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가 오는 7월부터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2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현행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해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한 부총리는 또 이같은 결정은 이날 오전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한 부총리는 현행 영화진흥법에 따르면 연간 상영일수의 40%에 해당하는 146일 이상을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로 부과하고 있지만 감경사유 등으로 실제의 쿼터량은 106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지만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우리영화 산업이 앞으로도 국가의 중요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영화산업 지원대책 등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FTA체결 전제조건 내세운 美 요구 받아들여 스크린쿼터 축소그동안 스크린쿼터 축소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있어 왔다.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축소방침을 발표한 것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와 관련, 세계화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국익에 더 부합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는 취지로 축소 배경을 밝혔다.
한 부총리는 "WTO협상과 FTA협상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된다"며 "이 과정에서 규제적인 제도가 장애가 된다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한 부총리는 또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범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서 무역자유화의 물결은 수시로 스크린쿼터 제도의 변화를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은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스크린쿼터 축소여부 문제가 풀리지않아 협정 타결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의 축소와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완화, 그리고 의약품 약가 산정 문제 등 4가지를 요구해 왔다.
이 가운데 쇠고기 수입재개 등 3가지 쟁점은 매듭을 지었지만, 스크린쿼터 문제만은 해결을 보지 못해 왔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스크린 쿼터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영화계, "예술 ·실험 영화 설 자리 없어질 것" 강력 반발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절반수준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국내 영화계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장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명동 한국영화 감독협회 사무실에서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주최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발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스크린쿼터 지키기 공동대책 위원장인 배우 안성기씨 영화감독 정지영씨 등 영화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한국영화 감독협회 임원식 이사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스크린쿼터 방침을 밀고 나갈 경우 감독들 99%가 스크린쿼터 지지를 위해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정부안이 확정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이처럼 국내 영화인들이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반대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을 했다.
먼저 1년에 60편이 넘는 한국 영화가 만들어지지만, 블록버스터 등 평균 10%정도밖에 안되는 몇 작품만이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직 한국영화가 정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그러면서 만약 스크린쿼터가 반으로 줄게 되면 국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그야말로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