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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김연아의 힘은 '안일보다 발끈!'



스포츠일반

    [임종률의 스포츠레터]김연아의 힘은 '안일보다 발끈!'

    '미소 속에 숨겨진 강한 승부 근성' 피겨 여왕 김연아가 5일 전국종합선수권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고양=송은석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올림픽 전초전인 전국남녀 피겨종합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비공인이지만 여자 피겨 사상 역대 2위의 높은 점수 227.86점을 얻으며 2월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목표 상실에 따른 허탈감 속에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고 어느새 전성기 기량을 얼추 되찾은 겁니다. 아사다 마오(24, 일본)가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등 이렇다 할 경쟁자들이 눈에 띄지 않아 소치올림픽에서 피겨 여왕의 재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보입니다.

    과연 김연아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시금 김연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빙판에서 선보인 절정의 기량보다 오히려 인터뷰에서 드러난 스포츠 선수로서 품성과 자질에서였습니다.

    ▲체력 문제 질문에 "아니었다" 강조

    5일 김연아의 압도적 우승으로 끝난 대회 시상식 뒤 취재진은 인터뷰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모였습니다. 선수들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화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의 '옥에 티'였던 점프 실수였습니다.

    김연아는 이날 고난도의 3회전 점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여왕의 자태를 뽐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난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프에서 실수가 나왔습니다. 3연속 더블 점프의 마지막인 루프를 생략했고, 연기 막판 더블 악셀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했습니다.

    적잖은 기자들이 아무래도 2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던 만큼 체력적인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시상식 뒤 경기장에서 피겨 선수 경험이 있는 여성 방송인이 잠깐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피겨 선수에게 24살은 힘든 나이일 수 있지만 극복해내고 도전한다"는 멘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취재진 인터뷰에서 점프 실수의 원인이 과연 체력적인 문제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김연아는 일단 "아무래도 롱 프로그램이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면서 "마지막에 힘든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실수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었고, 충분히 할 수 있던 점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지난달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실수를 했던 더블 악셀이라 더 잘 하려고 신경을 썼던 탓이라고 했습니다.

    '후련하네요' 김연아(가운데)가 5일 전국남녀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우승 뒤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박소연(왼쪽), 김해진 등 후배 입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고양=임종률 기자)

     

    인상적인 것은 김연아의 표정과 시선이었습니다. 대답을 하는 동안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여러 차례 강한 시선을 던졌습니다. 마치 정말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평온하게 TV 카메라를 응시하며 답변했던 다른 질문들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때 라이벌이던 동갑내기 아사마 마오(일본)에 대한 질문 때도 무리없이 대답했던 김연아였습니다.

    ▲비공인 세계신에 들뜨기보다 차분

    4일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날 김연아는 80.60점, 역대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실수 한번 없이 완벽한 연기로 밴쿠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78.50점의 역대 최고점을 넘겼습니다. 국내 대회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공인을 받지 못했지만 엄청난 기록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연아는 들뜨기보다는 차분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좋은 점수 받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점수를 빼고 연기와 경기만 봤을 때 100% 잘 했고, 올림픽에서 자신감을 얻고 침착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데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국내 대회에서 얻는 홈 어드밴티지가 붙은 점수라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는 겁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받은 게 전성기였던 밴쿠버올림픽 때였는데 그 이상의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선수들도 자국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연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스즈키 아키코가 지난달 일본선수권대회에서 무려 215.18점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사다가 개인 최고점(207.59점)을 경신하며 우승한 올 시즌 그랑프리 4차 대회도 일본에서 열렸습니다.

    화려한 포장보다는 실속을 꿰뚫어본 겁니다. 주관적인 판단이 적잖게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예술점수에서 김연아는 무려 38.37점을 받았습니다. 밴쿠버올림픽 때의 33.80점보다 4.5점 이상 높았습니다.

    연이틀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끊임없이 동기 부여하는 모습을 다시금 각인시켰습니다.

    특히 빼어난 외모에 숨겨진 마음 속 깊은 곳의 강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살짝 귀엽게 발끈한 모습이었다고 할까요? 스포츠 선수에게, 아니 목표 달성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근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명적인 허리 부상에도 지옥 훈련을 소화하며 지금의 피겨 여왕 김연아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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