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격의료제 도입과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방침 등에 반발해 전국의 동네의사들이 총파업(전면 휴진)의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문닫은 의료기관(병원 및 약국)이 모두 5256곳에 이르고, 의료민영화가 시행될 경우 맹장수술 비용이 1500만 원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낭설까지 인터넷에 돌면서 의료소비자인 국민들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동네병원 의사를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소아치과 전문 연세밝은아이치과 박주석 원장(42)은 "동네병원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치의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환자와 의사 간에 깔린 불신이 걷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서 소아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박주석 원장은 병원 운영 상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는 벌이가 괜찮은 편이지만 앞으로 5년, 10년 이후가 문제"라면서 "주치의제도 정착이 동네병원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언제 개원했나.
"2003년 7월에 문 열었다. 오래 하다 보니 단골환자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매출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어떤 환자들이 많이 오나.
"5세에서 초등학교 3~4학년까지의 소아가 대부분이다. 하루 평균 10~15명 정도 내원한다. 치료에서는 충치 치료가 90% 정도를 차지하고 치아 한두 개 정도를 손보는 단순 교정이 그 다음이다."
-지난해 폐업한 의료기관 5200여 곳 중 치과의원이 748곳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월 세전 수익이 1000만 원 선이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불안감이 있다. 가장 큰 두려움은 과연 이 상태를 5년, 10년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진료분야를 소아 위주로 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소아치과 쪽으로 수련받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치과병원들 다 임플란트하던데, 왜 안하나.
"매출에 큰 도움 되니까 처음에는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단가가 많이 떨어졌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는 사후 관리와 책임 문제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진료가 고가가 되면 스트레스도 커진다. 소아 전문이다 보니 같이 하기도 힘들다. 아이들이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다른 환자는 못본다. 환자 한 명 보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
-치과병원들의 어려움은 뭔가.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적으로 치과의사가 2만 명이 넘어섰다. 양천구에만 180명이 몰려 있다. 경기도 안 좋다. 가장 큰 불만족은 아무래도 수가 문제다. 일부 아말감과 신경치료의 경우 수가가 만족스럽지 않다. 보험치료만 해서는 병원 운영이 안된다는 말은 맞는 것같다."
-올해 매출 전망은 어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매출이 확 꺾였다가 작년에 좀 나아졌는데, 올해가 걱정이다. 올해 매출이 10~20% 정도 줄 것으로 본다."
-보험과 비보험의 비율은 어떤가.
"비보험과 보험의 비율이 2대 1 정도다. 단순 발치와 신경치료는 대부분 보험이고, 레진치료(치아 깨짐 등 손상에 대해 금속 등 재료를 이용해 때우는 치료)와 어린이 왕관(크라운), 교정 등은 비보험이다."
-주변의 다른 병원들 사정은 어떤가.
"비보험진료가 많지않은 내과, 소아과, 재활의학과 선생님들은 힘들어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는 치과 보다 비보험 치료가 더 많으니까 파이가 더 클 거다."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죄다 의대로 몰리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의사는 돈 많이 번다, 안정적이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조만간 깨질 것이다. 개인 파산의 40%가 의료인이란다. 인재를 10등급으로 나눈다면 7~8등급이 의사로 적당할 것같고, 9~10등급은 공대나 기초연구 분야로 가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다."
-자녀가 의사를 지원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아직 결혼 안했다. 치대는 안 보내고, 의대는 보낼 것같다. 치과의사는 육체적으로 좀 힘들다. 의대를 보내는 이유도 돈이 아니라 진료 이외의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제 도입 여파를 어떻게 전망하나.
"원격의료가 실시되면 환자들이 동네병원으로 오지 않을 거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의 원격진료를 받을 거다."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도 추진 중이다.
"의사 보고 다른 장사 하라는 거다. 꼼수다. 병원 영리법인화도 반대다. 요즘 집 앞 동네슈퍼를 가면, 품목도 줄어들고 채소의 신선도가 예전만 못하는 등 장사가 점점 안되는 것같다. 결국 SSM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리법인이 되면 동네병원 다 죽을 거다."
-그렇다면 의료계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의사 수가 너무 많다. 또 요즘 병원들 매출 누락 못한다. 매출 신고가 투명해진만큼 세율을 조정해주던가 이것도 안된다면 지출경비라도 늘려줬으면 좋겠다. 제일 좋은 방법은 주치의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주치의제도가 자리잡는다면 환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동네병원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첫째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가 둘째를 낳았다고 하면서 데리고 왔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환자 수만 일정하게 확보된다면 의사들도 무리한 치료를 할 필요 없으니까 환자들에게도 이익이다. 다만 신뢰의 문제가 있다."
-신뢰란 어떤 것을 말하나.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예전엔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믿고 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환자들이 의사를 안믿지만 의사들도 환자를 안 믿는 것같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신 잘못이니 책임져!' 이렇게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환자의 불신감을 겪은 적 있나.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이를 다쳐서 왔는데 상태가 괜찮아 보여 '치아는 더 흔들리면 빼면 되고 붓기는 약 먹으면 금방 가라앉는다. 괜찮다' 했더니 '나중 문제 생기면 책임질거냐. 잘못되면 진단서 떼러 올거다'라면서 화내고 나가버리더라."
-의사들이 자성해야 할 점도 많다. 왜 환자들이 큰병원으로 몰린다고 보나.
"그렇다. 신뢰의 문제다. 단순 질환인데도 큰병원으로 가는 것은 큰병원이 신뢰성에서 더 낫겠지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신기술을 표방하면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병원도 있다.
"나는 나온지 10년, 20년된 옛날 것(전통적 치료법)을 더 좋아한다. 레진치료에서 요즘 미관에 좋다는 신제품들이 쏟아지는데, 치아를 더 많이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치아 상실의 위험이 있고 돈도 훨씬 더 많이 든다. 라미네이트(치아 성형)도 원래 표면만 살짝 깎아서 입히는 건데 미관을 강조하다 보니 깎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잉진료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과잉진료 탓만은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인가.
"성형외과, 피부과 쪽은 환자들의 의료쇼핑이 더 문제가 된다. 소비 주체가 있으니까 공급이 생긴 것이다."
-임플란트는 좋은 치료법이지만 재수술 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임플란트가 소개된 지 20년이 돼가는데, 재수술 시 제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아직까지 정립돼 있지 않다."
-치과 진료시 치료율을 좌우하는 것은 뭔가.
"소아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기술 보다는 꼼꼼함이다. 치아를 똑같이 깎아 내더라도 시간을 더 많이 들이면 결과도 더 좋다."
-요즘 아이들 치아건강 상태는 어떤가.
"잘못된 식습관이 큰 문제다. 예전엔 우유병우식(아이에게 우윳병을 물린 채 잠을 재우면서 생겨나는 앞니 충치)이 문제였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밥 먹을때 돌아다니거나 오랫동안 안 삼킨 채 물고 있는 것이 최대 골칫거리다. 이런 경우 치아가 한두 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썩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