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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정책

    ‘마트 코 앞’에 있는 시장들이 사는 법

    • 2013-11-01 06:00

    [전통시장, 지역과 소통하라 ④] 지역의 ‘대형마트’를 활용하라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CBS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과 일본의 흥미로운 성공 사례들을 둘러봤다. 내려진 결론은 한마디로 압축됐다. 바로 “지역사회”였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소통할 때 비로소 전통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과 시장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모두 5차례에 걸쳐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다. 네 번째는 지역의 대형마트를 거꾸로 손님을 끄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시장들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 슈퍼마켓 편의시설, 시장 손님도 쓴다

    런던 액튼 시장은 대형 슈퍼마켓 모리슨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대형마트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 장규석 기자)

    영국 런던 서부지역에 있는 ‘액튼 시장’(Acton Market)은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대형 슈퍼마켓(우리나라의 마트와 비슷한 규모) 체인인 ‘모리슨’(Morrisons) 앞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로 치면 대형마트 코 앞까지 시장 좌판이 늘어서있는 셈이다.

    액튼 시장은 이 지역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이 소자본으로 직접 창업한 천막 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시장에 없는 화장실과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을 모두 마트에 의지하고 있다.


    7년 동안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팔아온 상인 줄리 웜스(60) 씨는 “편의시설이 부족한 시장들이 많은데, 이곳에는 슈퍼마켓의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고, 물도 마실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들어가는 진입구에는 옆에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슈퍼마켓과 시장이 손님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 슈퍼마켓도 밑지는 장사 아냐

    액튼 시장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액션 액튼(Action Acton)'의 존 블랙모어 대표는 "모리슨의 매니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슈퍼마켓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데다, 시장을 찾아오는 고객도 공유할 수 있어서 그들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파는 상품은 집에서 직접 구운 케이크나 수제 액세서리 등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옷가지나 과일.채소 등 겹치는 상품도 슈퍼마켓보다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슈퍼마켓 '코 앞'에 있어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

    그리스 전통 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그리스인 테오도라(Theodora) 씨의 가게. 그녀가 파는 먹거리는 슈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사진=장규석 기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시장만이 줄 수 있는 친밀감이다. 액튼 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이웃지간이라, 슈퍼마켓에서와 달리 주민들은 시장 상인들과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며 특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액튼 시장은 유독 단골이 많다. 시장에 나왔다가 잠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슈퍼마켓이 어느정도 시장의 덕을 보고 있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 쇼핑센터 '포인트 카드'가 시장도 살렸다

    일본 나가노현 사쿠시에 위치한 이와무라타 상점가는 인근의 대형 쇼핑센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와 포인트 카드를 서로 제휴하는 방식이다.

    이와무라타도 처음 쇼핑센터가 생겼을 당시에는 반감을 갖고 배척했다. 빈 점포가 속출하자 자신들의 상점을 망가뜨렸다고 원망했다.

    하지만 상점가를 살리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형쇼핑센터에 연간 700만명, 매월 55만명의 소비자가 다녀가는데, 이들 중 일부가 상점가로 발길을 옮길 수만 있다면 상점가의 활성화는 시간문제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쇼핑센터의 포인트 가맹점이라고 홍보하는 이와무라타 상점가의 한 가게 안내판 (사진=신동진 기자)

    이와무라티 상인들은 대형쇼핑센터의 대표를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포인트 카드사업 협력’이었다.

    소비자가 상점가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상점가는 물론이고 쇼핑센터의 포인트도 동시에 적립된다. 이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상점가와 쇼핑센터 모두 사용할 수 있다.

    2009년에 포인트 사업 협력이 시작돼, 현재는 가맹점 점포가 78개에 이르고 카드 소지자도 1만2천 명에 달한다. 또 대형쇼핑센터에서 상점가에 대한 홍보도 해주고 있어, 상당수 쇼핑객들이 상점가에도 들르고 있다.

    ◈ “마트 손님 끌어라” 특명에 육아살롱까지 등장

    물론 쇼핑센터 고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시장도 다각도로 노력했다.

    먼저 포인트 카드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상점가에 있는 학원에 자녀가 도착해 카드를 찍으면 학부모에게 안심 문자를 자동 발송 한다거나, 도서관 카드, 병원카드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것이다.

    게다가 빈 점포를 활용해 탁아소와 수유실, 휴게실 등을 갖춘 ‘육아살롱’도 만들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쇼핑을 온 주부들이 상점가에 와서 아이를 맡기고 장을 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본에서 가장 긴 김밥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어 상점가에 들른 쇼핑센터 고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상점가 조합의 운영진을 30대 젊은 상인들로 바꾸는 세대교체도 했다.

    이와무라타 상점가 호소카와 사무국장은 "대형 쇼핑센터와 시장은 서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며 ”쇼핑센터가 집객을 하면, 그 사람들이 상점가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 기존의 시장에게 대형마트는 위협요소지만, 시각을 바꾸면 시장으로 손님을 몰고 오는 집객요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시장이 체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대형마트도 시장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상생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 글 싣는 순서

    1. 전통시장 왜 살려야하나…생존의 조건은?
    2. 우리 지역의 ‘흥행요소’를 찾아라
    3. 우리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라
    4. 지역의 집객요소인 ‘대형마트’를 활용하라
    5. 우리 지역의 특징에 주목하라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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