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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 일반

    헌법이 보장?…"노조 하다 신세 망친다"

    • 2013-11-27 06:00

    [격차사회, 노조에 주목하라②] 노조를 보는 불편한 시선

    CBS노컷뉴스는 앞서 고용이 마치 신분으로 고착화 되는, 이른바 ‘고용카스트 현상’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이제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공고화되는 이른바 '격차사회'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노동조합'이다. 과연 노동조합은 격차사회를 시정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4차례에 걸쳐 격차사회 속 노동조합의 현주소와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창립식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이들의 노조활동은 지금도 험난하기만 하다.(사진=삼성전자서비스노조 제공)
    ◈ "아마 벽을 느꼈겠지요…나처럼"

    삼성전자 서비스노조를 조직해 활동하다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종범 씨는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협력업체 사장에게 갖은 욕설을 들어야 했다. 그는 표적 감사의 대상이 되었고, 일감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삼성전자 서비스노조 관계자는 “노조 탄압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 이후로 일감이 끊겨 월급이 19만원 밖에 안 나온 조합원도 있다고 전했다.

    도로 요금소 직원들이 결성한 요금소 노조에 참가한 A씨는 최종범 씨의 소식이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항상 약자잖아요.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어디 호소할 데가 없어요. 아마 벽을 느꼈을 것 같아요.” A씨의 말이다.

    A씨 역시 노조가입과 함께 영업소 관리인으로부터 갖은 욕설을 들었다. 고객의 사소한 민원에도 30분 이상 불려가 면담을 해야 했고 노조 탈퇴 압박을 받았다. 더 좋은 근로환경을 꿈꾸며 노조에 가입했던 동료들도 하나, 둘 노조를 탈퇴했다. 전체 직원이 참가했던 노조는 현재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회사의 노조 탄압은 회유와 협박에 그치지 않았다. 노조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제 2노조를 따로 구성했다.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은 2노조로 이동했다. 노조에 탈퇴하지 않고 남아있던 노조원들은 직원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직원들은 ‘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찍힌다’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된다.

    (자료사진)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권', 현실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33조는 노동3권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하면 신세 망친다’는 속설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에게는 단순한 속설이 아닌 현실이다.

    비정규직센터 이남신 소장은 “열악한 지위에 있으면 힘을 들여 노조를 만들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또 고용 안정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 결성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노조 조직률 10.3%. OECD 30개국 중 28위라는 수치로 나타난다. 그나마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1.7%로,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은 노조가 없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노조 활동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노조를 동반자로 보기보다는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노조 결성을 기를 쓰고 막으려 한다. 무노조를 선포한 삼성이나 포스코 같은 대기업은 물론, ‘노조가 생기면 회사 문을 닫겠다’는 중소기업 오너들도 한 둘이 아니다.

    여기에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는 사회 전체의 노조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노동조합은 권리"…노동권 교육부터 하자

    전문가들은 일단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으려면 공교육 체계 속에서 노동권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권이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조 조직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전히 산업별 노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노조 조직율이 10%에 불과하지만 산업별 노조 중심으로 단체교섭이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에도 협상의 결과물이 적용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제도를 도입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산업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협약의 효과가 적용되도록 하면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노조설립이 보다 쉽도록 하고, 결성된 노조는 강력히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정부의 의지, 그리고 과격투쟁, 파업 만능주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기존 노조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일은 3부 '거꾸로 가는 대기업 노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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