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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比 파견 경찰관, 교민 안전 살피랬더니…수뢰 의혹



사건/사고

    [단독]比 파견 경찰관, 교민 안전 살피랬더니…수뢰 의혹

    감찰 벌인 경찰, 강제 수사로 전환…임기 중 송환 매우 '이례적'

    필리핀 현지 범죄 현장.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자료사진)

     

    국내 교민과 관광객을 보호하는 임무를 띄고 필리핀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이 과거에 국내에서 조폭 생활을 했던 인물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필리핀은 외국인 대상 범죄가 기승을 부려 지난 한 해에만 한국인 13명이 현지에서 피살됐고 올해도 4명이 목숨을 잃은 치안 불안 국가다.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경찰이 올해를 '청렴도 향상 원년의 해'로 삼고 기강 확립에 나섰지만, 해외 주재관 송환과 수사 착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 경찰, 1차 조사와 감찰 후 강제 수사 절차 착수

    2012년 초 필리핀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 A 경정은 올해 2월 중순 국내로 들어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국에서 1차 조사를 받았다.

    필리핀 현지에서 카지노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모 씨로부터 미화 1만 달러 안팎의 금품을 받은데다 경찰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해외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은 외교부 소속으로 영사 대우를 받아 A 주재관은 당시 송환이 아닌 휴가를 내고 일시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본청 차원의 감찰도 병행됐다.

    1차 조사 뒤 경찰은 외교관 신분인 A 주재관을 일단 필리핀으로 돌려보냈고 이후 곧바로 송환 절차에 착수했다.

    현지에서 2년간 활동한 A 주재관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이르면 이달 중 송환될 전망이다.

    현재 경찰청 외사국은 외교부에 A 주재관 송환 협조를 구하고 후임 주재관 선발까지 마친 상태다.

    현지 주재관이 비위 혐의로 강제 수사를 받기 위해 임기 중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1970~80년대는 잘 모르겠지만 파견된 경찰 주재관이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송환되는 건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국도 1차 조사 직후 A 주재관 계좌와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확보하기 위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A 주재관은 1차 조사에서 "현지에서 수사를 하다 모함을 받은 것"이라며 금품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국내 송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찰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 행위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일부 혐의가 확인되고,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은 본인도 인정한 만큼 더 이상 영사 신분 유지는 부적절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철. (자료사진)

     

    ◈ "교민 안전 위험 지역에서 금품 수수 의혹이라니…" 경찰, '패닉'

    경찰대 출신인 A 주재관은 경찰 내에서 베테랑 수사관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경찰 내부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재 경찰은 전세계 주요 32개국에 61명의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다.

    경감과 경정, 총경, 경무관급까지 파견되는 주재관은 외교부 소속 영사 지위를 지니며 국내 교민과 관광객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지에서 외교부와 국정원 등 다른 기관과 업무 협조도 많기 때문에 경찰 내 최고 엘리트가 파견된다.

    이성한 현 경찰청장도 2006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미국 워싱턴 주재관을 역임했다.

    필리핀에는 총경과 경정 2명 등 총 3명의 주재관이 파견돼 있다.

    필리핀 대부분 지역은 외교부가 '신병안전 특별유의', '여행필요성 신중검토' 등 2단계 여행자제 지역으로 분류한 나라다.

    작년 한 해에만 우리 교민 13명이 각종 범죄로 피살됐고, 올해도 벌써 4명이 숨졌다.

    불과 3일 전에도 필리핀 앙헬레스의 한 야외식당에서 한국 교민 신모(45) 씨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괴한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올해 2월에는 한국인 관광객 허모(65) 씨가 오토바이에 탄 괴한 2명의 총격을 받아 숨졌지만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은 총기가 허용된데다 폭력조직이 많아 각종 범죄가 빈번하지만, 현지 경찰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범인 검거율은 아주 낮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인 13명이 피살됐지만, 겨우 1건만 범인이 잡혔다"며 "이마저도 피해자 집안에서 수사 비용을 지원하고 거액을 범인 검거 포상금으로 내걸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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