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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일과 삶의 균형 최하위 수준"



경제 일반

    OECD "한국, 일과 삶의 균형 최하위 수준"

    인터뷰 | 앤서니 구찌 OECD 홍보수석

    경제지표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행복이다. 문제는 이 행복을 객관화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 '행복'을 점수로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이른바 '행복지수'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만들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앤서니 구찌 OECD 홍보수석을 만났다.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란 무엇인가.
    "행복을 측정하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전통적인 경제지표를 넘어서 웰빙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평가 기준이 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과 비회원국 2곳(브라질ㆍ러시아) 36개국을 대상으로 11개 생활영역(주거ㆍ소득ㆍ고용ㆍ공동체ㆍ교육ㆍ환경ㆍ시민참여ㆍ일과 생활의 균형ㆍ건강ㆍ삶의 만족도ㆍ안전)을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행복지수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OECD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한 국가의 부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만들지만 기존의 통계가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거시적인 경제 통계로만은 국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OECD는 객관적인 경제 지표를 조사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
    "OECD하면 권위적이고 많은 걸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것에 새롭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지수를 만든 건 OECD의 본래 목적과도 관련이 깊다. OECD는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살게 하기 위한 '웰빙'을 목적에 두고 있다."

    +이 행복지수가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OECD 홈페이지 오른쪽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라는 배너가 있다. 이를 클릭하면 '당신의 행복지수를 만들어보세요(Creat Your Better Life Index)'라고 쓰여 있는 또 다른 배너가 나온다. 배너를 누르면 관련 페이지로 넘어간다. 11개 항목에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도에 따라 1점부터 5점까지점수를줄 수 있다."

    +11가지 항목에 특별히 기준이 있나.
    "행복지수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분석하기 위해 만든 지수다. 각각의 행복은 소득수준ㆍ일자리ㆍ주거환경과 같은 물질적인 항목뿐만 아니라 개인의 안전 보장ㆍ환경ㆍ삶의 만족도 같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도 고려해 만들었다."

    +각각 항목에 점수를 매기면 행복지수에 반영 되나.
    "사람들이 참여한 결과와 기존의 정부 데이터를 취합해 반영한다. 이는 꽃 모양의 인덱스로 표현된다. 11개 지표의 각각 점수에 따라 꽃잎 길이가 달라진다. 때문에 국가별로 꽃 모양이 다르게 나타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가. 참여자들의 정보도 따로 수집하나.
    "설문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많은 걸 물어보지 않는다. 연령대ㆍ성별ㆍ거주지역 세 가지를 물어본다."

     

    +일반 통계와 달리 사람들이 참여해 직접 통계를 만든다는 게 참신하다.
    "맞다. 기존의 자료만 갖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국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요소를 직접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의 가치가 행복지수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지표들과는 다르다."

    +웹사이트가 알기 쉽게 꾸며져 있는 거 같다.
    "행복지수 웹페이지는 제16회 웨비어워드(Webby Award)에도 선정됐다. 온라인 웹사이트에 오스카상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웨비어워드는 웹사이트의 활용도ㆍ혁신성ㆍ미적 아름다움, 얼마나 쉽게 사용이 가능한지 등을 평가해 주는 상이다."

    +현지 언론의 반응은 어떤가.
    "행복지수를 발표한 이후 600여개 기사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ㆍ파이낸셜타임스 등을 포함해 경제 전문 미디어에서도 행복지수에 대해 크게 다뤘다. 삶의 질이라고 말하는 두루뭉술한 지표에 경제매체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 24시간 동안 OECD 행복지수에 관련한 기사가 걸리기도 했다."

    +행복지수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나.
    "처음 1년 동안(2011년 5월~2012년 12월) 사람들은 이 행복지수를 사용하고 공유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사람들이 어떻게 이 지수를 사용하는지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 나갔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행복지수에 참여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조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었나.
    "삶의 질을 위해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첫째 요소가 삶의 만족(Life Satisfa ction)이었다. 둘째가 건강(Health), 그다음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었다. 물질적인 요소인 일자리(Jobsㆍ7위), 주거(Housingㆍ8위), 소득(Incomeㆍ9위)은 순위 뒤쪽으로 밀려나 있다. 물질적인 요소가 행복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한국인, 물질적 요소 중시

    +특이할 만한 점이 있었나.
    "대표적인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사람들이 이 조사에 가장 많이 참여했다는 거다. 물질적인 것에만 관심을 둘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 남성과 여성이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많이 다를 것 같지만 이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남성은 소득, 여성은 커뮤니티ㆍ일과 삶의 균형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한국은 어떤가.
    "개인의 안전이 전체 항목 중 2위라는 점, 일자리ㆍ주거ㆍ소득 같은 물질적 요소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점수가 높은 것도 특이할 만하다. 교육은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일과 삶의 균형 항목은 최하위 수준인데 한국 사람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표현'에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말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제대로 표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데로 바꿀 수 없다. 일과 삶의 균형은 정말 중요하다. 나의 경우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면 '창의적'이 될 수 없다."

    +일본과 한국의 '안전' 지수가 유독 높다.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쓰나미 영향이 있는 거 같다. 이 지표가 진짜 재미있는 이유는 사람들의 '실제 삶'을 보여준다는 거다. 기존의 GDP 같은 경제지표 같이 단적인 숫자로만 보여줄 수 없는 것까지 반영한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한국에서는 4만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 지표가 제대로 완성되려면 더 많은 한국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를 하고 싶어도 언어적 문제가 있다.
    "웹페이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이요구되는 게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작정이다. 지금은 영어와 프랑스어ㆍ스페인ㆍ러시아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직접 기관에서 나서 번역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런 작업을 해줄 기관이나 단체가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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