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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장 논란의 본질, 김연아-나경원 아냐"



스포츠일반

    "청룡장 논란의 본질, 김연아-나경원 아냐"

    훈장기준 강화, 지도자나 생활체육 공로자에게도 주자는 것


     


    - 3년간 논의해오다 김연아 덕 이슈화
    - 엘리트선수 위주로 수여, 범위넓혀야
    - 스포츠 외연 넓히고 토대 다지는 길
    - 유명인에만 집중하는 언론도 문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22일 (토) 오후 6시
    ■ 진 행 : 윤지나 (CBS 기자)
    ■ 출 연 :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 윤지나> ‘다르게 보는 뉴스’ 시간. 오늘 다룰 이야기는 바로 청룡장 논란입니다. 김연아 선수 얘기가 나오니까 아무래도 더 논란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 최동호> 김연아 선수 때문에 청룡장이 부각이 됐죠.

    ◇ 윤지나> 그 청룡장 논란 속에 우리가 놓친 게 그렇게 많다고요?

    ◆ 최동호> 예. 놓친 게 있습니다. 아쉽기도 했고요.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못 보고 손가락만 본 격이 됐죠.

    ◇ 윤지나> 그렇군요. 그러면 늦게라도 문체부에서 김연아 선수에게 청룡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건 잘 된 일이라고 봐도 될까요?

    ◆ 최동호> 네. 김연아 선수 당연히 청룡장 받을 자격이 있지 않나요? 정부에서 다시 수여하기로 번복한 것은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근데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체육 훈장의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죠?

    ◇ 윤지나> 네.

    ◆ 최동호> 대표적으로 청룡장의 기본 점수를 1,000점에서 1,500점으로 올리게 되니까 김연아 선수가 받지 못하게 됐던 거였고요. 그런데 정부에서 체육 훈장의 서훈 기준을 변경한다고 하면, 정책 변경의 배경과 취지가 있겠죠? 하지만 언론에서는 정작 중요한 정책 변경의 배경과 취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김연아 선수가 청룡장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도한 것이 아쉽다는 뜻입니다.

    ◇ 윤지나> 정책 변경하기까지 논란이 많았다고요. 오래된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 최동호> 네. 2~3년 됐죠. 국회에서 토론회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렇게 부각이 된 거죠.

    ◇ 윤지나> 어떻게 보면 김연아 선수 덕분에 관심을 가진 측면, 긍정적인 면도 있겠네요.

    ◆ 최동호> 다시 한 번 김연아 선수의 파워를 실감했죠. (웃음)

    ◇ 윤지나> 아까 체육 훈장의 서훈 기준을 강화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떻게 강화된 건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 최동호> 체육 훈장에 다섯 가지 등급이 있거든요. 1등급이 청룡장이고, 2등급이 맹호장입니다. 각 훈장마다 기준 점수가 있어서, 선수들이 기준 점수를 충족해야 해당 등급의 훈장을 받거든요. 근데 기준을 보면 청룡장 기준 점수가 1,000점이었는데 1,500점으로, 맹호장 점수를 500점에서 700점으로 높였단 말이죠.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 따게 되면 600점, 은메달 따면 360점 이런 식으로 메달마다 정해진 점수를 다 합쳐서, 몇 등급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훈장을 받게 되는 겁니다.

    ◇ 윤지나> 네.

    ◆ 최동호> 김연아 선수 같은 경우엔 청룡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 기준 점수를 상향하면서 받지 못하게 된 거고요. 정부는 여론을 감안해서 김연아 선수에게 특례로 청룡장을 주는 쪽으로 다시 변경을 한 거죠.

    ◇ 윤지나> 사실 결론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심사숙고해서 만든 안이었는데 김연아 선수가 그 안에 끼지 못하니까 특례로 일단 준다. 이런 셈이잖아요?

    ◆ 최동호> 제가 주장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 윤지나> 그렇다면 체육 훈장의 서훈 기준을 강화한다는 정부 정책의 배경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배경이 뭐죠?

    ◆ 최동호>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져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게 되니까, 체육훈장의 희소성과 가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거죠. 그래서 좀 더 기준을 강화해서 훈장의 가치를 높이자는 뜻이 있고요. 두 번째가 중요한데, 체육 훈장이 주로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딴 엘리트선수들 위주로 주어지고 있다 보니까, 훈장 수여의 범위를 좀 넓혀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을 엘리트선수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예를 들면 생활체육 공로자나 장애인체육 선수들, 또 스포츠 과학이나 체육학계, 행정, 스포츠 외교에서도 체육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에게도 훈장을 수여할 기회를 넓혀주자는 취지입니다

    ◇ 윤지나> 취지 자체는 설득력이 있네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을 키워 낸 사람들에게도 주고 또 그걸 통해 생활체육을 확대시키자, 이런 취지 아닙니까?

    ◆ 최동호> 그렇죠. 결국에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외연을 넓히고 토대를 튼튼하게 하자. 당장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간을 두고 밑바닥을 다져두게 되면 탄탄한 저력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저도 정부정책의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던 거죠.

    ◇ 윤지나> 그게 사실 논의의 본질적인 내용이 됐어야 하죠. 그런데 이 논의가 김연아 선수의 청룡장 수여 여부로 튀면서, 아까 말씀하신대로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 같군요.

    ◆ 최동호> 그 점이 아쉽다는 건데요. 청룡장 논란의 본질은 엘리트 선수 이외의 분야나 체육공로자들에게 훈포상을 확대하는 것이 맞는가. 또는 엘리트 체육 이외에 생활체육이나 행정, 스포츠 과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지원하는 것이 맞나, 틀리냐를 두고 쟁점이 오가고 담론이 형성됐어야 했는데. 단지 김연아 선수가 청룡장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논란의 전부였잖아요? 이게 좀 아쉽다는 거죠.

    ◇ 윤지나> 또 논란에 불을 붙인 게, 나경원 전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청룡장을 받아서 더 논란이 됐던 것 같아요. 인물 중심으로 논의가 진전된 느낌이 드는데. 나경원 전 위원장 같은 경우는 경기력 이외의 분야에서 공로가 인정됐기 때문에 받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취지로만 따지면 사실 받는 데는 문제가 없어보이거든요. 어떻습니까?

    ◆ 최동호> 그렇죠. ‘나경원 위원장도 받는데 김연아 선수가 왜 못 받느냐’. 이 말이 상당히 파급력이 있었죠. 그런데 나경원이 특별한 경우로 청룡장을 받은 건 아니었고요. 이 전에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또 이보다는 격이 낮지만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을 경우에 공로를 인정해서 관례적으로 관계자들에게 훈포상을 실시해 왔거든요.

    ◇ 윤지나> 예.

    ◆ 최동호> 그러니까 ‘나경원 위원장의 청룡장 수상에 근거가 없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그건 좀 무리한 주장이라고 보고요. 상훈법을 보면 17조 4항에 ‘체육 발전에 공을 세워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라는 조항이 있어서 거기에 해당하는 건데. 물론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느낌은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 조항에 근거해서 선수 이외의 관계자들, 그러니까 감독이나 코치 같은 지도자나 국제대회 관계자들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 윤지나> 네.

    ◆ 최동호> 물론 청룡장에 걸맞은 공적이 있었느냐에 대해서 세세하게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다만 선수 출신도 아닌데 왜 청룡장을 수상했느냐는 식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거죠.

    ◇ 윤지나> 그러니까 결국 언론 보도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문제 삼게 되는데요. 언론이 유명 선수,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원래 짚어야 할 본질은 짚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죠?

    ◆ 최동호> 예. 사실 언론도 아무래도 기업이다 보니까 첫 번째 쓰는 기사는 유명인에 맞춰서 쓸 수도 있는데, 하루 정도 지나서 기자가 자료 검색하고 생각도 해보면 좀 더 본질적인 얘기를 하는 기획 기사가 쏟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런 기사가 안 나오죠.

    ◇ 윤지나> 알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본질을 따져야 하는데. 김연아 선수 우리가 굉장히 좋아하고 환호하고 지지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무조건 상을 받아야한다’ 이런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최동호> 예.

    ◇ 윤지나> 감사합니다. 다르게 보는 뉴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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