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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감독 정재형, "2008년엔 클래식 국제 콩쿠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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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음악 감독 정재형, "2008년엔 클래식 국제 콩쿠르 도전"

    [노컷인터뷰]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음악감독 겸 가수 정재형

    정재형

     



    정재형(36)에게서는 가을 향기가 났다. 언제나 좀 쓸쓸할 것 같고, 적당히 외로움도 탈 것 같았다. 이런 느낌 때문일까, 그의 음악은 항상 마음 깊은 곳을 지그시 누른다.

    최근 정재형이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OST 역시 가볍지 않다. 밝은 영화의 경쾌한 주제음악으로 겨울을 따뜻하게 감쌀 것 같지만 반복해 들으면 마냥 웃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이 정재형의 음악이다.

    "앨범이 나오니까 약간 촌스러운 감정이지만 많이 비워지는 기분이다. 이런 느낌이 싫어서 음반을 천천히 내고 유학도 간 건데… . 요즘은 공허하고 뭘 또 했나 싶기도 하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을 시작으로 ''중독'', ''오로라 공주''까지 이미 몇 편의 음악 감독을 맡았지만 유독 ''미스터 로빈 꼬시기'' 작업을 끝내고서는 ''휑''한 기분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밝은 노래들이다. ''겨울에 행복한 노래 해보자''고 생각했다. 약간 쓸쓸하지만 행복한 느낌이랄까.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에 관한 판타지이지만 그걸로 끝나는 영화는 아니니까."

    정재형이 뉴욕을 오가며 진한 재즈선율로 표현해낸 OST에는 주인공 다니엘 헤니와 엄정화, 알렉스(클래지콰이)가 함께 부른 ''키싱 미(Kissing Me)''를 비롯해 스윗소로우의 ''당당한 그녀가 아름답다'', 정재형이 직접 부른 노래까지 다양하게 담겼다. 공 들인 영화음악의 등장이 반갑다.

    8년째 파리에서 영화음악, 클래식 공부

    정재형의 현재 거주지는 프랑스 파리다.

    1990년대 중반 ''내가 널 버린 이유'', ''단순한 게 좋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히트시킨 혼성 3인조 그룹 베이시스를 거쳐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솔로 음반도 선보였지만 정재형은 영화음악을 위해 파리로 향했다.

    지난 1999년 파리고등사범음악원에 입학해 8년째 영화음악과 클래식을 두루 익히는 중이다.

    "클래식을 전공해서(한양대 작곡과) 영화음악을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하면서 내가 얼마나 자격미달인지 알았다. 영화음악 베이스는 클래식이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스펙트럼이 넓어야만 할 수 있다. 이 조건이 매력이자 한계다."

    정재형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영화 음악을 제외한다면, 오랜 시간 생활하는 파리는 어떨까.

    "독신자와 예술가에게 좋은 곳이다. 도시가 주는 외로움이 있는데 그걸 알면 편하다. 서울에서는 감정의 소비가 많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파리에서 혼자 감정을 절제시킨다(웃음). 완벽한 독신이라기 보다 사람 관계에서 독립할 수 있어서 파리가 편하다."

    파리와 서울 오가며 음악활동 잇는 독특한 작업

    1년이면 7개월쯤 파리에, 5개월은 서울에 머무는 정재형은 두 나라를 오가며 음악활동을 잇고 있다. 파리에서 감성을 쌓고 음악을 완성해 국내 무대에 풀어놓는 식이다. 국내 뮤지션 중에서는 흔하지 않는 작업 방법이다.

    "어찌보면 난 행복한 사람이다. 이게 내 직업이 갖는 행복함인 것도 같다. 물론 아직 낯선 방법이다. 한국에서 하면 더 편할 수 있다는 혼자만의 불평도 하지만 외국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의 음악을 듣고 교류하면 놀랄 일 뿐이다. 그 때 받는 충격을 어디가서 얘기 못할 때도 있다."

    정재형은 내년 초 솔로 음반을 발표할 생각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한 동안 파리에서 음악을 만들 계획이다. 계속 압박감이 있다. 6곡을 써 놓았지만 서울에 있으면서 국내 가요의 느낌을 알아서 곡들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클래식 국제 콩쿠르 꿈 꾼다"

    장르의 복합이 돋보이는 영화 음악과 클래식에 기반을 둔 솔로 음반을 쉼 없이 준비해 내놓은 정재형은 "대중 음악인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가르치지 말자''고 늘 다짐한다"고 했다.

    "음악으로 내가 가진 것을 표현하고 만약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취향이 달라서"라며 "당장 1년하고 관둘 것 아니니까"라고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이 폭넓게 수용되지 않는 국내 음악계에 아쉬움은 남는 모양이다.

    "다만 ''왜 다양해지지 못할까''라는 아쉬움은 있다. 음악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한다. 작곡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름''이 존중받지 못해 안타깝다."

    내년 초 솔로음반으로 국내 팬 곁으로 돌아올 정재형에게 ''도전 대상''을 물었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에서 두루 벌여 놓은 게 많아서 그걸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숙제"라면서도 "내후년쯤 클래식 국제 콩쿠르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넌지시 말한다.

    독창적 음악을 선보인 가수에서 작곡가, 프로듀서에서 영화 음악으로 영역을 넓힌 정재형의 또 다른 도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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