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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돈 섹스 마약…끝없는 탐욕 부추기는 세상의 우스꽝스런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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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돈 섹스 마약…끝없는 탐욕 부추기는 세상의 우스꽝스런 민낯

    월가에 뛰어든 한 중산층 남성의 흥망성쇠…금융자본주의 고발 블랙코미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할리우드 톱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의 포스터는 몹시 흥미롭다.
     
    돈다발과 색종이가 흩날리는 넓은 사무실 안은 지금 광란의 도가니다. 돈을 줍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흥분해 있고, 서로를 부여잡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 남녀도 눈에 띈다.
     
    흥을 돋우고자 고적대와 함께 이곳을 찾은 헬멧 쓴 난쟁이는 "시키면 무슨 일이든 하겠으니 돈만 달라"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디카프리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당신도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에는 주인공보다 더욱 강렬한 포스를 풍기는 모델이 하나 있다. 디카프리오의 왼 팔꿈치 부근에서 와이셔츠에 치노팬츠를 걸친 채 돈다발을 손에 쥐고 있는 침팬지가 그렇다.

    주변의 두 남자는 "그 돈은 내 거야!"라며 금방이라도 침팬지에게 달려들 기세다.
     
    이로써 분명해진다. 포스터 속 공간은 윤리와 도덕과 법이 존재한다는 문명 사회가 아니다. 돈으로 대표되는 욕망을 먹잇감으로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약육강식의 자연상태인 것이다.
     
    우리말로 '월가의 늑대'라는 이 영화의 제목도, 오프닝에서 밀림의 왕 사자가 미국 금융권의 심장인 월가를 어슬렁거리는 가운데 흐르는 "주식 시장은 정글"이라는 내레이션도 이를 재차 확인시켜 준다.
     
    '돈이 돈을 번다'는 금융자본주의로 절정의 호황을 누리던 1980, 9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월가에 발을 들인 한 중산층 남성이 돈과 섹스, 마약에 허우적거리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7년간의 여정을 낱낱이 기록한 블랙 코미디다.
     
    이 영화는 조던 벨포트라는 실존인물의 회고록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우리 현실과 더욱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의 삶은 개개인을 끝없는 탐욕의 수렁으로 내모는, 심각해 보이려 애쓰지만 사실은 몹시도 우스꽝스러운 세상을 고발하는 데 최적의 밑거름이 된다.
     

     

    1987년 미국 뉴욕의 월가,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주식브로커가 된지 고작 6개월째인 그해 10월 발생한 '블랙 먼데이(미국 증시 대폭락 사건)' 탓에 일자리를 잃는다.

    술을 권하는 상사에게 "물 한 잔 이면 된다"던 조던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술과 섹스, 마약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월가의 생리를 알게 된다.

    자신의 뛰어난 외모와 머리, 화려한 말발이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심어 주는 데다, 이를 활용해 그들의 돈을 자신의 주머니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조던은 마음 맞는 동료들을 포섭해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금융당국의 규제가 느슨한 주식들을 악용해 벌인 증권사기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조던의 불법 행위에 주목해 온 FBI 역시 그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지만, 이미 약과 섹스에 찌들 대로 찌든 조던은 이에 연연하지 않고 탐욕의 고삐를 더욱 조인다.
     
    '갱스 오브 뉴욕'(2002)을 통해 피로 점철된 미국 건국사를 길어 올렸던 스콜세지 감독이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부르며 전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미국의 금융자본주의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극중 조던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단순하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좋은 집과 차를 사고, 더 나은 여가를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살살 긇어 주면서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공식처럼 다듬어져 조던의 동료, 부하직원들에게 전수된다.
     
    커다란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든 조던은 마치 재밌는 쇼를 진행하는 사회자나 대중연설을 하는 선동가처럼 수시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광란의 파티를 연다.

    회사 중역들의 회의는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인 파티를 여는지를 의논하는 장이다.
     

     

    이 모두를 제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조던 역시 탐욕을 부추기는 시스템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오롯이 보여 준다.
     
    스콜세지 감독은 몹시 길게 느껴질 법한 3시간의 상영 시간을 그 절반인 90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조던이 처한 매 상황마다 눈과 귀를 끌어당기는 독립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각각의 시퀀스는 한 편의 단편 영화로 내놔도 무방할 정도로 흥미롭다. 매 시퀀스는 웃음과 분노, 슬픔과 절망이 공존하는 기묘한 화면들도 가득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다.
     
    조던과 한 친구가 강력한 환각제를 먹고 뇌성마비 상태가 돼 10여 분 동안 벌이는 시퀀스는 압권이다.

    약에 취해 어눌해진 말투와 몸짓으로 소통이 어려워지고, 조던이 복용하는 마약이 뽀빠이의 시금치와 대비되고, 생사의 기로에서 허우덕대는 인물들의 모습에 박장대소를 터트리게 되지만, 웃음 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거장의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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