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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사건의 몸통과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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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조작 사건의 몸통과 깃털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으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증거가 조작됐음이 밝혀진 것이고, 국정원이 증거조작의 몸통이며 검찰도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

    반면, 새누리당은 "사실규명부터가 먼저다. 확인도 안 된 걸 가지고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치지 마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난리쳤지만 무죄로 끝나지 않았냐"라며 맞서고 있다.

    중국정부가 검찰 측 증거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힌 사실조회 회신. (노컷뉴스/자료사진)

     

    유우성 씨가 북한에 들어가 보위부 공작원 임무를 부여 받았다는 수사 내용이 논란의 핵심인데 그 증거로 제출된 중국-북한 국경을 오고 간 기록의 진위가 문제이다.

    검찰은 화룡시 공안국과 삼합변방검사창의 기록 및 설명을 증거로 제시했고,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보낸 공문을 증거로 내놓았다.

    그런데 중국 영사부가 3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터져 나온 것. 중국 영사부는 되려 중국기관의 문서와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이므로 중국 측이 조사할 수밖에 없고 이에 협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무엇이 진상인지 더 캐내볼 일이지만 이런 논란 자체만으로도 황망하기 그지 없다.

    ◈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지금이 그런 세상이지

    세상을 놀라게 하고 후에 무죄로 밝혀진 간첩 사건은 무수히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민족일보 사건은 5.16 쿠데타 직후 북한의 자금을 받아 친북활동을 했다며 진보진영 언론인들이 군사정권에 의해 사형과 징역형을 받았던 1961년 사건이다. 당시 편집장 이종률 씨는 52년 만인 지난해에야 누명을 벗었다.

    동백림 사건은 동베를린에서 유학 중인 학생·지식인을 비롯한 국내·외 인사 203명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간첩행위와 사회주의 정권 수립 활동에 연루됐다고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사건.

    23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했고 작곡가 윤이상 씨와 화가 이응로 씨 등 명망 있는 해외 인사들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그러나 6.8국회의원 부정선거 규탄시위 등 정권비리에 대한 저항을 누르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실체를 왜곡한 사건이라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결론.

    관련자들에게 물·전기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고 대법원이 사건 일부에 대해 무리한 법적용이라며 파기하고 되돌려 보내자 중앙정보부가 100만원의 예산으로 판검사 매수를 계획한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문인간첩단 사건도 있다. 1974년 1월 문인들이 개헌지지 성명 등을 발표하자 보안사가 김우종 교수를 비롯해 이호철, 임헌영, 장병희, 정을병 씨 등 문인 5명을 간첩단이라고 발표한 사건. 당시 김 교수는 일본에서 발행되던 잡지 '한양'지에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았는데 이 잡지가 북한의 위장기관지임을 알면서도 글을 썼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간첩이 되어 버렸다.

    35년 뒤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조작된 수사 결과를 언론에 알려 문인들에게 '간첩'의 낙인을 찍은 것"이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장기간 영장 없이 연행해 가두고 잠을 재우지 않으며 발길질과 주먹으로 때려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건.

    ◈ 맞은 사람은 죽고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승진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울시 간첩사건 관련 공증도장(위) 형식은 진본(아래)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진본과 달리 검찰 자료 공증도장은 별도의 공증서가 아닌 공문서 자체에 찍혀 있고, 공증번호와 담당공무원 도장이 없다. 연변자치시 규정과 달리 한글·한자 병행도 지키지 않았다. (노컷뉴스/자료사진)

     

    반체제 유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주민들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제주도 강희철 씨 사건. 강 씨는 15살이던 지난 1975년 일본에 사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밀항해 오사카로 갔다. 조총련계 조선고급학교를 졸업해 공장에서 일하다 일본경찰에 밀입국자로 잡혀 강제송환됐다. 부산 군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당하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저 밀입국자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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