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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을 담아주던 손, 바코드를 찍다…사라지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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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 일반

    덤을 담아주던 손, 바코드를 찍다…사라지는 전통시장

    • 2013-10-29 06:00

    [전통시장, 지역과 소통하라 ①] 전통시장 왜 살려야하나…생존의 조건

    지난 23일 광주 양동시장 골목 풍경. 주말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장규석 기자)
    광주광역시 최대의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을 지난 주말에 찾았다. 주말 오후임에도 주단가게가 늘어선 좁다란 시장 골목은 손님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손님구경이 오랜만인 듯 호객하는 가게주인의 목소리가 어색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먹거리를 파는 시장 골목에서는 간간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인근 광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주변 도로가 주말 쇼핑객들의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과는 완전한 대조를 보였다. 역시 주말 오후의 시장 풍경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릴적부터 양동시장을 자주 찾았다는 조봄(31)씨는 "십수년전만 해도 주말만 되면 양동시장 골목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 지경이었다"며 "시장 골목이 몰라보게 썰렁해졌다"고 말했다.

    ◈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시장의 풍경'

    그렇게 시장의 풍경은 점점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늦은 오후 해거름이 질 무렵, 저녁 찬거리를 고민하던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하나둘 나타난다. 좌판은 이내 물건을 흥정을 하는 소리로 활기를 띤다.

    슬쩍 콩나물 몇 가닥을 덤으로 봉지에 집어넣어주는 채소 가게 할머니의 인심. 시장에서 만나는 이웃들이 정겹게 나누는 인사. 그런 시장 한 켠에서 수많은 억척 어머니들은 노점 좌판을 열어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도 보냈다.

    그러나 이제 장바구니는 카트로, 물건을 흥정하던 소리는 할인행사를 외치는 소리로, 덤을 담아주던 할머니의 인심좋은 손길은 바코드를 찍는 비정규직 판매원의 기계적인 손길로 변했다. 초대형 창고매장 안에서 인사를 나눌 이웃들은 없어졌고, 억척 어머니들은 이제 마트 매대에서 박봉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한다.

    쇠락하는 전통시장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 하에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무려 1조5천71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금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법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서민경제의 실핏줄. 시장은 여전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2003년 1,695개이던 전통시장은 2012년 1,511개로, 10년 사이 200개 가까운 시장이 사라졌다. 시장상인들도 2005년 40만명에 육박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35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매출액 감소 속도는 더 빨라서, 같은 기간 27조3천억원(2005년)에서 20조원(2013년) 규모로 축소됐다. 이제는 전통시장 4곳의 매출을 합쳐도 대형마트 1곳의 매출을 못 당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 왜 살려야하나…전통시장의 가치

    전통 시장이 점점 쇠락하고 결국 사라지고 마는 현실은, 과연 우리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시장이 없으면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 쉽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통시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먼저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가 전체적으로 전통시장은 20조원 이상의 매출과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시장 상인 가운데는 노점상이 5만6천여명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시장 고객의 입장에서도 시장은 마트나 백화점보다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특히 불황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아쉬운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에게 생필품이나 신선식품을 보다 싸게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밖에도 문화 이벤트 등이나 볼거리가 많은 시장은 관광명소로 부상해, 관광객으로 인한 부가가치를 만들고, 시장에 몰려든 손님들로 인해 주변의 상점과 식당들도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 부수적으로 시장상인들에게 물건을 대주거나, 배달, 운반 등 간접적인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등 전통시장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는 다양하다.

    평일 오후 영국 런던의 리들리로드 마켓(Ridley Road Market)의 풍경. 공장이 폐쇄되면서 한때 쇠퇴기를 맞았던 전통시장은 이민자들이 모여들면서 이색적인 먹거리와 문화가 어우러진 장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장규석 기자)
    이와 함께 전통시장이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은 저소득층도 보다 쉽게 이용하고, 보다 쉽게 창업(노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장이라는 개방된 공간 속에서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서로 어울리게 되고,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또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도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섞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 전통시장은 사회통합에도 기여.. 경쟁 논리만으로 접근 안돼

    실제로 이번 해외취재 사례 가운데 하나였던 런던의 리들리로드 마켓(Ridley Road Market)은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민자들은 물론 관광객과 현지인들까지 이색적인 물건을 찾는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민자들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場)이 형성된다.

    시장경영진흥원 김영기 홍보팀장은 "전통시장은 자유시장주의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노인층이나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지역 커뮤니티 기능 유지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시장이 사라지면 지역상권은 쇠퇴하고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CBS노컷뉴스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국과 일본의 흥미로운 성공 사례들을 둘러봤다.

    내려진 결론은 한마디로 압축됐다. 바로 '지역사회'였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소통할 때 비로소 전통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과 시장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앞으로 4차례에 걸쳐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전통시장 왜 살려야하나…생존의 조건은?
    2. 우리 지역의 '흥행요소'를 찾아라
    3. 우리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라
    4. 지역의 집객요소인 '대형마트'와 상생하라
    5. 우리 지역의 특징에 주목하라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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