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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 일반

    우범지역에 시장 세웠더니...동네가 변했다

    [전통시장, 지역과 소통하라 ⑤] 지역의 특징에 주목하라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CBS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과 일본의 흥미로운 성공 사례들을 둘러봤다. 내려진 결론은 한마디로 압축됐다. 바로 “지역사회”였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소통할 때 비로소 전통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과 시장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5차례에 걸쳐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다. 마지막 순서는 지역의 특징에 주목해 새로운 컨셉으로 부활한 시장들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 공터 될뻔한 시장, 직장인들의 놀이터로 부활

    런던 도심에 있는 올드 스피탈필드 마켓(Old Spitalfield Market). 요일마다 다른 테마의 시장이 열려 이색적인 상품들을 사고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장규석 기자)

    올드 스피탈필드 마켓(Old Spitalfield Market)은 영국 런던의 도심인 리버풀 스트리트(Liverpool Street)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올드 스피탈필드는 1600년대부터 야채와 과일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도심에 자리잡은 위치가 갈수록 시장에는 걸림돌이 됐다.

    런던 중심가는 좁은 도로와 상습 정체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시장으로 물건을 실어오는 화물차가 날로 대형화 되면서 차량이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견디다 못한 상인들은 1991년, 차량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런던 외곽으로 아예 시장을 옮겨버렸다.


    기존의 시장은 공터로 변했고, 빈 터는 1년 뒤 시장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한 민간 기업이 맡았다. 이들은 시장을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기 시작했다. 주변이 사무실 밀집지역인데다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주목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일단 점심시간대 직장인들을 잡기 위해 시장에 저렴하고 다양한 식당을 배치했다. 햄버거나 파이를 비롯해, 그리스, 캐리비안, 중국, 일본식 등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섰다. 식당이 있는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 식당은 테이크 아웃 형식이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음식을 받아서 시장에 펼쳐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찾아온 직장인들이 시장에 식상하지 않도록, 판매하는 물건에 매일 변화를 줬다. 올드 스피탈필드 마켓은 목, 금, 토 3일 동안은 각 요일마다 시장의 테마가 바뀐다. 목요일은 앤티크 아이템(골동품), 금요일은 빈티지 패션, 토요일은 이벤트 시장 같은 형식이다.

    시장의 매대는 하루에 30~85파운드 씩을 받고 임대해준다. 하루 단위로 임대가 되기 때문에, 판매자와 품목에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

    ◈ 신기한 물건이 가득한 시장... 지역 개발도 자극

    실제로 올드 스피탈필드는 고대 동전과 장신구, 그림, 옛날 도자기, 고서적 등 다른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가끔씩은 수십년 된 옛날 드레스가 매대에 걸려있는가 하면, 백년도 더 된 식기세트도 찾을 수 있다.

    올드 스피탈필드에서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시장 가까운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한 회사원은 “일단 음식값이 싸면서 질이 좋아 자주 찾는다”며, “시장에 다양한 물건들이 팔리고 있어 매우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고 이색적인 시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설립 당시 25개 매대로 시작한 올드 스피탈필드는 6년만에 매대가 400개로 급증했다. 2005년에는 ‘런던 최고의 시장’에 뽑혔고, 2011년에는 영국 시장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민간 시장’에도 선정됐다.

    시장 매니저인 에릭 그레함은 “과거에는 시장 인근 집값이 침체됐는데, 시장이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많이 오르고, 주변지역의 개발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과 관광객들이 몰리는 도심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전략을 편 것이 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지역 개발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 우범지대에 세워진 시장.. 동네를 바꾸다

    런던 서부지역에 있는 액튼 시장(Acton Market). 시장이 서있는 광장은 한때 알콜중독자와 마약투자약자들이 점령한 우범지대였다. (사진=장규석 기자)

    런던 서부지역의 액튼 마켓(Acton Market)은 시장을 통해 아예 침체된 지역을 되살린 사례로 유명하다. 시장이 지역 재개발의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액튼타운 광장 또한 한때 시장이 번성했던 곳이지만, 쇠락해 없어지면서 알콜중독자와 마약투약자들이 점령한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15년째 액튼 지역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과거에 알콜 중독자와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광장을 차지해 서로 싸우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분위기가 험악한 곳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변화는 지난 2005년, 시장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액션 액튼‘(Action Acton)이 정부기금의 지원을 받아 광장에 천막 노점 50개로 이뤄진 액튼 시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액션 액튼에서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손님응대법, 장부기재 등 상인 교육을 시킨 뒤, 하루 15파운드(우리 돈 3만원 미만)를 받고 천막과 테이블을 임대하고 있다.

    ◈ 실업자들이 사장되니...지역 공동체도 활기

    7년째 액튼 시장에서 손수 만든 장신구를 팔고 있는 줄리 웜스씨는 한 때 회사의 재무담당을 맡고 있다가 50대에 퇴직했다. 한동안 실업자 신세였던 그녀는 취미로 하던 액세서리 제작 기술을 들고나와 액튼 시장에 매대를 차렸다,

    회사 회계담당자에서 실직한 뒤, 액튼 시장에서 액세서리 제작.판매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줄리 웜스 씨 (사진=장규석 기자)
    현재 60세인 줄리는 “50대 중반이 되면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서 가게를 열고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민자와 저소득층 지역인 액튼에 시장이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지역의 이민자와 장애인, 실업자 등 대략 3천여명이 일자리를 갖게 됐다. 또 실업의 어려움을 겪던 이웃이 시장에 가게를 열자, 지역 주민들이 더욱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기꺼이 단골을 자처했다.

    범죄지역이 깨끗해지고, 실업자들이 자신감을 찾으면서 침체된 지역사회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액션 액튼의 CEO인 존 블랙모어(John Blackmore) 씨는 “시장이 생기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민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면서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지역공동체 의식도 높아져, 시장이야 말로 지역 재개발의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액튼 시장은 저소득 지역이라는 불리한 지역적 특성을 오히려 잘 활용해 성공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등 마트를 닮으려는 노력만이 해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트에는 없는 보다 인간적인, 지역 공동체를 살찌우는 시장만이 갖는 장점에 초점을 맞출 때, 전통시장의 활로는 다시 열릴 것이다.


    ◈ 글 싣는 순서

    1. 전통시장 왜 살려야하나…생존의 조건은?
    2. 우리 지역의 ‘흥행요소’를 찾아라
    3. 우리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라
    4. 지역의 집객요소인 ‘대형마트’와 상생하라
    5. 우리 지역의 특징에 주목하라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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