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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사건 대책위 "특별법 다음 주 발의"



정치 일반

    형제복지원사건 대책위 "특별법 다음 주 발의"

    피해자들 "도대체 내가 왜 그곳에 끌려갔어야 했느냐"


    지하철 노숙인들 (자료사진)

     


    - 내무부 훈령으로 부랑자 합법단속
    - 인권침해와 감금, 기소조차 안돼
    - 폐쇄되고 나서도 사망자발생 확인
    - 당시의 용인하는 사회분위기도 문제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22일 (토) 오후 6시
    ■ 진 행 : 윤지나 (CBS 기자)
    ■ 출 연 : 여준민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 대책위 사무국장)


    ◇ 윤지나> 1987년 세상에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기억하십니까. 부랑인들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거리에서 그들을 청소하듯 끌고 가서, 살인과 암매장까지 저지른 사건입니다. 12년 동안 그 안에서 513명이 사망한 대한민국 최대의 인권유린 사건인데요, 얼마 전 38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실체가 조금 더 드러났습니다. 진실이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데요,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여준민 사무국장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사무국장님 안녕하십니까.

    ◆ 여준민> 네, 안녕하세요.

    ◇ 윤지나>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38명의 사망자 시신이 최근 새로 발견됐다고 하는데, 이 시신들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 여준민> 87년도에 사건이 터지면서 형제복지원의 원장이었던 박인근씨가 구속됐습니다. 그러면서 시설은 폐쇄됐다고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저희가 관련 자료를 쭉 분석해보니까 형제복지원은 폐쇄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88년도에 사망한 사망자들의 명단이 나왔다는 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87년까지 513명이 죽었다고 통계가 나와 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져오는 사건이라는 의미입니다.

    ◇ 윤지나> 그러면 87년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설이 폐쇄되고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여준민> 다 정리되는 것 같았죠.

    ◇ 윤지나> 아, 88년에도 사망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여전히 계속될 수도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도 있을까요?

    ◆ 여준민> 가장 많았을 때 3,700명까지 수용됐었다고 하고, 75년부터 86년까지 총 2만명 정도의 수용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진상규명 촉구가 되면서 대책위로 연락 오는 분들이 백 여 분 정도가 되세요. 그런데 당시 알려지기로는 박인근이라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졌었거든요. 저희가 봤더니 박인근씨는 2년 6개월의 형밖에 받지 않았는데, 횡령 같은 것만 인정이 된 거예요.

    ◇ 윤지나> 그렇군요.

    ◆ 여준민> 그러니까 그 안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그 사람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감금 같은 건 조사나 기소조차 되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가 알고 있는 형제복지원의 진실이라는 건 왜곡된 것이고요. 그 안에서 인권 유린과 강제 노역과 감금과, 씻을 수 없는 고통들이 있었는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한 원인부터 추적해야 한다는 게 저희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 윤지나> 원인과 피해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작년에도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 구성하셨고, 또 피해자를 구조하는 법률안도 공동발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왜 진행이 안 되는 거죠? 사실 사건으로만 따지면 27년이 지난 거잖아요?

    ◆ 여준민> 네. 벌써 27년 된 사건이라 저희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겁니다. 일단은 피해자분들의 증언 자체가 증거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을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증언 채록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2~30명의 피해자분들을 심층 인터뷰했는데 익숙한 듯 하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요. 그분들의 고통이 너무나 힘겨워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시는 게 ‘도대체 내가 왜 그곳에 끌려갔어야 했느냐’는 겁니다.

    ◇ 윤지나> 그렇군요.

    ◆ 여준민> 75년도에는 내무부 훈령 410호라는 것으로 부랑인들을 합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했는데, 사실 그 훈령은 반헌법적인 거죠. 모든 시민은 자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건데.

    ◇ 윤지나> 부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순 없다.

    ◆ 여준민> 그렇죠.

    ◇ 윤지나> 그 훈령부터 피해 규모, 원인까지 따져야 할 게 많을 것 같습니다. 근데 관련해서 특별법이 제정되면 그런 작업들이 탄력 받을 것 같은데 왜 제정이 안 되는 거죠?

    ◆ 여준민> 저희가 3월 11일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청원을 했어요. 그리고 국회에서 움직임이 있고 3월 24일 월요일에 의원들이 공동발의를 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주장하는 건 보상도 뒤따라야하는 조치겠지만, 가장 먼저는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이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하게 가리는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윤지나> 네. 그런데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공소시효도 있는데, 그런 건 특별법을 통해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건가요?

    ◆ 여준민> 공소시효도 걸리는 부분인데요. 일단은 박인근씨에 대한 책임보다 당시의 국가정책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걸 용인했는가가 핵심이 될 것 같아요.

    ◇ 윤지나> 아까 말씀하신 훈령 부분?

    ◆ 여준민> 네. 훈령도 그렇고. 86년과 88년의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정화’라는 이름으로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을 잡아가서 복지시설에 감금하는 게 정당화 됐었거든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저희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입니다.

    ◇ 윤지나> 그렇죠. 그렇다면 지금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같군요. 많은 분들이 살인이나 폭행을 당한 분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시는데요. 그게 아니라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제도적 접근이 얼마나 잘못 됐나, 이런 부분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 여준민> 맞습니다. 그런 것들이 철저하게 조사되고 과연 우리는 그걸 어떻게 용납했는가. 사실은 사회 전체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자꾸 배제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게 하려했던 공범자는 아니었는가. 이런 반성과 성찰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 윤지나> 알겠습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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