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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잡고 제과명장 2대 달콤한 꿈"



"아버지 손잡고 제과명장 2대 달콤한 꿈"

숙련기술 名家, 김영모·영훈 부자

 

2대째 제과제빵의 한우물을 파온 국가대표급 숙련기술인 부자가 있다. 제과명장 1호로 잘 알려진 김영모 명장 부자 이야기다.

김영모 명장의 아들인 김영훈 씨는 지난 2003년 열린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제과직종에서 한국인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그는 또 '제과 월드컵'이라 불릴 만큼 제과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알려진 프랑스 '월드 패스트리 컵(World Pastry Cup)'에 2003년, 2009년, 2013년 세 번 출전해 개인부문에서 각각 얼음조각, 초콜릿 작품, 초콜릿 케이크 분야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공식 학력은 '중졸'이다. 아버지보다도 가방끈이 짧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프랑스의 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가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프랑스의 직업교육 과정은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나흘은 실제 직장에 근무하며 숙련기술을 배우는 형태로 진행된다.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학습 병행 시스템이 특성화고와 전문대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아들이 가업을 잇게 하려고 그렇게 먼 곳까지 유학을 보냈나 싶었는데, 아버지 김영모 명장은 오히려 아들이 파티쉐가 되는 걸 말리고 싶었단다. "너무 고되고 힘든 일인 걸 빤히 아는데다 남들이 기쁘고 즐거운 날엔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 웬만하면 시키고 싶지 않았죠."

그러나 어릴 때부터 놀이터 대신 제과점 안에서 빵을 만들며 노는 걸 좋아하던 아들은 결국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아들 김영훈 씨는 "좋아하는 일만 해도 하기 싫은 순간이 있는데, 싫은 일을 하며 어떻게 평생을 살겠어요"라며 진로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자신의 적성에 맞춰 고집스레 시작한 일이지만, 2~3년차 즈음이 되자 일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로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나 무언가를 해내지 못한 데서 오는 좌절감 같은 걸 경험하게 되잖아요. 직장에서 자꾸 혼나다 보면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나 의심스러워 지더라고요."

 


흔들리던 그를 잡아준 건 한국에 있을 때 아버지가 해줬던 이야기다. "숙련기술이란 산에 오르는 일과 같아서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오르다가 중간에 내려가 버리면 결국 다른 산을 다시 올라야 하지. 반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고, 위로 더 올라갈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입구까지만 가본 사람들은 그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 알지 못한 채 끝까지 불평만 하다 끝나는 거야!"

앞으로 인생의 남은 목표가 후학 양성이라는 김영모 명장은 "숙련기술인들이 전수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술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도 전수해야 하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나 제과인으로서의 정신까지도 전수해야 하죠"라고 말하며 앞으로 시작될 한국식 도제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대회를 석권한 아들 영훈 씨 역시 훗날 다음 세대 숙련기술인들을 전수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후배들에게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귀띔해달라고 요청하자 "오로지 노력밖에 없다"며 "막연하고 식상할 수 있는 대답이라는 건 알지만 숙련기술인에게 결국 정답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숙련기술인 교육과정에 접목하기 위해 한국의 기능장에 준하는 프랑스의 기능인 교육과정 B.M.(Le brevet de maitrise)을 수료했다. B.M.은 명장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프랑스에서 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김영훈 씨는 아버지이자 스승인 김영모 명장에 대해 "아버지가 제 아버지인 것만으로도 좋은데, 제과 업계 선배를 넘어 스승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분이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는 훌륭한 숙련기술인이 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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