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우아한 거짓말' 고아성 "가슴에 구멍 뚫린듯 카메라 밖에서 매일 울었죠"



연예가 화제

    '우아한 거짓말' 고아성 "가슴에 구멍 뚫린듯 카메라 밖에서 매일 울었죠"

    [노컷인터뷰] 동생 잃은 여고생 만지 연기한 고아성

    고아성(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괴물'(2006)과 '설국열차'(2013). 우연찮게 두 흥행작에서 이제 이십대가 된 고아성(22)은 톱 배우 송강호의 딸을 연기했다.

    야무지게 제 몫을 해냈으나 쟁쟁한 감독과 배우들의 명성에 가려 늘 관심의 뒷전에 밀려나거나 그냥 운 좋은 배우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은 고아성이 톱스타 감독이나 배우들의 덕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스스로 빛나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한 영화로 기억될 만하다.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났지만 극중 동생 천지(김향기)을 잃은 여고생 만지를 떠올리면 그때 그 순간 그녀가 절감한 뼈아픈 후회가, 숨이 넘어가게 갈구하던 바람이, 그리고 고통 끝에 피어난 수줍은 미소가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진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고아성은 만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 듯 보였다. 타인의 아픔에 공명했음이 틀림없는 그는 "담담하게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작품에 들어갈 때 무척 조심스러웠다"며 "행여나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내 서툰 연기로 상처를 줄까봐 걱정됐고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제가 그 감정을 다 아는 듯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조심스레 만지가 된 그는 촬영하는 두 달 간 매일 눈물을 달고 살았다. 영화 속에서는 대놓고 슬픔에 목 놓아 우는 장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말이다.

    실제로는 3녀 중 셋째인 그는 "있지도 않은 동생이 진짜 죽은 듯, 마음 한구석에 큰 구멍이 난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극중 천지를 연기한 향기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데다, 향기가 웃는 게 유난히 해맑다. 그 해맑은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슬펐고, 실제로 영화 찍으면서도 향기와 마주치는 신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천지 방에 매달린 빨간 줄, 뇌리에 박혔죠."

    우아한 거짓말은 지속적인 동급생의 왕따로 상처 입은 여중생 천지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현숙(김희애), 쿨한 언니 만지에게 응석 한 번 제대로 부려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만지는 동생의 부재가 고통스러우면서도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 죽음의 이유를 추적하던 중 그는 자신이 미처 눈치 못챘을 뿐 동생이 어렵게 고민을 털어놨던 어느 날 밤의 대화를 떠올린다.

    고아성(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친한 친구 미라가 동생 미란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에서 동생에서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한편 동생을 괴롭힌 화연(김유정)의 뒤를 밟다가 그녀의 모습에서 동생의 외로움을 엿본다.

    만지는 방황하는 화연을 붙잡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너무나 달콤한 꿈을 꾼다. 바로 동생이 죽던 바로 그날, 엄마와 함께 집으로 힘껏 달려가 천지를 극적으로 끌어안는 장면이다.

    고아성은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이라는 말에 "제가 연기할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괴물에서 녹초가 된 가족들이 매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하수구에서 굶고 있던 현서가 갑자기 나타나 같이 밥 먹는 그 환상신과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며 "연기할 때도 강렬했다"고 회상했다.

    "천지를 살려야 한다는 다급함으로 힘껏 달려가고, 천지를 안을 때도 슬픔보다는 안도감으로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세트에 들어갔는데 제가 예상한 그 이상이었다."

    그는 "세트의 문을 열었는데, 이사 간 새집이 아니라 옛날 집의 천지 방에 빨간 줄이 매달려있는데, 마치 하나의 풍경처럼 뇌리에 박혔다"며 "울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너무 눈물이 났고, 집에 돌아가서도 1주일간 그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지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얼마나 간절한 순간일까. 그런 점에서 그 장면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운에 상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만지는 동생이 죽은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서 가해자인 화연을 연민으로 끌어안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성숙된 자세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곧 용서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엄마 현숙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만지도 화연을 용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영화에서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천지 뿐이다. 만지는 그저 화연의 자살을 막은 것뿐이다. 그렇다고 천지가 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천지는 아직 너무 어렸다."

    그는 학창시절 이야기도 들려줬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학교 폭력으로 죽은 학생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 엄마가 가해자 학생의 앞날을 고려해 처벌을 원하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정말 이해가 안돼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우리학교에 이런 일이 있다며 얘기한 적이 있다."

    고아성(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워낙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여서인지 고아성은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글을 꼼꼼히 읽는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을 물었다.

    "학창시절에 아무 문제없었다면 따뜻한 영화인데, 무슨 일이 겪었으면 대성통곡할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글이었다. 저 역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는 영화로 만들어진 만큼 너무 마음이 무거운 영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우 고아성의 앞날에 대해서는 "운에 상응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운 좋은 배우' '실력 이상의 과찬을 받은 배우'라면서 한껏 낮췄다.

    지난 2월 '설국열차'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그는 "너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세상에 그리 큰 극장 있는지 몰랐다. 칸도 그렇고 베를린도 그렇고, 제가 이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때 다 켞은 거 같다"고 했다.

    "틸다 스윈튼이란 대 배우와 연기한 것도 그렇고 배우로 따지면 스펙이 좋은데, 상응하는 배우인지 모르겠다. 항상 운이 좋았는데 제 운에 상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