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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도 사사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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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계도 사사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클래식계의 이단아, 현악사중주단 콰르텟 X 조윤범 씨

    조윤범

     

    ''''새롭다 못해 돌연변이처럼 보일 만큼 독특한 팀!'''' ''''음악계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의 연속!'' ''''신대륙의 발견!''''

    현악4중주 연주단, 콰르텟 X를 표현하는 언론기사에는 ''''파격적인'''', ''''기발한'''', ''''독특한'''' 등의 문구가 빠지질 않습니다. 정통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현악 사중주의 개념을 새롭게 개척해 온 팀, 콰르텟 X….

    이들은 격렬한 무대액션과 치밀하고 새로운 방식의 기획, 무엇보다 탄탄한 실력으로클래식 음악의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팀 결성 후 3년 동안 연주회를 하지 않은 채 철저한 훈련만을 거듭한 인내!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대중에게 직접 찾아가는 도전정신!

    전통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용기! 연주활동 뿐만 아니라 칼럼 기고, 음악 강좌 등을 진행하는 부지런함!!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정말이지 식을 줄을 모릅니다.

    오늘은 이처럼 젊은이다운 패기로 클래식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는 현악 4중주 콰르텟 X의 리더 조윤범 씨를 7월 9일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에서 만나보았습니다.

    ◇ 클래식 대중화의 선두주자 ''''콰르텟 X''''

    ▶ 콰르텟(Quartet)이라는 말이 어렵네요.[BestNocut_R]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특히 콰르텟이라는 말이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죠.

    ▶ 이태리어인가요?

    예, 4중주라는 말인데 현악 4중주가 아닌 다른 4중주도 많아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많이 들어가고 있는 연주자가 색소폰 콰르텟 4중주 연주단이고 세계적으로는 아무래도 스트링 콰르텟으로 현악 4중주가 많습니다.

    ▶ 콰르텟은 알겠는데, 그럼 X는 뭔가요?

    X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물론 알파벳에도 의미가 있지만 저희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알파벳을 고르게 된 거예요.부다페스트 현악 4중주단이라든지, 작곡가나 도시 이름을 따든지 그런 형식의 콰르텟은 아무래도 정통적인 느낌이 강하죠. 그런데 콰르텟 X하니까 사람들이, 심지어 저희가 아주 정통적인 클래식을 연주해도 대중음악을 연주할 거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점 때문에 저희가 이득을 많이 봤습니다. 어떤 클래식을 연주해도 대중적으로 들으시더라고요.

    ▶ X라는 이름은 누가 만들었나요?

    처음에 제가 로고를 그리기 시작해서 X로고로 가자고 했더니 멤버들이 다, 이게 뭐냐고 하면서 반대를 했었어요.(웃음) 항상 봐왔던 4중주의 이름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나중에는 너무 좋아하고 보시는 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세요.

    ▶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현악 4중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가 1대, 이렇게 4명의 연주자가 모여서 연주를 하는데, 실제로 클래식에서는 가장 어려울지도 모르고 가장 깊이가 있는 음악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고 하는 장르입니다.

    ▶ 그러면 연주를 잘 하는 분들이 모이셔야겠어요.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4중주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아는 분들도 아마추어 현악 4중주를 하시는 분들도 많고 대신 깊은 세계까지 들어가면 굉장한 난이도가 나오죠.세계가 넓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체격이 정말 좋으신데 혹시 운동을 하시나요?

    아니요, 요즘은 거의 살찌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매일 살이 찌고 있습니다.(웃음)

    ▶ 악기를 만지기 때문에 살찌는 건 상관없으시겠어요?

    원래는 바이올린 하는 사람들이 살이 찌기 힘들어요. 굉장히 고음을 연주하기 때문에 날카로워지거든요. 나중에 여러 가지 음악을 흡수하다 보면 음악 때문에 살이 찌는 것 같아요.(웃음)

    ◇ 연주회 없이 오로지 연습만 3년

    ▶ 클래식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으셨는데 어떻게 얻으신거죠?

    사실 괴물이라는 말이 칭찬인 줄 알고 있거든요.(웃음) 예전에 ''''파가니니''''라는 사람은 자기 등 뒤에 악마가 붙어 다니는 연주자라고, 그런 카리스마를 자기가 이야기하고 다녔대요. 그래서 그 말을 제가 제일 처음 썼어요. 제 프로필을 팜플랫에 쓰면서 ''''조윤범은 음악계의 괴물이라고 부른다.''''라고 썼더니 그 다음부터 전부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 좋은 뜻의 괴물인 것 같아요. 음악계에 돌풍을 만들고 계시잖아요. 먼저 콰르텟 X의 멤버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가 리더로,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고 제2바이올린은 박소연씨가 맡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82년생으로 제일 막내인데 저랑 7살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비올라를 하시는 분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름을 갖고 계신 김치국씨, 첼로에 오새란씨, 이렇게 두 분이 여자, 두 분이 남자, 다 미혼입니다.

    ▶ 어떻게 모이게 되신 거예요?

    어떤 오케스트라를 도와주러 엑스트라로 나갔어요. 정단원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사람들이 모자랄 때 도와달라고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걸 엑스트라라고 하거든요. 저희가 그렇게 해서 만났는데 워낙 4중주를 좋아하고 실내악을 하고 싶어서 유심히 봤죠. 저 사람은 굉장히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 사람씩 만났어요. 따로 만나서 이런 계획이 있는데 한 번 해 보겠느냐고, 대신 조건이 있는데 3년 동안 연주회는 없다, 연습만 할 거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의아해하죠. 연주도 안 하는 연주팀이 어디 있느냐고요.그래서 제가 설명을 했고 그 의도를 다 이해한 다음에 굉장히 반겨서 열심히 했습니다.

    ▶ 결성된 게 언제였어요?

    2000년도에 결성됐어요.

    ▶ 그 사이에 멤버 교체는 없었나요?

    한두 번 정도 있었어요. 개인적인 사정들이 다 있었고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을 하죠. 왜냐하면 처음에 4중주의 최고의 목표는 안 깨지고 오래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멤버교체가 일어났을 때는 이때까지 맞춰왔던 손해나 이런 것 보다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요.그런데 한두 번 멤버교체를 겪고 나니까 그 다음 사람, 교체했을 때 맞춰가고 하는 게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배우게 됐어요.

    ▶ 이 멤버로는 얼마 동안 해 오신 거예요?

    2년 됐습니다.

    ◇ 오감의 체험, 프레젠테이션 SHOW를 하라!

    ▶ 콰르텟 X가 다른 연주자들과 다른 게 많잖아요. 그래서 돌풍이라고들 하는데 일단 공연을 많이 하신다면서요.

    공연을 많이 하는 건 어느 연주자들이나 꿈일 거예요. 그것이 보장이 되어야 계속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저희도 많은 모험의 순간들이 있었어요.다들 레슨도 하고 있었고 다른 직업과 병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계속 진행을 하다 보니까 우리가 이러면 안 되겠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하고 만약 우리가 이렇게 4중주로 직업으로 성공을 하면 우리 밑의 후배들이 좇아오지 않겠느냐고, 그런 생각으로 모험을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지금은 많이 안정되고 우리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1년에 공연을 몇 번을 하시는 거죠?

    80회 정도 하고 있습니다.

    ▶ 공연하실 때마다 관객이 꽉 차나요?

    저희 기획 연주는 저희가 관객이 몇 명이 드는지 시험해 봐야 하는 것이고 초청연주는 이미 모여 있는 그쪽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 그렇게 자주 공연을 하려면 고정된 공연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서초동에 있는 DS홀이라는 곳에서 연습도 하고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씩 연주를 해요. 또 연주에 앞서서 같은 장소에서 그 연주에 관한 강의를 먼저 하고 있습니다.

    ▶ 연주전에 하는 강의를 강의라고 안 부른다면서요?

    제목은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입니다. 클래식을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의 프레젠테이션 쇼라고 부르고 있어요.

    ▶ 프레젠테이션 쇼의 방법도 특이하다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제일 비슷하다고 하는 것이 상품설명이에요.예를 들어 세탁기를 팔려고 왔는데 세탁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방식이 세탁기의 강의는 아니잖아요. 세탁기를 체험해 보는 거죠. 그리고 그 세탁기를 체험해 보는 순간 마음에 들면 살 수도 있는, 그런 느낌의 체험장을 만들고 있어요. 보통 공연 2주 전 오전에 하고 있어요. 2주 전에 오신 분들이 공연에도 오세요. 실제로 연주도 보여드리고 오감체험의 무대를 만들어 드리고 있죠.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으셨어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떤 분야가 발전하려면, 예를 들어 영화라고 하면 영화도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이 발전을 못하고 있으면 그 부분에 전문적인 분야가 있다는 거죠. 실례로 저희가 음악회 포스터를 만들 때는 특히 클래식 음악회에서 포스터가 상당히 약하거든요. 어떤 정도냐 하면 70년대 포스터가 아직도 그대로거나 흑백사진이 걸려있을 정도에요. 사실 포스터가 가장 획기적으로 잘 쓰이는 분야는 영화거든요. 그래서 영화 매체의 포스터를 많이 흡수하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클래식 음악이 사람들에게 전달이 안 되면 이건 클래식의 마케터들이 잘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말 좋은 작품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가치를 모르고 있다면 그 중간 사람들, 연주로 따지면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들이 되겠죠. 그 사람들이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는데 제품을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거예요.그래서 이건 제품설명이다, 그래서 그쪽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 대중음악을 클래식처럼, 클래식을 대중음악처럼

    ▶ 클래식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공연을 잘 안가잖아요. 그런 걸 쉽게 설명해 주신다는 거죠?

    가급적이면 저희가 살을 더 붙인다든가 이런 것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거예요. 클래식과 사람들 사이에 그 동안 장막이 많이 쳐져있었어요. 귀족적인 문화, 즉 무대에서 관객들을 압도하려고 하는 문화들은 귀족적인 체험이야 하겠지만 실제로 음악을 듣고 열광하게는 안 만들었다는 거죠.영화를 보는데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 영화 보는데 저해된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영화 보는 관객의 품격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결국은 관객이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클래식 시장을 줄여왔다고 생각해요. 그 장막을 걷어내고 있는 겁니다.

    ▶ 일부 클래식의 보수적인 분들은 안 좋아하지 않나요?

    저희 연주를 안 들어 보셨던 분들이 그런 우려를 하세요. 하지만 아직까지 저희 연주를 보셨던 분들 중에서 반대의견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희도 원칙을 지키고 있으니까요.어떤 분들은 콰르텟 X가 크로스 오버 단체냐고 하세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음악이나 음반은 정통 클래식이고 누구보다도 더 깊은 음악을 꺼내거든요. 심지어 이번에 나온 2집 앨범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전부 모르는 곡이에요. 확신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보통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2번 3악장''''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곡들은 멜로디를 사람들이 들어도 처음 듣는 거라고 해요.그런데 저희는 음반에 그렇게 싣지 않았어요. ''''이것이 진실인가요?'''', ''''장난감 전쟁'''' 이런 제목을 붙였어요. 심지어는 이 곡의 원 제목이 뭐고 작곡가가 누군지 알려면 내지를 들여다봐야 돼요. 사실 클래식계에서는 그런 오해들이 있어요. 항상 많이 듣던 곡은 익숙하고 처음 듣는 곡은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가수들이 신곡을 어떻게 내놓겠어요? 가수들이 신곡을 내놓는 것은 가수의 이미지와 마케팅 방법에 따라서 그 어려운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도 좋아하잖아요. 비틀스가 엄청난 대중음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렇게 쉬운 음악이 아니거든요. 그런 충분한 마케팅 방법이 있다는 거죠.

    ▶ 1집 음반이 ''''샤콘느''''인데, 대중음악도 들어가 있어요?

    1집의 샤콘느에서는 전체를 다 저희가 편곡을 했어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4중주단이 음반을 하나 내면 예전의 아주 좋은 명곡들이나 아니면 요즘 아무도 연주를 않았던 현대 음악을 해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꽂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계세요. 그것이 클래식 주류가 하는 일이라는 거죠.우리는 먼저 우리 팀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또 현악 4중주라는 게 이런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예요. 사실 그 한 음반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했어요.영화음악을 편곡한 것도 있고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른 악기로 한 것을 현악 4중주로 편곡한 것도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영화음악을 듣고 내가 아는 곡이라고 하셨던 분들이 클래식 편곡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간다는 거예요.그런 시도를 1집 앨범 때 했었어요.

    ▶ 2집 음반이 ''''히스토리''''인데 이건 어떤 곡인가요?

    1집이 전부 다 편곡음반이면 2집은 100% 클래식이에요. 사실은 현악 4중주라는 장르가 클래식 하는 사람들도 많이 모르기 때문에 거의 처음 보는 곡들이란 거죠. 그 곡들을 이번에는 완벽하게 대중음악으로 포장을 했습니다. 1집이 현악 4중주를, 대중음악을 클래식처럼 보이게 하는 시도였다면 2집은 클래식을 대중음악처럼 보이게 하는 시도에요. 순서대로 진행을 해 보고 있는 거예요.

    ▶ 2집 음반으로 계속 공연을 하시는 건가요?

    저희들도 누적이 돼서 1집과 2집을 동시에 보여드리기도 하고 정기적인 공연에서는 새로운 곡들을 하고 있습니다.

    ◇ 바디 랭귀지로 전달하는 ''''스테이션'''' 콘서트

    조윤범2

     

    ▶ 찾아가는 콘서트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테이션''''이라는 음악회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하철역에서 하는 공연이에요. 지하철 공연을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을 해 봤어요.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공연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지원도 해 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돈 못 버는 팀들이 여기에 와서 하거나 진정한 프로들은 여기에 와서 연주하지 않는다거나 가끔 이벤트 성으로 유명한 연주자가 와서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희들은 공연에 올리기 전에 실험 무대를 가져요.아무리 정통 클래식을 연주해도 그걸로 똑같이 해 봐요. 지하철에서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정통 클래식을 대중화시키는데 뭔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죠. 그렇게까지 전달이 돼서 성공을 해야 무대로 가져갑니다.

    ▶ 반응이 어떤가요?

    폭발적입니다. 저희는 놀랐던 게 지하철역에서 이런 곡이 먹힐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저희들이 고안한 장치들이 몇 가지 있어요. 공연장에 가서 연극을 그냥 보는 사람과 연극 대본을 한번이라도 읽어보는 사람은 느끼는 재미가 다르거든요. 건축물도 마찬가지로 그냥 보는 사람과 건축 설계도를 이해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거죠. 문제는 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그 특권을 누린다는 거예요.

    클래식은 더 힘듭니다.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 그것을 다르게 느낀다는 거죠. 그런데 관객들 대다수는 악보를 본 적도 없고 심지어는 악보를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연주자는 이미 작곡자의 깊은 감동을 받은 상태죠. 나는 악보를 이해하고 연주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관객들은 못 느낀다는 말이죠. 재미있는 건 그것을 바디 랭귀지로 보여주는 겁니다. 저희가 표정이나 동작을 했을 때, 단순히 감정의 흐름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악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나더라고요. 이론상으로 저희가 연구를 했지만 실제에서 구현되는 것을 보고 저 맨 뒤에 있는 관객이 오셔서 저희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고 가시더라고요.''''뭘 어떻게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알겠어요.'''' 아, 이거다 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첫 연주회 때 접목을 한 겁니다.

    심지어는 저희가 액션이 크고 동작이 큰데 저희들이 유난히 감정이 풍부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사실은 악보에 다 써 있어요. 여기서는 웃어라, 누구를 쳐다보고 어떤 표정을 지어라, 웃는 것도 눈으로 웃어라, 희곡처럼 지문을 써 놓는 거죠.숨소리나 연주할 때 흘리는 땀 한 방울이 관객들한테 작용을 해요. 그렇다고 일부러 땀을 흘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어떤 한 부분에서 땀 한 방울이 건반에 ''''똑''''하고 떨어지는 피아니스트가 있다면 그걸 본 순간부터는 다음에 그 부분에 땀이 안 나면 그 맛이 안 살아나요. 저희가 모든 걸 악보에 다 기입을 해 놓는 겁니다. 정말 그게 작용을 하는 걸 보고 저희가 놀랐어요. 그것이 일차적으로 놀란 것이고 두 번째로 놀란 것이 있어요. 저희가 감정이 더 풍부해져요. 아침에 거울보고 억지로라도 한 번 웃어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 효과가 피드백이 돼서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작업을 저희는 ''''감정의 살갗 벗기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감정에 무뎌있을 때는 툭 건드려도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햇볕에 탄 다음에 많이 벗겨진 상태에서는 톡 건드려도 작용을 하잖아요.

    저희가 그런 훈련을 한 다음부터는 악보에 작게 해라, 여리게 해라, 피아노 마크 하나만 있어도 보는 순간 울 수가 있는 거예요. 그걸 그대로 전달시키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굉장히 반응이 좋았고 이런 시도들이 지하철에서 먹힌다는 것은 불특정다수이기도 하고 그 시끄러운 곳에서 자리에 앉아서 보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보는 건데 그 상황에서도 집중을 시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입증이 되면 이것은 아무리 어려운 곡이라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무대로 가져가면 무대에서는 효과가 배에요.

    ▶ 스테이션 콘서트 말고도 전국을 순회하신다고 들었어요.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고 안 가본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오지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기도 하고 예전에는 병원에도 많이 갔습니다. 섬마을에도 찾아가는 음악회로 저희가 직접 기획해서 찾아간 적도 있고요.

    ▶ 반응이 어때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섬마을에 가면 내가 왜 이런 클래식 연주회를 봐야 해? 라고 하시는 분들이 모여 계세요. 그런데 가서 저희가 클래식을 연주해요. 너무 좋아하세요.그런 모습을 보고 저희도 굉장히 감동을 받고, 한번은 저희가 맹아학교에 가서 연주를 했는데 그럴 때는 굉장히 긴장하고 가요. 청각이 굉장히 발달된 학생들 앞에서 연주하는 거기 때문에 무대 이상으로 떨려요. 조금만 틀려도 반응이 오는 것 같거든요.

    그 뒤에 저희 게시판에 그곳 학생이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랐어요. 어떤 사람도 연주회를 보고 평을 그렇게 길게 쓴 사람도 없었고 그렇게 다양한 시각적인 모습으로 인용한 사람도 없었어요. 이건 뭘 보는 것 같고, 별이 쏟아지는 걸 보는 것 같고 등등..저희가 나중에 이름을 보고 그 학교 학생이라는 걸 안 거예요. 그걸 아는 순간 사람들이 많이 울었어요.

    ▶ 클래식 공연은 의상도 갖춰 입어야 하고 가격도 비싼데, 혹시 가격 파괴 같은 것도 있나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분위기에서는 굉장히 격식을 갖춰야 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부분이 있고 또 어떤 분위기에서는 과감하게 그것을 깨줘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저희가 요즘 하고 있는 공연만 봐도 히스토리라고 12개월 동안 역사적인 공연을 합니다. 하이든부터 시작해서 12월에는 현대음악까지 가는 거예요. 재미있는 것은 그 시대에 맞는 의상을 입어요. 저희가 시대가 변하는 것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그래서 매달 옷을 갈아입죠.또 재미있는 것은 2주 전에 있는 강의에서는 연주를 하러 나올 때 전부 캐주얼이에요. 그런 형태로 입습니다.

    ◇ 콰르텟 X의 머릿돌 ''''10개의 황금 룰''''

    ▶ ''''10개의 황금 룰''''이라고 룰이 있던데요.

    저희가 창단 초기에 만들어 놓은 나름대로의 자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제가 잠시 소개를 할게요. ''''첫 째, 완벽한 연습 없이 연주하지 말 것'''' 정말로 3년 동안 연습만 하셨잖아요.

    사실은 이게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연주활동을 많이 하거나 더 유명해질수록 이걸 지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중에도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정한 겁니다.

    ▶ ''''3년을 연습만 하자''''고 하셨는데 3년이면 정말 긴 시간이거든요. 혹시 이것 때문에 내분은 없으셨어요?(웃음)

    오히려 내분을 없애려고 만든 거예요. 왜냐하면 처음에 팀이 다져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주회를 가지는 바람에 깨지는 팀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나머지 요소들을 다 다져놓은 상태에서 연주회를 하자는 거였죠.항상 그렇잖아요. 큰일, 좋은 일이 있은 다음이 가장 위험한 시기잖아요. 대부분은 어떻게 만나느냐 하면 몇 달 뒤 공연장을 잡아놓고 우리 연주회 할 거니까 우리 팀 만들어서 이름 정하고...이렇게 시작을 해요. 그러면 체계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주회 한 다음에 어떤 특정한 상황만 터지면 싸움이 나든가 금방 깨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저희가 지치지 않는 건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매달 녹음을 했습니다. 연습 녹음을 하고 녹음 훈련도 같이 병행을 했었죠.

    ▶ 부업도 안 하기로 했다면서요?

    처음에 레슨도 많이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김치국씨 같은 경우는 오케스트라에 근무를 하셨는데 같이 병행을 하니까 그게 힘들어지더라고요. 연주도 많아지고 또 우리 갈 길이 이 길이니까 과감히 많이 접었죠.

    ▶ 룰의 두 번째가 ''''연습은 체력이 다 할 때까지''''인데 하루에 몇 시간을 연습하세요?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단체연습은 오케스트라나 실내악단이나 하루 3시간~3시간 반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더 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그 3시간 안에 다 쏟아내자는 얘기에요.그래서 저희가 한 번 하고 나면 옷이 땀에 다 젖어요. 또 동작이 많기 때문에 안 그럴 수 없어요. 연습이라고 해서 동작이나 표정을 안 하면 연주 때도 그렇게 돼요. 연습 때 그걸 느끼면서 연습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3년을 버틸 수가 있었어요.연습을 하더라도 연습하는 것 자체가 연주 이상으로 재미있거든요. 저희가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4중주를 연주하는데 그것만 3년을 하고 살아도 밥이 필요가 없어요.

    ▶ 룰의 세 번째는 ''''모든 레퍼토리를 녹음하겠다'''', 네 번째는 ''''개인의 실력을 믿을 것'''' 다섯 번째가 ''''먼저 외울 것'''', 이건 전 악보를 외우자는 것인데 연주자는 보통 그렇게 하지 않나요?

    독주자는 대부분 외워서 연주를 하고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에서 악보를 보는 게 정석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외우지 않고 연주하는 사람이 많아요. 외워서 연주하는 팀은 아주 드물어요.저희는 없애고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 무대 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소화를 하자는 겁니다. 아무래도 악보로 시각이 따라가면서 하다 보면 결국 대본을 외우기가 힘든 것과 같거든요. 또 그렇게 해야 이해가 가는 곡들이 많습니다. 아주 어려운 베토벤의 ''''데푸가''''라는 굉장히 난곡이 있는데 지금 사람들이 들어도 너무 신기해서 현대음악으로 들어요. 완전히 외우고 그걸 씹어 먹듯이 해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 룰의 여섯 번째는 ''''관객에게 미소를'''', 늘 웃고 하세요?

    악보의 느낌을 전달하는 이유도 있지만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미소는 겸손을 이야기합니다. 미소가 없으면 그 자체가 굉장히 거만하게 보이거든요. 그걸 피하자는 얘기죠. 사실 무표정을 하는 사람들은 잘 못 느껴요. 위험한 요소를 제거하는 겁니다.

    ▶ 룰의 일곱 번째는 ''''호흡을 크게''''에요.

    연주자의 숨소리는 관객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희가 호흡하는 것을 관객에게 일부러 들리게끔 숨을 쉽니다. 방법이 있어요. 이빨로 숨을 쉬면됩니다.이빨과 입술을 사용해서 숨을 쉬면 객석 뒷자리까지 들리게 됩니다. 지금 어느 부분에서 이 사람들이 숨을 쉬고, 함께 숨을 쉬면서 맞추고 있다는 게 정확히 전달이 돼요. 저희가 개발한 방법입니다.

    ▶ 룰의 여덟 번째는 ''''관객보다 먼저 감동을 받을 것'''', 다음은 ''''악기를 완벽하게 지배할 것'''' 마지막으로 ''''항상 생각하면서 연주할 것''''인데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요즘은 몸에 많이 배어 있는 것도 있고 잊어버리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써 놓은 것을 자주 들여다보죠.(웃음)

    ◇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닌 영향을 받는 것

    ▶ 30대 초반으로 나이가 젊으신데, 바이올린은 몇 살 때부터 하셨어요?

    8살 때부터 했었어요.

    ▶ 집안이 부유했나 봐요.

    아닙니다.(웃음) 어려움 속에서 더 헤쳐 나가려고 하는, 쉽게 얘기하면 헝그리 정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정신이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됩니다. 이게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하는 거나 살아가는 데에 불굴의 투지를 갖고 하게 되잖아요.8살에 시작했을 때는 부모님에게 하고 싶다고 떼를 썼대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명언을 남기셨다고 해요. 부모님께서 처음에 반대하시려고 하니까 할머님이 ''''너희가 뭐 할 때 반대한 적 있냐?''''라고 하시면서 밀어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 바이올린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어떤 때였어요?

    음악을 한다고 하면 어려운 일들도 많으니까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잖아요. 부모님이 걱정하실 때는 안 힘들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걱정이 될 때, 제가 스스로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는 아주 위험해지는 거죠.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 솔직히 이걸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올 때는 가장 힘들죠. 그런데 저는 아주 잠깐뿐이었어요. 왜냐하면 이런 좋은 음악을 만나고 이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 바이올린이 독학으로 되는 게 아닌데, 악기나 레슨비가 많이 들었을 텐데, 어떻게 감당을 하셨어요?

    일단 기둥 몇 뿌리가 뽑혔고요.(웃음) 레슨비도 많이 못 주고 배우고 또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 바이올린을 배우는 부유한 집 아이들 틈 속에서 레슨비를 못 내고 할 때는 속상하지 않으셨어요?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 생각은 이래요. 예술이라는 것은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선생님이나 선배들을 무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분들에게 영향을 받는 것이지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들 옆에만 있어도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서 영향을 받은 선생님이 계신가요?

    많이 계시는데, 배병호 선생님이라고 계셨어요. 예전에 ''''사라 장''''도 그 분 밑에서 잠깐 했었는데 많이 이해를 해 주시는 편이었어요. 그 분 밑에 있을 때는 굉장히 많은 나래를 펼 수 있었어요.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을 인정해 주시고 어떤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자유롭게 가르쳐주셨어요.그런데 이게 누구한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른 방법으로 해야 더 잘 배우는 사람들도 있고 저는 유난히 엄격한 선생님 밑에서는 못했던 것 같아요.

    ▶ 학벌이나 해외유학을 많이 따지던데, 유학은 안 다녀오셨나요?

    저희 4중주단이 그런 프로필을 안 쓰기로 유명해요. 또 저희가 모두 다 국내파에요. 꼭 유명한 학교를 나가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이건 마케팅적인 부분이라는 거죠. 시장에 나가야 하는데 시장에 나가서 내세우는 게 학교이름과 선생님 이름이라면 그건 벌써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예술계적인 시장에 관한 논리입니다. 등산가가 어느 등산학교를 나왔는지, 누구에게 배웠는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산악인은 그 사람이 어느 산에 올라갔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느 선생님 밑에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라는 거죠.

    오죽하면 저희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좀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팜플랫에 학력, 사사, 그런 것들로 꽉 채우시는 분들은 오죽 내세울 것 없으면 그것 써놓고 연주하겠느냐는 거예요. 다른 걸 내세울 게 있다면 그걸 내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실력으로 대결하자는 거죠. 연주회 팜플랫이라는 것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연예인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은 벽을 만들어 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서도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고 보니까 그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걸 못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좋은 학교 나오신 분들, 외국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 다 좋습니다. 그것을 시장까지 갖고 가지 말자는 겁니다. 더 나은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 다른 일 하고 싶어 차린 사무실만 10번

    ▶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하셨을 것 같아요.

    원래 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목만 잘 합니다.(웃음) 잘 하는 과목이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니 잘 하는 게 별로 없었나 봐요.(웃음)

    ▶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으셨을 것 같아요.

    좀 특이한 사람으로 찍혀있었어요. 분명히 저 놈이 공부는 안 하는데 노는 애 같지는 않거든요.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선생님들도 양쪽으로 갈리셨어요. 저를 보는 시각이, 쟤는 저렇게 공부 안 해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하는 분들도 계셨고 쟤는 뭐가 돼도 될 거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 중간에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어요?

    굉장히 다른 일들을 많이 했어요. 종류가 다른 사무실을 열 번은 차렸었어요. 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영화잡지 사장이었고요, 그걸로 최초로 망한 사람이기도 해요.(웃음) 음악회 포스터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포스터 디자인 센터라는 것도 운영을 했었고 이건 접었어요. 왜냐하면 제 포스터는 만들겠는데 남이 의뢰한 포스터는 죽어도 못하겠더라고요.지금 현악 4중주 콰르텟 X를 하면서 예전에 했던 일을 전부 다 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도 저희가 직접 만들고 있고 인터넷으로 홍보도 하고 있고 모든 재능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 팬클럽이 있다고 하던데요.

    회원수가 600명입니다. 클래식 분야에도 어떤 분은 몇 만 명의 회원을 두고 계신 분도 계시고 한 순간에 갑자기 불어나기도 해요.

    ▶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굉장히 다양해요. 초등학생도 있고 나이 많이 드신 분들도 계시고, 와서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하고 클래식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연령대를 다 초월하고 기가 막힌 보물을 발견한 느낌으로 오셔서 활동을 하세요.

    ◇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할 때

    ▶ 스스로도 클래식계의 괴물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일들을 하시다 보면 클래식계가 좀 보수적이라서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이야기나 혹은 이단아 취급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분명히 있죠. 없을 수는 없었어요. 특히 프로필을 안 쓰는 부분이나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든지 그런 부분에서, 자기들이 학벌이 없으니까 저러는 거 아니냐, 누구한테 배웠다는 걸 얘기하기 싫어서, 그러면 누구 제자야? 이럴 수도 있는 거니까요. 실제로 그런 이야기들이 학생들, 저희 후배들 사이에서도 많았고 저희 연주를 한 번 봤다거나 한 번도 못 본 신문기자들은 아예 다뤄지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차라리 다뤄서 우리들의 문제가 뭐고 이 방향은 아닌 것 같고 이야기를 하면 속 시원할 텐데 아예 거론도 안 하는 기자들이 있어요. 저희는 객관적으로 볼 때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왜냐하면 큰일을 한 것에 대해서 다른 잡지나 신문에서 다뤄지지만 특정 신문이나 이런 쪽에서는 아예 다루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거죠. 저도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이고 신문에 글을 쓰면 저도 신문에 반박을 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논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 음악사에도 100년 동안 자기들 음악이 옳다고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냥 소모전은 아니었거든요.그런 싸움이 지금도 있으면 아주 좋고 저희가 원하는 것, 주장하는 것들이 옳고 그른지 여러분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 주시면 저희도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해서 더 질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예전에 성악가이신 박인수 선생님이 가수 이동원씨와 함께 ''''향수''''라는 노래를 부르고 굉장히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클래식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계의 길을 하나라고 보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봅니다. 이 길을 누구나 똑같이 걸어왔는데 왜 너는 다른 쪽으로 가냐, 솔직히 그런 부분도 TV CF에 나가거나 대중음악을 부르면 반드시 욕을 먹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욕먹는 게 처음에는 다 욕으로 끝나죠. 시대가 지나고 보면 그런 방법으로 대중화시킨 분들의 덕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런 공로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거죠.클래식이 잘못되고 대중음악이 옳고, 이런 게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해 주자는 거예요. 그런 다양성 분야를 누구나 인정해 줘야 하는데 클래식 분야에서 유난히 인정이 안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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