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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나이테 오롯이…자연이 빚은 걸작



세월의 나이테 오롯이…자연이 빚은 걸작

제주도 대포동에 위치한 주상절리대.

 

제주도를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여유롭게 즐기는 '골프 관광'부터, 고기국수와 갈치국을 찾아다니는 '맛집 관광', 해안가 게스트하우스에 한적하게 머무는 '치유 관광', 한라산과 올레길을 탐방하는 '걷기 관광'까지. 그리고 이제는 '지질 관광'을 만끽해볼 차례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거대한 지질학 박물관과 같다. 180만 년 전 바다 속 약한 지층을 뚫고 일어난 화산 활동의 흔적이 제주도의 뼈대를 우뚝 세웠다. 그리고 화산체가 파도에 의해 깎이고, 퇴적물과 함께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곳곳에 리듬감 넘치는 지층을 완성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성산일출봉 전경.

 

'지질 관광'은 제주도의 이 아름다운 용암의 흔적을 지구과학의 거울로 새롭게 비춰보는 코스다. 익숙하던 명소도 새로운 시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제주도의 땅을 만지고 느끼고 이해하다 보면 놀이공원을 찾은 아이처럼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지질 관광'은 지난 2010년, 제주도 명소 9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부터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시·서귀포시가 손잡고 제주도의 아홉가지 보물을 엮는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제주도 지질 자원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도 개발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9곳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주상절리,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1박 2일로 찾기 좋은 6곳을 코스로 엮어 소개한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천지연폭포.

 

■ 천지연 폭포

화산 활동이 만든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매표소에서부터 500미터 남짓 물줄기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커튼이 걷히듯 폭포가 서서히 드러난다. 왜 그토록 많은 신혼부부들이 이곳에서 두 손을 맞잡고 사진을 찍었는지, 아름다운 폭포 앞에 서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폭포가 떨어지는 지층을 자세히 보면, 초기 화산활동 당시 바닷속에서 형성된 '서귀포층'과 육지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생긴 '용암층'이 샌드위치처럼 위 아래로 만나고 있다.

전체 폭포 22미터 중 발목 정도 높이까지가 서귀포 층이고 그 위쪽이 용암층이다. 무르고 잘 침식되는 서귀포층이 흐르는 물에 의해 오랫동안 깎이고 패이면서 20미터 깊이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흰뺨검둥오리 떼가 이 웅덩이에 서식하는데,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의 감귤색 다리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폭포가 처음 생겼을 당시는 지금보다 바다에 더 가까웠지만, 침식이 계속되면서 계곡이 더 안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이 흐르면 매표소에서 폭포까지의 산책로가 1킬로미터로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064) 760-6301

18일 제주도 대포동에 위치한 주상절리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주상절리

"사람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하겠다." 주상절리 앞에서 관광객 열에 다섯은 이와 비슷한 감탄사를 내 뱉는다.

해안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육각기둥의 모습은 솜씨 좋은 조각가가 만든 것보다도 더 거대하고 세밀하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가락 마디 같기도 하고,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 같기도 한 모양이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주상절리와 푸른 바닷물에 태양이 비치면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터진다.

주상절리를 가만히 관찰하면 숨은 그림 찾듯 4각 기둥, 7각 기둥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직으로 쪼개진 것이다. 용암이 빨리 식을 수록 기둥의 굵기가 가늘어진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약 25만년 전 용암이 어디서부터 어떤 속도로 굳었는지 대충 짐작해볼 수 있다. (064) 738-1393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산방산 전경

 

■ 산방산

약 80만년 전 용암이 쌓이면서 생긴 산이다. 워낙 오래된 지형이라 재미있는 이야기도 세월을 타고 전해진다.

봉긋하게 솟은 모양 때문에 사람들은 한라산 백록담에 있던 봉우리가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옛날 어느 사냥꾼이 한라산에 올라갔다 실수로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화살로 맞추고 말았고, 이에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산방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구전되는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실제로 산방산은 진득한 용암이 지층을 뚫고 나오면서 생긴 용암돔이다. 점성이 높은 용암이 옆으로 퍼져 흐르지 못해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 됐다. 거친 암벽은 바닷바람에 다시 한번 더 침식되면서 특유의 멋진 무늬를 만들어냈다. 암벽의 결 때문에 얼핏 꽃망울을 오므리고 있는 국화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이가 395미터에 달하는 산방산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으려면 용머리해안 입구 쪽에서 바라보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워낙 크기도 크고 옆모습과 뒷모습도 아름다워서, 멀리서 차를 타고 달려오면서 다각도로 감상하는 것도 좋다. (064) 760-6321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용머리해안 전경.

 

■ 용머리해안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용머리해안이다. 산방산 앞쪽에서 내려다보면 용의 뒤통수가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해안으로 내려가 화려한 지층을 가까이 관찰할 때 드러난다. 휘몰아쳐 흐르는 듯한 지층이 미국 서부의 그랜드캐년만큼이나 웅장하고 아름답다.

용머리해안의 놀라운 지층은 바닷속에서 불출한 용암으로 생긴 화산재가 오랫동안 쌓이면서 생긴 것이다. 세 군데 분출구의 화산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흐르다가 굳어서 더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족족 그림이 되는 빼어난 경관이면서 그 자체로 지적 유희를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이 장관을 오래도록 기억하려면 카메라 셔터도 자주 눌러야겠지만, 또 한가지 방법이 더 있다. 현금을 주머니에 챙겨 지층 사이에 자리잡은 해녀에게서 해삼과 멍게 한 소쿠리를 사 먹을 것. 장관을 눈 앞에 두고 마시는 제주도산 소주는 더 달고 맛있다. (064) 760-6321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도 전경.

 

■성산일출봉 

지하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물과 만나 만든 화산체 중에서, 성산일출봉처럼 크고 선명한 응회구가 또 없다. 그런데 성산일출봉 근처에는 일행이 정상에 다녀올 때까지 산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많다. 보물섬을 발견했는데 보물상자를 열지 않고 가는 것과 똑같다.

25분 정도 힘을 내 정상에 오르면 99개의 뾰족한 바위 봉우리가 테두리를 따라 뺑 둘러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봉우리가 마치 성을 지키는 군사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산(성처럼 생긴 산)'이라고 이름 붙었다. 정상에 올라야 비로소 성산일출봉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등반길에도 볼거리가 넘쳐난다. 곳곳에서 수직으로 우뚝 선 바위들이 관광객들을 내려다본다. 채 굳지 않은 화산재가 내리는 비에 수직으로 깎이면서 날카롭고 뾰족한 바위들이 생겨난 것이다. 새부리 모양도 있고 사람 얼굴처럼 생긴 것도 있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우도를 비롯한 제주도 바다와 시내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064) 710-7924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만장굴 용암석주.

 

■ 만장굴 

한라산 동쪽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만든 동굴. 1946년, 김녕국민학교 선생님과 제자들이 짚신 신고 횃불 든 채로 탐험하면서 처음 발견했다. 약 7.4킬로미터인 긴 굴이지만 지금은 1킬로미터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만장굴은 용암이 흐르다 공기와 맞닿은 표면이 먼저 굳은 후, 내부에 있던 용암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것이다. 이 통로로 용암이 계속 흐르게 되고, 수위가 점차 변하면서 동굴 벽에 긴 유선을 만들었다. 맥주잔을 비울 때 맥주 거품이 만드는 선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장굴의 가장 끝 지점에는 구름기둥 같기도 하고 승천하는 용처럼 보이기도 하는 큰 용암석주가 있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생겨날 만큼 신비한 모양새다.

왕복 2킬로미터 코스를 천천히 걸으면 그대로 멈춰버린 과거를 눈 앞에서 확인하는 신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산재로 뒤덮여 시간이 멈춘 이탈리아 폼페이를 여행할 때처럼, 당시 동굴을 흐르던 용암의 흔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탐사를 마치고 햇빛이 비치는 밖으로 나오면 시간여행을 하고 온 듯 세상이 달라 보인다. (064) 710-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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