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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신의 선물' 내리사랑 준비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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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신의 선물' 내리사랑 준비 됐나요?

    김기덕 감독 강렬한 상징과 문시현 감독 섬세한 서사가 빚어낸 구원의 가치

     

    작은 손발을 옴찔거리는 갓난아기를 봐 온 이들은 알 것이다. 그 자그마한 생명이 존재만으로도 자기 주변의 세상을 맑게 한다는 것을.

    '내리사랑'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우리네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생명체가 지닌 불변의 본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절절히 깨달은 생존을 위한 본능 말이다.
     
    영화 '신의 선물'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내리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는다. 이는 "자기 욕망을 채우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질타와도, "이제는 삶의 가치를 한 번쯤 되짚어보자"는 권유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승연(이은우)은 어느 날 산부인과에서 원치 않는 아이를 가져 곤란에 빠진 소영(전수진)을 만나게 된다.

    소영에게 아이를 달라는 승연. 결국 둘 사이에는 "대가를 지불할게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라는 식의 말들이 오가고, 승연이 타고 있던 고급 외제차와 소영의 아이를 맞바꾸는 것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둘은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몇 달간 깊은 산 속 별장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후 카메라는 승연과 소영의 역할 맞바꾸기 과정을 집요하게 쫓는다. 임신을 못하는 승연이 육아 서적을 읽고 아기침대 등으로 방을 꾸미는 등 출산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과, 면허가 없는 소영이 차를 갖기 위해 운전을 배우는 장면 등을 통해서다.
     
    산 속 외딴집의 두 여자를 조건 없이 돕는 정체불명의 화가를 제외한, 극중 모든 캐릭터는 자신들의 물질적 결핍을 참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승연의 남편에게 섹스는 소통이 아닌 욕구충족의 수단이고, 머리 좋은 소영의 남자친구에게 임신은 자기 앞길을 망칠 걸림돌이다. 내내 두 여성을 위협하는 질 나쁜 사냥꾼들은 그 정점에 선 인물들로 다가온다.
     
    영화 '신의 선물'의 한 장면.

     

    영화는 이들 캐릭터가 맞부딪치면서 들끓게 만든 욕망의 용광로를 식힐 목적에서인지 다소 건조한 시선으로 우리 시대의 비뚤어진 풍경을 담아낸다. 소영이 산부인과 화장실 칸에 앉아 책임감 없는 남자친구에게 울며 전화를 걸 때, 슬며시 문에 붙은 '대리모 구함' 스티커를 비추는 식이다.
     
    극 말미 출산이 임박한 소영과 그녀를 위협하는 사냥꾼들이 벌이는 추격신 시퀀스는 몹시 강렬하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 속에서 손전등과 모닥불을 조명삼아 찍은 장면 장면은 긴박하면서도 코믹하고, 새 생명 앞에서 경건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자기의 물질적 결핍을 채우는 데만 매달리던 극중 인물들은 삶의 의지를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타인의 결핍까지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변화를 겪는다.

    이는 임신, 운전과 함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 텃밭 농사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너무 깊이 심으면 씨가 잠을 잔다고. 그러니 정성들여 가꿔가야 한다고. 잠들어 있던 씨앗에서 싹이 움틀 수 있도록.
     
    신의 선물이 단순한 물질일 수는 없다. 그것은 삶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세의 문제다. 이 점에서 신의 선물은 마냥 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리라.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그 선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구원일 테니까.
     
    각본을 쓴 김기덕 감독과 연출을 맡은 김기덕사단의 홍일점 문시현 감독이 빚어낸 결과물의 깊이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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