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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삼성서비스서 죽어라 일하는데 왜 돈이 없냐"



사건/사고

    "난 삼성서비스서 죽어라 일하는데 왜 돈이 없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나는 왜 죽어라 일하는 데 돈이 없냐고 울면서 전화한 적도
    - 뇌경색 어머니에 아직 죽음 알리지 못해
    - 삼성 다닌다 자랑했는데 관계없다는 식으로 나오니
    - 새벽 1-2시까지 개처럼 일해
    - 노조 가입했다고 일감 안주니까 불안 해 해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6일 (수)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종호 (삼성 자살 직원 형)


     

    ◇ 정관용> 10월 마지막 날 삼성전자 서비스 다니기 너무 힘들다.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 AS기사 고 최종범 씨. 오늘 고인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에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또 삼성이 노조탄압을 중단할 때까지 장례도 미룰 예정이라고 그랬는데요. 고 최종범 씨의 작은형님이십니다. 최종호 씨 직접 목소리 좀 들어보죠. 최종호 씨.

    ◆ 최종호>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 정관용> 장례를 미루시겠다고요?

    ◆ 최종호> 네.

    ◇ 정관용> 그럼 언제까지가 될지도 지금 가늠이 어렵겠네요?

    ◆ 최종호> 네. 일단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힘든 상황인데. 종범이 죽음하고 직접 관련 있는 삼성이 성실하게 어떤 모습을 보일 때까지 장례를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 정관용> 그 최종호 씨는 동생인 최종범 씨가 삼성전자 서비스에서 어떤 일들을 구체적으로 했고 월급은 어느 정도 받았고 그동안에 소상히 다 알고 계셨어요? 어땠어요?

    ◆ 최종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몰랐어요. 그냥 동생이 삼성을 다닌다고 해서 열심히 일해서 그냥 돈 잘 벌고 그리고 그냥 삼성이니까 삼성 이미지가 좋잖아요, 기업 이미지가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종호>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도 좋고 그럴 줄 알고 있었죠, 사실은.

    ◇ 정관용> 삼성 다니니까 동생은 잘 나가네, 이렇게 생각하고 계셨군요?

    ◆ 최종호> 솔직히 제 주변 지인들한테도 자랑하고 다녔어요, 솔직히 말해서. 어머니도 지금 병원에 계신데 약간 뇌경색이 오셔서, 약간이 아니라 뇌경색이 오셔서 오른쪽이 다 마비신데 지금 혈관성 치매까지 있으신데 동생 자랑을 하셔요. 삼성 다닌다고.

    ◇ 정관용> 지금도요?

    ◆ 최종호> 네. 지금도.

    ◇ 정관용> 그럼 어머니께는 동생 일을 안 알리셨습니까?

    ◆ 최종호> 네. 못 알렸어요, 지금.

    ◇ 정관용> 그런 상황이군요.

    ◆ 최종호> 그게 제일 고민이에요. 제일 걱정이에요.

    ◇ 정관용> 그렇게 자랑하고 다니셨는데 정작 보니 삼성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도 아니었잖아요, 그렇죠?

    ◆ 최종호> 네. 그걸 몰랐고 정규직인지도 몰랐고 또 더 마음이 아픈 거는 삼성 측에서는 하청업체 직원일 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한대요. 동생이 그러면 삼성하고 관련된 일을 안 한 사람이 아닌데.

    ◇ 정관용> 삼성전자 서비스 일만 하셨죠. 하지만 지금 법적 관계로는 하청업체 직원으로 되어 있는 거고요.

    ◆ 최종호> 한 사람이 그렇게 자기와 관련된 일을 했는데, 하다 죽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자기들하고는 관계없다,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 정관용> 동생은 주로 삼성전자 제품 중에 어떤 거를 주로 수리하시는 분이었어요?

    ◆ 최종호> 에어컨을 주로 수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에어컨요?

    ◆ 최종호> 네.

    ◇ 정관용>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특히 여름철 몇 달만 반짝 바쁘고 나머지는 바쁘지 않고 그랬다는데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혹시 좀 최근에 파악하신 게 있습니까?

    ◆ 최종호> 평소에 동생 자체가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어머니도 계시고. 어머니하고 딸, 딸이 이번에 다음 달 돌인데. 잘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동생이 그 회사 내에서도 급여는 거의 많이 받는 축에 속했다고 하더라고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만큼 벌었다는 얘기는 방송에서 이런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개처럼 일하지 않고는 그렇게 벌수가 없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동료들이요. 그리고 죽고 나서 형들끼리 얘기를 하는데 평소에 우리 같으면 수리기사들이 보통 6, 7시면 안 오잖아요. 그런데 동생은 새벽 1시, 2시까지 가서 일을 하고 그랬대요. 저는 작은형인데 동생의 큰형은 그런 얘기를 듣고서 쟤가 왜 1, 2시까지 가나, 보통 서비스센터 기사들은 그때까지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알았던 게 잘못 알았던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 최종호> 그렇게 일을 한 게 아니라 그 이상씩 일을 하고 있었던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게 지금 고정월급이 있는 게 아니라 수리 나갈 때마다 수당을 받는 그런 형태라서 부르는 곳이 있으면 새벽 1시, 2시까지라도 나갔다, 이 말씀이시군요.

    ◆ 최종호> 그렇죠. 특히 제 동생 같은 경우에는 여름이 성수기라서 그때 바짝 벌지 않으면 나머지 성수기가 아닐 때는 힘드니까.

    ◇ 정관용> 그런데 게다가 동생 분이 노조에 가입한 뒤에 아예 사측으로부터 일거리를 아예 받지 못했다, 이런 얘기들이 있어서. 그래서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혹시 그런 얘기들은 좀 들으셨어요?

    ◆ 최종호> 네. 이것도 제가 동생이 죽고 나서 알았는데요. 동생 회사 바로 옆에 공터가 있는데 아는 분이 가서 보니까 쪼그리고 앉아서 담배 피면서 나 일해야 되는데, 일해야 되는데 일감이 없다고, 일을 안 준다고 나 어떻게 해야 되겠냐고 막 불안해하고 그랬대요. 그 이유가 알고 보니까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일을 본사 직원들을 불법으로 데리고 와서 그 사람들한테 다 일감을 몰아주는 거예요. 그러면 노조 직원들은 일을 못하게 되는 거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종호> 그리고 또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 사람들을 3년 전에 일을 했던, 3년 전까지, 전에 어떤 일을 했냐, 하루에 보통 많이 하면 몇 십 건을 하냐고 사람들한테 3년 전의 것 까지 다 소명하라고 하면 그걸 다 기억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천재가 아닌 이상. 그걸 못하면 책임을 물고 퇴직해라 물어내라, 그런 식으로 하면 그걸 표적감사라고 한대요. 결국 나가라는 얘기인거죠. 결국 그게 핍박인 거죠.

    ◇ 정관용> 동생 분이 노조에 가입한 거는 오래 됐습니까?

    ◆ 최종호> 아니요. 올해 7월달부터 가입했다고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7월.

    ◆ 최종호> 사실 동생이 처음에 그 얘기가 나왔을 때 형으로서 솔직히 걱정이 됐어요. 왜냐하면 얘가 순수한 면도 있고 뭐든지 열심히 하거든요. 그런데 그 전에 얘가 노조 가입하기 전쯤인 것 같은데 한 4월달 쯤인 것 같은데 동생이 울면서 나는 왜 이렇게 죽어라고 일을 하는데 돈이 없냐고, 그러면서 울면서 전화를 했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로 얘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이게 내 잘못이 아니구나. 이게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거구나라고 이렇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활동을 열심히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노조에 가입한 후로는 그런데 일거리를 받지 못하고 수입은 크게 줄었을 것이고. 그렇죠?

    ◆ 최종호> 네.

    ◇ 정관용> 그 전에는 남보다 열심히 일하니까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 최종호> 그거는 동료들의 말을 빌리면 개처럼 일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혹시 이 일 있고 난 다음에 삼성 측에서 유족들한테 무슨 연락이 오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까?

    ◆ 최종호> 직접 연락이 온 거는 아니고요.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새내기 직원을 보냈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가 동생 초등학교 후배예요. 그래서 인간적으로 누구 초등학교 후배입니다. 누구 집 아들입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언론에 동생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하면 우리한테 불리하니까 나중에 사장님하고 개인적으로 전화통화를 해 보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희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약간 직접 나서지 않고 그런 식으로 약간 비겁하게 한 번 접근을 해 오더라고요.

    ◇ 정관용> 그 후에는 전혀 연락이 없었고?

    ◆ 최종호> 네. 없었습니다.

    ◇ 정관용> 초등학교 후배를 보내서 이 문제 좀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지 말고 사장님하고 통화 한 번 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했단 말이죠?

    ◆ 최종호> 네. 그러니까 몰래 이렇게 자기들끼리 뒤에서 해결하자, 그런 식으로 접근한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서 지금 이제 유족 분들은 구체적으로 뭘 요구하시는 건지.

    ◆ 최종호> 동생 유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기 죽음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거든요. 그게 동생의 유언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장례까지 미루면서 하는 이유도 딴 게 없고 동생이 이렇게 힘든 걸 사실 가족도 몰랐잖아요. 지켜주지 못한 가족으로 동생 마지막 유언은 지켜주자. 동생 죽음이 동생 같은 동료 분들이나 아니면 동생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 노동자 분들에게 동생의 죽음이 도움이 돼서 무의미한 죽음이 안 되기를. 그래서 노동자들의 권익이 좀 신장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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