 선택한 것이니 담배회사 책임이 아니라는 담배 회사의 반박 논리를 역으로 받아 그런 위험물질을 사회에 쏟아냈으니 개인 아닌 사회 전체에 대해 책임은 져야 할 것 아니냐며 지방 정부 차원의 소송을 전개했다. 1994년 플로리다 주에서 '위해물 제조업체는 의료비용 배상 청구권을 지방정부에 준다'는 법률부터 제정하고 소송에 들어가 담배 회사를 이겼다. 다른 지방 정부로 소송이 번지자 담배회사들은 46개 지방 정부에 합의금 220조 원을 내주는 것으로 합의하고 일단락 지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국가, 정부의 문제이다.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져 팔리도록 허가한 건 국가의 책임이다. 언제나 담배로 가장 이득을 남기는 건 정부다. 담배 피우는 사람을 줄인다고 하지만 방법은 담배값을 올리는 것이다. 정부의 세금수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꼼수이다. 담배가 해롭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자 말을 바꿔 수익성 좋은 수출품임을 강조하며 계속해 담배산업을 보호하는 것도 정부다.

    담배를 입에 물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전쟁, 그리고 전쟁 같은 삶이다. 이 역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는 그 보급로가 군대였다. 병역의 의무로 군에 징집된 사람들이 그 트라우마를 흡연으로 달래다 보니 국민 흡연율이 크게 뛰었다.

    담배를 안 피워도 흡연의 피해자이다. 서울시 조사로 서울시민이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 쯤 된다고 한다. 그리고 흡연자 10명 가운데 8명은 다시 태어난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한다. ITC(국제담배규제) 프로젝트 한국보고서에 등장한 내용이다. (2010년에 실시한 국내 설문조사 결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시커멓게 타버린 삼겹살은 피하면서 왜 담배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게 다 콜롬버스 때문이다. 유럽의 신대륙 개척자들은 아메리카를 탐험하고 나서 쿠바 원주민들이 피우는 담배를 발견해 유렵에 전했다. 담배는 귀족과 부유층 사이에 엄청난 유행이 됐지만 값은 무척 비쌌다.

    그런데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 해 온 영국인들은 먹고 살 길을 찾다가 담배농사에 주목했다. 순한 담배종을 찾아 재배가 용이한 담배종과의 교배종을 만들어 냈다. 대중이 원하는 맛좋고 순한 담배를 대량으로 싸게 생산해 영국에 수출했고, 영국인들은 1/5 이상 가격이 떨어진 담배를 실컷 피우며 담배를 유행시켰다. 아메리카 신대륙 이주민들로서는 담배는 소중한 환금작물이었다. 그리고 그 수익으로 이주민 공동체가 유지되고 대륙을 개척해 나갔다.

    우리나라도 광해군 때 일본을 통해 담배가 수입돼 널리 퍼졌다. 이익이 많이 남자 너도 나도 담배를 심었고 담배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그래서 국민 건강이 걱정되어 끊으라고는 하지만 담배생산을 막지는 않는 것이다. 담배가 토양을 가장 빨리 망가뜨리는 독한 작물이지만 늘 정부의 비호를 받고 농민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현금을 벌어들이는 부가가치와 세금을 거두는 효용성 때문이다. 물론 담배를 재배해 내는 과정에서의 혹독한 노동과 피해는 저임금의 농민 몫으로 지워진다.

    담배연기는 하늘로 올라간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갈까?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