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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할 상처에 파스 바르는 것이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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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할 상처에 파스 바르는 것이 비정상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에 처음으로 입을 연 배경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국정원의 혐의가 해명되기보다는 점점 짙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고 국민의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검찰의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공안정국이란 카드가 효력을 잃게 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 규명의 핵심 인물인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 모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윤성호기자

     

    더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지지부진하던 야권의 두 세력이 힘을 모아 신당을 만든다고 한다. 여권으로서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해서는 기막힌 타이밍을 부여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지율 나쁘던 초기에 지방선거를 치러 참패하고, 곧 이어 총선까지 치르면서 일찌감치 레임덕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초기 지지율이 최고조일 때 지방선거를 치르고 총선은 임기 끄트머리에 있다. 지방선거만 큰 실책 없이 넘어가면 정권은 내내 순탄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의 비리 행태와 파문이 커지면 곤란하다. 또 간첩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지만 증거조작은 명백히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사건이어서 그냥 넘어 갈 수 없다고 본 것.

    우리나라에서 정권과 관련해 벌어진 최초의 증거조작 사건으로는 최능진 사건을 들 수 있다. 최능진 선생은 안창호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2년 간의 감옥생활을 하고 해방 후 평남지역 건국준비위원회 치안부장을 맡아 경찰에 투신했다. 그러다 소련군과 김일성을 피해 월남해 미군정 경무부 수사국장을 맡았다. 그런데 경찰국 내부에 친일파가 득실대는 것을 보고 ‘친일부패 척결’을 외치다 쫓겨났다.

    최능진 선생은 이승만 대통령을 규탄하며 1948년 5.10 총선거 때 이승만 후보에 맞서 국회의원 동대문 갑에 출마입후보 했다. 그러나 친일 경찰이 나서 최능진 후보 추천인들에게 압박을 가해 자신들이 '추천하지도 않았는데 추천도장이 찍혔다'는 허위진술을 받아낸 뒤 입후보를 무효화시켰다.
    그 뒤 이승만 정권은 최능진 선생이 국군 내부에 혁명군을 조직해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고 사건을 조작해 징역 5년 형에 처했다. 그리고 6.25전쟁 때 최능진 선생이 주도한 반전평화 운동을 빌미로 이적행위자로 몰아 조작된 증거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했고 곧 사형이 집행됐다. 이를 주도한 건 일본 관동군 헌병 출신인 김창룡 등이다. 2009년 9월 진실화해위원회가 부당한 죽음으로 결정한 사건이다.

    ◈수술이 필요한 자리에 파스 바르고 넘어가나?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진상을 규명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도 펼쳐졌다. 하지만 진상의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보도된 박 대통령의 지적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의 증거조작 위조 의혹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하게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하며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

    분명히 할 것은 증거 조작과 간첩 조작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애당초 간첩 사건 자체를 조작했느냐’와 ‘간첩을 잡으려다 보니 미비한 증거를 조작하게 됐다’는 시작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 때 제기된 부실과 의혹, 국정원 선거 개입과 그 배후를 캘 국정조사, 국회특위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이 중요하다. 야당마저도 증거조작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그러니 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 지 고개가 저어진다. 대통령선거에까지 개입한 국가정보기구의 타락과 부패는 대수술을 응급으로 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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