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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도 보일러 못돌려" 영세민촌의 힘든 겨울나기



인권/복지

    "추워도 보일러 못돌려" 영세민촌의 힘든 겨울나기

    • 2013-12-11 17:28

     

    11일 낮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2동의 한 사글셋방.

    옷을 겹겹이 껴입은 정모(81) 할머니가 매트리스 대용으로 깐 6겹의 얇은 요 위에 누워 있었다.

    천 모자, 마스크, 목도리는 물론이고 장갑과 양말도 착용한 채였다.

    들이치는 찬 바람을 막으려고 창문 틈에 유리 테이프를 붙이고 천과 비닐로도 덮어뒀지만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기름 값 부담은 물론이고 보일러가 고장 나면 수리비를 내야 한다는 집주인의 말에 보일러는 한 번도 틀지 않았다.

    벌써 견디기 힘든 맹추위지만 달력상으로는 이제 막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었을 뿐이어서 정 할머니의 근심이 깊다.

    일정 소득을 버는 아들 탓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한 정 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아들이 부쳐주는 5만원 등 한 달 10여만원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장기요양 3등급 판정을 받은 탓에 매일 3시간씩 만나는 요양보호사와 올 초부터 평일 점심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금강노인문화센터 덕에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정 할머니는 "우째 살꼬 싶다. 법에서 그렇게 하면(이렇게밖에 지원을 못 해주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세상을 뜨는 게 낫지"라며 눈물을 훔쳤다.

    인근에 사는 노모(74·뇌병변장애) 할아버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자식이지만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노령연금과 장애수당 등으로 한 달 10여만원을 받아 각종 공과금, 식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매섭게 파고드는 추위에 때때로 전기장판이나 열기구를 쓰기도 하지만 전기요금 부담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회원2동 철길시장 일대에는 정 할머니나 노 할아버지처럼 독거노인, 장애인 가구 등 영세 계층이 밀집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만 해도 357가구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수급비를 받지만 자식들이 떠맡기고 간 손자들을 키우느라 애태우는 노인들, 수급자도 아닌데다가 자식들에게서 용돈도 제대로 못 받는 탓에 약 값 마련도 여의치 않은 독거노인들도 있다.

    모두 정부나 지자체 지원만으로는 또는 이마저도 기준 미달로 못 받아 겨울을 버텨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자칫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쉬운 이들을 촘촘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회복지 시스템을 보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나서서 이들에게 온정을 건네는 일이 절실한 이유다.

    이날 회원1·2동, 석전1동 등 총 63가구에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전달한 금강노인문화센터 최재병씨는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해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이 많은데 지역사회에서 주변의 영세 이웃에 관심을 두고 후원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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