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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시대… 인터넷에 만연하는 임신 '비법'



사건/사고

    불임 시대… 인터넷에 만연하는 임신 '비법'

    '임신 가능성 보는 점집' 등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맹신은 금물"

     

    두 달 전 임신을 계획한 이 모(30.여) 씨. 이 씨가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엽산제와 철분제 등 각종 영양제와 비타민이었다.

    이 씨는 "주부 커뮤니티에 가보면 종류별로 영양제 추천 목록이 다 나와 있다"면서 "그걸 보고 있자니 나만 아무것도 안 먹을 수는 없고, 하나씩 챙기다 보면 수십 가지"라고 말했다.

    '불임 시대'라고 해도 될 만큼 불임ㆍ난임으로 속을 끓이는 부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임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 16만 2,000명에서 5년 만에 19만 1,000명으로 연평균 4.2%가량씩 증가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임신 관련 온갖 '비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법들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다가는 오히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남들 다 챙겨 먹는데 안 먹을 수는 없고…" 임신 정보의 홍수

    실제로 주부들 사이에 알려진 임신 전 '필수품' 목록은 상당하다. '임신 계획 3개월 전부터 먹어야 한다'고 소문난 엽산부터 비타민과 칼슘, 철분 등 기본적인 영양제 종류만도 갖가지다.

    유명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붕어즙과 잉어즙을 비롯해 복분자즙, 석류즙, 흑마늘 진액과 구절초 달인 물 등도 '비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 밖에도 보온 효과 때문에 임신에 효과적이라는 전용 속옷, 해외에서만 구할 수 있는 의약품 등도 인기가 높다.

    병원에서 배란유도제를 따로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난임 시술 환자가 해마다 늘면서 배란유도제 처방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임 시술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인공수정ㆍ체외수정 등 시술을 지원한 건수는 6만 4,500건에 육박하고, 올해는 이보다도 1만 건 이상 많은 7만 6,000건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임신이 가능 여부'를 봐 주는 데 용하다고 소문난 철학관과 점집 입소문까지 돌 정도다. 주부 김 모(30) 씨 역시 "주부들 사이에서 자식 운을 잘 본다는 점집은 서로 물어 찾아가본다"면서 "미신인 걸 알지만, 얼마나 간절하면 그러겠느냐"고 전했다.

    불임ㆍ난임은 더 이상 여성만의 고민도 아니다. 직장인 신 모(32.여) 씨는 임신을 준비하면서 남편용으로, 정자의 질을 높인다는 영양제를 따로 마련했다. 얼마 뒤, 먹다 남은 제품을 인터넷 중고거래 장터에 올렸더니 하루 만에 사겠다고 나선 이들이 줄을 섰다.

    신 씨는 "남편들까지 약을 챙겨먹는 일은 흔치 않은 줄 알았는데 확실히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정보도 많이 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남성의 불임 진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1.8%씩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업무 스트레스나 환경 호르몬 등으로 남성 불임도 크게 증가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불임의 원인이 남성에게도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주부 이 씨 역시 "임신 준비를 위해 남편은 무조건 찬물로만 샤워하고 회사 회식에서도 철저히 금주했다"고 전했다.

    '흑염소ㆍ전용 속옷'… 맹신 말고 보조 수단으로만 여겨야

    온라인상에서 각종 임신 비법을 공유하는 모습은 그만큼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예전과 달리 일반인들의 의학적 배경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모든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의를 통해 난임ㆍ불임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기도 전에 각종 의약품이나 식품부터 찾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난임을 겪는 이들에게 당장 상황은 매우 조급하다"면서 "이 때문에 어디서 '효과 있는 방법'이라고 하면 무엇이든 시험해보려고 하지만, 어차피 효과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산부인과 전문의 정재은 교수는 "1차적으로 병원 진단을 마쳤다면, '보조 수단'으로서 민간요법 같은 것을 사용해보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정보를 나누는 것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 또 전반적으로 몸 상태에 신경 쓰다 보니 음주나 흡연을 조절하게 돼 2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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