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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 시대서 공통의 시대로…"그것은 시대정신"



사유화 시대서 공통의 시대로…"그것은 시대정신"

[북] '공통체'…자본 사적지배·공적통제 맞서 공공성에 바탕 둔 체제 제시

공통체/안토니오 네그리 외/사월의책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생몰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가 자라고 꽃피운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면서 인류에게 촌철살인의 물음을 하나 던졌다.

"소유냐 존재냐?"

초기 산업 자본주의보다 더욱 진화한 형태의 소비·금융 자본주의가 극단의 물질만능주의, 비인간화 현상을 빚어내는 현재 지구촌의 모습을 봤을 때, '소유를 택하고 존재를 잃느냐, 소유를 버리고 존재를 찾느냐'는 이 물음의 권위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프롬의 물음으로 축약되는 당대 최고 지성들의 고뇌는 현대 지성들에게 이어져 다방면에서 해법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도 이 중 한 명이다.

네그리가 미국 듀크대의 마이클 하트 교수와 공동 집필한 '공통체(Commonwealth)'(안토니오 네그리 외·사월의책)는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전작 '제국'을 통해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전 지구적 권력이 낳을 파장을 경고하고, '다중'에서 제국이 권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네트워크화가 그에 대항하는 다중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통찰을 내놓았던 두 지성이다.

제국 3부작의 마지막인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은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든, 사회민주주의를 뿌리로 둔 복지국가든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소유가 있다고 전한다.

여러 사람의 소통과 협력으로 만들어진 공동의 부를 사유화하거나 통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이렇듯 자본의 사적 지배와 국가의 공적 통제에 맞서 다중이 만들어낼 새로운 민주주의가 태어날 가능성을 역설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에게 특별한 권위를 부여한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이 책의 제목과도 맞닿아 있는 '공통적인 것(the commom)'이다.

'공통적인 것이라는 말로 우리가 맨 먼저 의미하는 것은 물질적 세계의 공통적 부 - 공기, 물, 땅의 결실을 비롯한 자연이 주는 모든 것 - 인데, 이 공통적 부는 유럽의 고전 정치 문헌들에서 공유되어야 할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고 종종 주장되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사회적 생산의 결과물 중에서 사회적 상호작용 및 차후의 생산에 필요한 것들 - 지식, 언어, 코드, 정보, 정동(affect) 등 - 을 공통적인 것이라고 본다. (16쪽)'

지은이들이 지식과 언어, 정보 등까지 공통적인 것에 포함시킨 것은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착취자로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호작용' '돌봄' '공생'의 개념에 다중 민주주의의 초점을 둠으로써, 공통적인 것을 유지하고 생산하고 분배하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셈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공통적인 것을 공유하고 공통적인 것에 참여해야만 다중의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견해는 부와 통제를 사적인 것에서 공적인 것으로 이전하여 사회적 생산에 대한 국가의 규제·통제·관리를 증가시키는 것을 그리는 사회주의적 이행관과도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행은 사적 통제와 공적 통제 모두로부터 다중이 점점 더 자율적으로 되는 것을 필요로 하고, 협력·소통 그리고 사회적 마주침을 조직하는 법을 학습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적 주체들이 변형되는 것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공통적인 것의 점진적 축적을 필요로 한다. (중략) 그러한 힘의 축적이 어떤 문턱을 넘을 때, 다중은 공통의 부를 자율적으로 다스릴 능력을 가지고 출현할 것이다. (428쪽)'

민영화라는 말랑말랑한 말로 표현되는 사유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공통적인 것, 즉 공공성의 윤곽을 뚜렷하게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이 책의 남다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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