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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방" 평일도 늘어선 '로또 명당'



사건/사고

    "인생은 한방" 평일도 늘어선 '로또 명당'

    [집중탐구 '도박공화국'①]1등 27번 '부산 로또점' 찾아가보니…

    무엇이든 '내기'를 걸고,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치는 민족이어서일까. 복권과 카지노, 경마와 경륜, 소싸움에 투견까지 대한민국은 가히 '도박 공화국'이다. 합법적인 사행산업 총매출만도 19조원으로 십여년만에 3배 넘게 뛰었고, 불법도박 규모는 줄잡아 100조원에 이른다. '대박'을 찾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쪽박'을 차는 사람들도 셀 수 없다. 국내 도박과 중독의 실태, 그리고 해결 대안을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인생은 한방" 평일도 늘어선 '로또 명당'
    ②"金마다 경마장" 백발 할머니들의 '똥 꿈'
    ③"수십 억도 순식간에"…'강원랜드의 힘'
    ④"봉창하려다" 남산에서 털리는 '코리안 드림'
    ⑤'거악' 범하는 국가…도박 중독은 '개인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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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를 앞두고 또다시 '대박'이라는 인생 역전을 바라본다. 대박은 누구나 잡을 수 있다. 행운에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대박 중의 대박은 로또. 단돈 1000원을 투자해 많게는 수백억원대, 적게는 수억원을 만질 수 있는 '사다리'는 로또밖에 없다.

    그런 만큼 행운을 잡을 확률은 극히 낮다. 814만분의 1. 세상을 살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

    하지만 여전히 로또 명당에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서민들에게 로또는 일주일을 살아가는 희망이자, 반전따위는 없는 인생을 자각하게 만드는 쓰디쓴 약이다.

    오늘도 서민들은 이 중독성 강한 약에 취해 '희망'이라 쓰고 '한방'이라 읽으며 판매점을 찾는다.

    ◈'인생역전' 로또…희망인가, 허망인가

    "금요일, 토요일이면 줄이, 말도 못해요. 오늘은 적은 편이에요. 관광 버스까지 온다니까요".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부산의 한 복권방. 평일 대낮부터 복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박기묵 기자/자료사진)

     

    맛집도, 관광지도, 명품숍도 아닌데 평일 대낮부터 부산의 한 가게 앞에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이곳은 로또 1등이 27번이나 나왔다는 '로또 명당'. 입소문을 타고 부산은 물론 경남, 김해, 심지어 경기 일산에서까지 하루에 수백 명씩 이곳을 찾는다.

    "매일 와요. 오면 보통 2~3만원어치 사가죠. 이번엔 되겠지 하는 희망에 일주일을 버팁니다".

    3년째 매주 이 가게를 찾아 로또를 구입하고 있는 박영수(59·가명) 씨. 경비 일을 하는 그에게 로또는 단순한 요행이나 꼼수가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갑갑한 현실에 대비하는 희망이자 일종의 '보험'이다. 박 씨는 매일 1시간가량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들렀다 간다.

    "1등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온다"는 그는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여기 줄 선 사람들 모두 혹시 그 돈의 주인이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죠"라고 했다. 박 씨에겐 복권이 유일한 삶의 낙이다.

    반면 2011년 1등에 당첨된 최정진(74·가명) 씨에겐 오히려 재앙이 됐다. 당시 당첨금은 세금을 제외하고 10억 6000만 원.

    하지만 최 씨는 현재 소송중이다. 최 씨가 친구에게 번호 여섯 개를 건네주면서 "이대로 사달라"고 시켰고, 그 복권은 기적처럼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당첨되지 않았다"며 발뺌한 것.

    최 씨는 그 이후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일 이곳을 찾는다. 1등의 행운이 또다시 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날도 로또 두 장을 손에 쥔 최 씨는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최 씨는 "어제 꿈에서 똥을 밟아 무릎까지 찼다"면서 "지난번 1등할 때처럼 똥통에 푹 빠졌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로또에 담는 기대, 그리고 현실의 무게

    미니스커트 차림의 20대 여성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온 중년, 허리가 구부정한 70대 노인까지. 부산 '로또 명당'으로 발걸음을 이끌게 한 삶의 기대와 현실의 무게는 다양했다.

    "몰디브 가고 싶어요". "결혼 자금 마련하려구요". "빚 갚아야죠". "사업에 좀 보태려구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행운을 좇아 적게는 하루 5000원씩, 많게는 10만 원을 숫자 6개에 걸어본다.

    "1등 한번 돼보자, 그런 심리 아니겠습니까". 자영업자 김모(49) 씨에게도 로또는 인생 역전의 수단이다. 3, 4등에 여러번 당첨됐다는 김 씨는 자신도 언젠가는 1등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큰 기대를 안고 있다.

    김 씨처럼 보이지 않는 행운이 자신에게도 올 거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로또 명당의 기계와 이곳 사장님은 '신'(神)으로 여겨진다.

    부산 천하명당 복권방 권광택(47) 사장은 "인감도장을 발매기 위에 놓고 뽑아달라는 분도 계시고, 기계를 잡고 기도를 함 하자는 분들도 있고, 악수 한 번 해달라는 분들도 있고, 기 좀 불어넣어서 뽑아달라는 분들도 있고. 간절한 거죠"라고 했다.

    1등이 18명이나 나왔다는 서울의 한 복권방.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박기묵 기자/자료사진)

     

    1등 당첨자만 18번 나와 부산에 이어 2등을 차지한 서울 노원구의 한 로또 판매점 역시 평일에도 북새통이긴 마찬가지였다.

    원래 편의점이었던 이곳은 입소문이 나면서 본업은 사실상 접었다. 로또를 사려는 행렬은 가게 내부를 한바퀴 돌아 문 밖까지 이어져 있었다.

    특히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번호를 직접 찍는 수동 판매줄과 자동 판매줄이 따로 나뉜 것도 특이했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왔다는 한 모녀는 일확천금의 부푼 꿈을 알고 가게를 나섰다. 김미숙(53), 정서경(24) 모녀는 "서울에 올라온 김에 일부러 1시간 지하철을 타고 와봤다"며 웃었다.

    어머니 김 씨는 "한 방송에서 이 판매점에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와봤다"면서 "실제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복권의 총 매출액은 지난 2007년 2조 3000억 원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3조 1854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전체 사행산업 가운데 16.3%로 경마에 이어 2번째다.

    오늘도 서민들은 구겨진 지폐를 꺼내 빳빳한 로또 한 장을 손에 쥔다.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에, 내일이면 달라질 지도 모를 인생 역전의 기대를 건다.

    ◈로또에 인생 거는 서민들 갈수록 늘어나

    (자료=박기묵 기자/자료사진)

     

    한국마사회(KRA)가 실시한 '전국민 대상 도박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도박을 즐기고 있으며 100명 중 1명은 '도박 중독자'이다.

    특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대표적인 도박은 단연 로또 복권이었다. 응답자의 60.1%가 선택할 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박으로 나타났다.

    사실 로또 같은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 상품이다. 사행산업은 대부분 경기 침체기에 호황을 누리는 특성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2009년 국내 사행산업은 3.3%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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