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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넷, 개 한마리 지나던 시장"을 바꾼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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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생활경제

    "사람 넷, 개 한마리 지나던 시장"을 바꾼 '그것'

    • 2013-10-30 06:00

    [전통시장, 지역과 소통하라 ②] 우리 지역의 ‘흥행요소’를 찾아라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CBS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과 일본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둘러봤다. 내려진 결론은 한마디로 압축됐다. 바로 “지역사회”였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소통할 때 비로소 전통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과 시장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CBS 노컷뉴스는 5차례에 걸쳐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다. 두 번째 순서는 지역사회 속 역사나 전통유산에서 시장의 흥행요소를 발굴한 사례들이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전통시장 왜 살려야하나…생존의 조건은?
    2. 우리 지역의 ‘흥행요소’를 찾아라
    3. 우리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라
    4. 지역의 집객요소인 ‘대형마트’와 상생하라

    5. 우리 지역의 특징에 주목하라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서 찾은 ‘천만궁’

    텐진바시 시장에서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천만궁’ 입구. 입시철이면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사진=윤철원 기자)

    일본 8만여 개의 신사들 중 가장 오래도록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사, ‘천만궁’.

    이곳의 주인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학문의 신’이다. 때문에 입시철만 되면 수십만 명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이곳 오사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천만궁’을 찾는다.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 때문에 유독 머리 부분만 윤기가 흐르는 청동소. 셀 수 없을 정도로 걸려 있는 소원 나무판. 천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누군가의 합격을 기원하며 이곳을 찾았을 사람들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1980년대 말, ‘죽느냐 사느냐’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아닌 신사에서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 쓰러져가는 시장을 지키고 있던 ‘텐진바시’ 상인들이었다. 당시 상인들은 시장을 살리기 위해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천년 신사에 모든 걸 걸었다.

    40년째 텐진바시 상인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도이 도시키 씨는 “우리만의 강점을 고민하던 와중에 천만궁과 같은 우리의 전통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천만궁, 텐진바시 시장의 최종병기가 되다

    텐진바시 시장은 천장에 신사 마을임을 보여주는 도리이 장식을 설치해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윤철원 기자)

    상인들은 이 지역만의 특색 있는 전통문화를 시장의 흥행요소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곳곳에서 문화적 요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라꾸고’(일본식 판소리) 극장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상인들은 극장 설립 비용 마련을 위해 전국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였다. 운동은 대성공을 거둬 반년 만에 5천만 엔을 모금, 재건된 라꾸고 극장은 텐진바시 시장의 명소가 됐다.

    또한 지역성을 살린 칠월칠석 축제와 만담축제, 미신축제 등을 열어 ‘천만궁 = 텐진바시 시장’이 연상되도록 했다. 지역 내 음악단체의 협조를 받아 일 년 내내 시장 곳곳에서 게릴라성 콘서트도 열린다.

    전통 구조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사 마을을 나타내는 3각 지붕형에 4가지 색깔의 일본풍 도리이는 시장의 또 다른 볼거리다.

    지역 주민 후지사키 쿄코(45‧여) 씨는 “일시적이고 지역과 상관없는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좋다”며 “관광객들도 텐진바시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벤트라는 점 때문에 일부러 시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자칫 하찮게 여길 수도 있었을 지역 문화유산.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텐진바시 시장은 어느 대형마트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최종병기를 갖게 된 것이다.

    ◈ “한 시간에 사람 4명과 개 1마리만 지나간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기차로 2시간 반 떨어진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浜) 상점가는 80년대만 해도 죽어가던 시장이었다. 오죽하면 ‘한 시간에 사람 4명과 개 1마리만 지나간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25년 뒤 나가하마 시장은 연간 200만명의 쇼핑객들이 다녀가는 명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죽어가던 시장을 화려하게 되살린 중심은 역설적으로 철거 위기에 있던 건물 ‘구로카베’(일본말로 ‘검은 벽’이라는 뜻)였다.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떤 구로카베 건물. 지금은 나가하마 유리공예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신동진 기자)

    80년대 중반, 시장 상인과 지역 상공회의소,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나가하마 살리기’에 나섰을 당시, 원칙은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였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한 때 은행으로 사용되다가 노후화로 해체 직전에 있었던 120년 된 건물 ‘구로카베’였다.

    구로카베의 역사성을 살려 어떻게 시장을 활성화 시킬 것인가. 마을주민과 상인들이 협의체까지 만들어 논의한 끝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유리공예’였다.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여성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유리공예야 말로 적격 아이템이었던 것.

    ◈ 지역유산(구로카베)과 킬러 콘텐츠(유리공예)의 만남

    상인들은 단순히 완제품을 사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공예에 장인 정신을 불어넣었다. 이탈리아 베니스 등 유럽 각지로 직원들을 유학을 보내 유리공예 장인 육성에 힘썼고, 젊은 유리 공예가들을 초청해 상권을 재구성했다.

    직접 작업을 지켜볼 수 있는 유리공방 (사진=신동진 기자)

    요시이 시케히토 (72) 전통시장 사무국장은 "공방을 직접 만들어 현장에서 오리지널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소비자로부터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마을의 역사적 건물 구로카베는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는 유리공방과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시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유리공예 작품들이 입소문이 퍼지면서 나가하마 시장은 일본 최대 유리공예 명소가 됐다. 비어있던 점포가 다시 들어찼고, 기존 상점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게 됐음은 물론이다.

    요시이 사무국장은 "관광객들이 연간 200만명까지 늘면서, 하면 된다는 기운이 생겨났다“며 ”구로카베가 만들어진 뒤 100여 곳에 불과하던 상점이 500여 곳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체 직전의 지역 유산에 새로운 콘텐츠를 불어넣어 시장은 물론 마을 전체를 되살린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 사회 안에 있는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면 충분히 시장의 흥행요소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을 살리는 ‘그것’은 상인들 뿐 아니라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지역사회와 소통했을 때 제대로 찾아낼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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